"총선 참패 이전이나 이후나 똑같은" 윤 대통령 기자회견

채상병·김건희 특검 거부권 입장 불변 김건희 주가조작 의혹에 또 '전 정부가 탈탈 털어' 명품백 수수, 첫 공개 사과 "국민께 걱정 끼쳐드려" '런종섭' 사태 인사검증 미비 드러내 "공수처 고발, 기사 보고 알아"

2024-05-09     송창한 기자

[미디어스=송창한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김건희·채상병 특검에 대한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윤 대통령은 문재인 정부가 김건희 씨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을 '2년 넘게 탈탈 털었다'는 주장을 반복했다. 국정기조 전환 여부에 대한 질문에 대해 '일관성 유지'라는 답변을 내놓았다. 여권에서도 윤 대통령의 인식은 총선 참패 이전과 다를 것이 없다는 비판이 나온다. 

9일 윤 대통령은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취임 2주년 기자회견을 70분가량 진행했다. 2022년 8월 취임 100일 기자회견 이후 1년 9개월 만의 기자회견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9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브리핑실에서 열린 '윤석열 정부 2년 국민보고 및 기자회견'에서 질문을 위해 손을 든 기자들의 모습을 바라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윤 대통령은 '김건희 특검' 반대라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다만 김건희 씨 명품백 수수 의혹에 대해 처음으로 공개 사과했다. "제 아내의 현명하지 못한 처신으로 국민들께 걱정 끼쳐드린 부분에 대해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김건희)특검 문제는 지난 1월 재의요구(거부권 행사)를 했지만, 지금 야당도 집권 시기에 특검 여론이 비등했을 때 늘 주장했던 것이 검찰·경찰 수사가 봐주기·부실 의혹이 있을 때 특검을 하는 게 맞다는 주장이었다"면서 "특검이라고 하는 것은 검경, 공수처의 수사가 봐주기 의혹이 있을 때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도이치(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니 하는 이런 사건에 대한 특검 문제도 지난 정부에서 2년 반 정도, 사실상 저를 타겟으로 해서 검찰에서 특수부까지 동원해 정말 치열하게 수사를 했다"며 "지난 정부에서 저와 제 가족을 봐주기 수사했다는 것인지, 정말 묻지 않을 수 없다. 그 자체가 모순"이라고 했다. 윤 대통령은 "할 만큼 해놓고 또 하자는 것은 특검의 본질이나 제도 취지와는 맞지 않는 어떤 정치공세, 정치행위 아닌가"라며 "진상을 가리기 위한 것은 아니지 않느냐는 생각을 여전히 갖고 있다"고 했다. 

해병대 채 상병 사망사건 수사외압 의혹 특검법에 대해 윤 대통령은 경찰·공수처 수사와 검찰 보완수사의 결과가 나온 이후 봐주기 의혹이 남는다면 그때 특검을 수용하겠다고 했다. 사실상 거부권 행사를 예고한 것이다. 윤 대통령은 "수사를 하면 다 드러날 수밖에 없는 일들"이라며 "군에서 하는 것도 아니고 사법기관에 넘어가 진상규명을 하는 것인데, 책임 있는 사람을 봐주고 책임이 없거나 책임이 약한 사람한테 모든 것을 뒤집어 씌우는 이런 것 자체가 가능하지 않다고 본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 2021년 12월 국민의힘 대선 후보 시절 "특검을 왜 거부하나. 죄졌으니까 거부하는 것"이라며 "진상을 밝히고 조사를 하면 감옥에 가기 때문에 못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대장동 특검'에 대한 야야 공방을 두고 한 말이었다. 

지난해 12월 15일 네덜란드 국빈 방문 일정을 마치고 귀국한 윤석열 대통령 부부가 성남 서울공항 2층 실내행사장에서 마중나온 국민의힘 윤재옥 원내대표 등과 인사하는 모습. 김건희 여사는 이날 이후 공개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윤 대통령이 해병대 수사단 조사 결과를 보고 받고 격노했다는 이른바 'VIP 격노설'에 대한 질문이 나왔다. 이에 대해 윤 대통령은 "사고 소식을 듣고 국방장관에게 '왜 이렇게 무리하게 진행해 인명사고가 나게 하느냐' 질책성 당부를 했다"는 답변을 내놓았다. 조사 결과에 격노한 게 아니라 채 상병 사망에 대한 질책을 이종섭 국방장관에게 했다는 얘기다. 

채 상병 사건 핵심피의자인 이종섭 전 국방장관을 호주대사로 임명한 이유에 대해 윤 대통령은 "우리 경제와 안보에 깊은 관련이 있는 국가"라고 답했다. 이 전 장관이 재직 중 방산 수출 분야에서 성과를 냈기 때문에 한국과 외교·국방 '2+2' 회담을 하는 호주에 대사로 보냈다고 설명했다. 

