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대 공영방송 이사들 "EBS 압수수색, 언론말살 폭거"
"위선이라는 말조차 아까운 윤 정권 처사에 분노" "총선 '방송장악' 옐로카드…국정쇄신 약속 거짓인가" 전 월간조선 편집장 'EBS 부사장' 임명 임박 언론노조 "EBS 시청하는 국민을 졸로 보나"
[미디어스=송창한 기자] 공영방송 3사 야권 이사들이 검찰의 EBS 압수수색을 '언론말살 폭거'로 규정했다. 이사들은 윤석열 대통령이 영수회담에서 '언론 장악할 생각이 전혀 없다'고 밝힌 지 하루만에 EBS 압수수색이 이뤄졌다며 "대통령의 국정쇄신 약속은 모두 거짓이었나"라고 따져 물었다.
2일 EBS·KBS·방송문화진흥회(MBC대주주) 야권 이사 14인은 긴급 공동성명을 내어 "EBS 압수수색은 윤석열 정권의 언론말살 폭거다. 공영방송 탄압시도를 강력히 반대하고 규탄한다"고 밝혔다. 야권 이사 14인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EBS 압수수색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개최한다.
지난달 30일 의정부지검 고양지청은 유시춘 이사장 사무실, 이사회 사무국, 감사실, 재무회계부서 등을 압수수색했다. 검찰은 유 이사장의 업무추진비 부정사용 의혹을 수사 중이다. 미디어스 취재결과, 법원은 유 이사장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하면서 주거지, 다이어리, 휴대전화, PC, 전자 보관장치 등에 대한 압수수색은 제한했다. (관련기사▶수사활동비로 장어 사먹은 검찰, EBS 이사장 법인카드 수사)
야권 공영방송 이사들은 "검찰이 압수한 것은 이사장 일정표와 자체감사자료, 법인카드 영수증으로 굳이 압수수색을 하지 않고도 얼마든지 입수 가능한 자료들이었다. 그럼에도 압수수색이라는 초강수를 동원한 것이 윤석열 검찰의 현주소"라며 "검찰이 유 이사장의 자택과 휴대전화까지 압수수색하려고 시도했으나 법원이 영장을 기각한 것만 보아도 검찰의 폭거가 잘 드러난다. 윤석열 검찰은 그렇게 한가한가"라고 비판했다.
이사들은 "이 문제 하나로 권익위, 방통위, 검찰 등 국가기관이 모두 달려드는 모습은 정권의 방송장악 공작이 얼마나 집요하고 끔직한지 짐작케 한다"며 "도대체 무엇이 급하다고 임기 5개월도 남지 않은 교육방송 이사장에 대해 해임 절차를 밟고 유래 없는 압수수색까지 하는가"라고 했다.
특히 이사들은 "윤 대통령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와의 영수회담에서 '언론 장악 생각 전혀 없다'고 밝힌 바로 다음 날 아침 이번 압수수색을 벌인 점에 경악을 금치 못한다"며 "위선이라는 말조차 아까운 윤석열 정권의 처사에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이사들은 "우리 국민들은 22대 국회의원 선거의 결과로써 방송장악 공작을 비롯한 국정운영 전반에 대하여 옐로카드를 꺼내들었다"며 "선거 결과에 대한 대통령의 국정쇄신 약속은 모두 거짓이었는가"라고 비판했다.
민주당 진성준 정책위의장이 밝힌 바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영수회담에서 '언론을 쥐려면 그 방법을 잘 아는데 그럴 생각이 없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사정기관을 장악하고 언론을 장악해 초기에 90% 지지율을 기록한다한들 끝까지 갈 수도 없고, 차라리 이 상태로 꾸준히 가야 마지막에도 국정 동력을 유지할 수 있다는 생각'이라며 '언론을 장악할 생각이 전혀 없고, 관여해서도 안 되고, 관여할 생각도 없다'고 했다. (관련기사▶윤 대통령 '언론 쥘 생각 없다' 발언 하루만에 EBS 압수수색)
전국언론노동조합(이하 언론노조)은 1일 성명을 내어 "윤석열 정권·검찰은 EBS에 꽂은 '더러운 칼'을 걷어치워라"라고 규탄했다. 언론노조는 "검찰의 강제수사 저의는 KBS, MBC에 이어 EBS마저도 검찰 수사를 빌미로 흔들겠다는 것이다. EBS 구성원들에게 '너희들도 밉보이면 재미없다'며 겁박하고, '교육방송이 별 대수냐'라며 모멸감을 주려는 것 아닌가"라며 "그런 전조는 전 월간조선 편집장 김성동을 EBS 부사장으로 내리꽂는 데서 진작에 감지됐다"고 했다.
언론노조는 "EBS 구성원들은 150여 일째 김유열 사장의 ‘경영 실패’ ‘비전 부재’ ‘노조 무시’ ‘사내 민주주의 탄압’에 맞서 사장 퇴진 투쟁을 벌이고 있다"며 "그런 전장의 한복판에 버젓이 정치 편향적 극우 인사를 부사장에 앉히는 건 구성원을 무시한 걸 넘어, 가치 중립적이어야 할 교육방송 흑역사의 첫 장을 연 것이며 공영방송 EBS를 시청하는 국민을 졸(卒)로 본 행위"라고 했다.
EBS는 지난달 무산된 김성동 전 월간조선 편집장의 임명·출근을 다시 추진하고 있다. 미디어스 취재결과, 김유열 EBS 사장은 이르면 오늘 김 전 편집장을 부사장으로 임명한다.(관련기사▶총선 참패 잊었나? EBS 부사장에 월간조선 전 편집장 추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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