이 전 장관이 당시 출국금지 상태였던 것을 인지하고 있었느냐는 질문에 윤 대통령은 "출국금지는 인사 검증을 하는 정부기관에서도 전혀 알 수 없는 것"이라고 답했다. 윤 대통령은 이 전 장관이 공수처에 고발된 것은 기사를 보고 알았다며 "공수처에서 소환 등이 진행됐다면 저희도 검토를 했을 텐데, 공수처에는 사실 굉장히 많은 사건들이 고발돼 있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어디 고발됐다는 것만으로 인사를 하지 않는다면 아마 공직인사를 하기가 대단히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호주대사 인사 검증 과정에서 검증이 이뤄지지 않았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지난 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해병대 채상병 사망사건 수사외압 의혹 특별검사법'이 통과되자 방청석에 있던 해병대 예비역 연대 회원들이 거수경례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국정기조 전환 의지를 묻는 질문에 윤 대통령은 "저희가 시장경제와 민간주도 시스템으로 우리 경제 기조를 잡는 것은 헌법 원칙에 충실한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다"며 "그 기조는 일관성을 유지해야 하고, 또 바꾸고 고쳐야 될 것들은 더 세심하게 가려서 고칠 것은 고치고 일관성을 지킬 것은 지키고 하겠다"고 답했다. 윤 대통령은 국민과의 소통에는 부족한 점이 있었다며 이에 대한 기조 변화는 있을 것이라고 했다. 

기자회견 종료 후 유승민 전 국민의힘 의원은 SNS에 "기자회견을 보면서 갑갑하고 답답했다"며 "대통령에게는 총선 참패 이전이나 이후나 똑같은 세상인 모양"이라고 비판했다. 유 전 의원은 "'국정기조를 전환하느냐'는 질문에 '일관성을 유지하겠다'는 답변이 압권이다. 김건희 특검법도, 채 상병 특검법도 모두 거부했다"며 "여론에 떠밀려 마지못해 야당대표를 만나고 하나마나한 기자회견을 한 것이다. 오늘 회견에 대해 국민들께서 어떻게 생각하실지, 앞으로 국정 동력이 있을지 두려운 마음"이라고 했다. 

민주당 한민수 대변인은 브리핑을 열고 "언제까지 고집불통 대통령의 모습에 국민이 절망해야 하나"라며 "윤 대통령이 현재 대한민국과 국민이 처한 상황을 얼마나 무사안일하게 인식하고 있는지 똑똑히 보여주었다는 점에서 매우 유감스럽다. 한 치도 예상을 비켜나지 않았다"고 했다. 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는 긴급회견을 열고 "여전히 나는 잘했는데, 소통이 부족했다고 고집하고 있다"며 "윤 대통령께 다시 한 번 촉구한다. 이런저런 토 달지 말고, 채 해병 특검법을 전면 수용하라"고 했다.

김준우 정의당 대표는 SNS에 "'어떻게 저렇게 민심이 원하는 바만 콕 집어 비껴나갈 수 있나'하는 생각이 들었다"며 "결국 정권의 국정방향은 틀린 게 없었으니 체감이 될 때까지 기다려달라는 게 기조발언의 주제였다. 정권 스스로 잘했다고 평가한 분야는 종부세, 금투세 폐지, 대기업 세제 지원 등의 부자감세와 노조탄압, 원자력 원툴 정책 등 2년간 국민들에게 수많은 지탄을 받던 정책들로 채워져 있었다"고 했다. 

9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브리핑실에서 열린 '윤석열정부 2년 국민보고 및 기자회견'에서 취재진이 질문을 위해 손을 들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한편, 이날 김수경 대통령실 대변인은 기자회견을 진행하면서 "주제 제한 없이 질문을 받긴 하겠으나, 주어진 시간 내에 가능한 많은 주제들을 다루기 위해 편의상 정치 현안, 외교안보, 경제, 사회 분야로 나누어서 질문을 받겠다"고 말했다. 

김 대변인이 질문을 희망하는 기자들이 손을 들면 특정 기자를 지목하는 방식으로 회견이 진행됐다. 뉴시스, 조선일보, SBS, 한국일보, KBS, 한겨레, 중앙일보, 연합뉴스, 로이터, AFP, 닛케이, BBC, 매일경제, 한국경제, 서울경제, 영남일보, 아이뉴스24, 연합뉴스TV, 머니투데이, TV조선 순으로 질문 기회를 얻었다. 

이날 브리핑장에 좌석은 90여 개가 배치됐다. 이 중 대통령 무대와 가까운 카메라 앞 쪽에 60개, 카메라 뒤쪽에 30개가 배치된 것으로 전해졌다. 대통령실 중앙기자단 풀(pool·대표 취재)사 49개 매체가 질문 기회를 얻기 용이한 카메라 앞쪽 좌석을 채우고, 기자단에 가입되어 있지 않은 비풀사 40개 매체는 대부분 카메라 뒤쪽 좌석에 배치됐다고 한다. 비풀사 중 4개사 정도만 카메라 앞쪽 자리를 배정받았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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