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활동비로 장어 사먹은 검찰, EBS 이사장 법인카드 수사

의정부지검 고양지청, 유시춘 이사장 사무실 압수수색 법원, 주거지·휴대전화·PC·다이어리 압수 불허…'피의자 기본권 침해' 공동취재단, 고양지청 업추비·특경비·특활비 남용 확인

2024-04-30     송창한 기자

[미디어스=송창한 기자] 법원이 유시춘 EBS 이사장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하면서 주거지, 다이어리, 휴대전화, PC, 전자 보관장치 등에 대한 압수수색은 제한한 것으로 확인됐다. 검찰은 유 이사장의 법인카드(업무추진비) 부정사용 사건을 수사 중이다.

검찰이 사안에 맞지 않는 광범위한 수사로 피의자 인권을 침해하려 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특히 압수수색 등 강제수사를 진행한 곳은 의정부지검 고양지청으로 업무추진비와 특정업무경비, 특수활동비를 장어 회식, 격려·포상금 등으로 부정사용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곳이다.  

EBS 사옥 (EBS)

30일 오전 의정부지검 고양지청은 유시춘 EBS 이사장의 사무실, EBS 이사회 사무국, EBS 감사실, EBS 재무회계부서 등을 압수수색했다. 미디어스 취재결과, 검찰은 유 이사장의 사무실과 주거지에 대한 동시 압수수색을 진행해야 한다며 영장 2통을 발부에 달라고 법원에 요청했다. 검찰은 유 이사장의 사무실과 주거지를 순차적으로 압수수색할 경우 유 이사장이 휴대전화와 PC, 다이어리 등을 은닉·인멸할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검찰은 ▲EBS 감사결과 보고서와 감사 과정에서 작성한 내부 문서 ▲유 이사장 법인카드 영수증 및 집행내역서 원본 ▲유 이사장 일정표와 일정 참석 관련 내부보고서 ▲유 이사장이 소지·사용·작성한 업무수첩, 다이어리, 달력, 메모지 ▲유 이사장이 현재 사용 중이거나 과거 소유했던 휴대전화·PC·전자 보관장치 및 저장 자료 등을 압수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의정부지법 고양지원은 피의자 기본권 침해 소지가 크다며 주거지, 휴대전화, 개인용 다이어리 등에 대한 압수수색을 불허했다. 또 법원은 유 이사장 사무실 등에 대한 압수수색 전에 자료를 임의 제출 받는 방법을 우선적으로 취할 것을 검찰에 명했다. 법원은 EBS가 임의 제출을 거부하거나, 임의 제출에 의해 수사목적을 달성할 수 없는 경우에 한해서만 영장집행을 허용한다고 단서를 달았다. 압수수색 과정에서는 유 이사장과 EBS 관계자들의 참여권을 보장하라고 했다.

법원은 검찰이 압수할 수 있는 물건도 ▲EBS 감사결과 보고서 ▲유 이사장 법인카드 영수증 및 집행내역서 원본 ▲유 이사장 일정표와 일정 참석 관련 내부보고서 등으로 제한했다.

장어 특대 4개, 쏘가리 매운탕 3개, 장어 특 한 마리 추가

뉴스타파·시민단체·독립언론 등으로 구성된 '검찰 예산 검증 공동취재단'은 의정부지검 고양지청이 2017년 9월부터 2023년 4월까지 5년 8개월 동안 지출한 업무추진비·특정업무경비·특수활동비를 검증해 발표했다. 고양지청을 비롯한 전국 67개 검찰청은 법원의 정보공개 판결에도 수사 기밀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관련 내역을 먹칠해 공개했다.

검찰예산 검증 공동취재단 관계자들이 지난 1월 25일 오전 서울 중구 뉴스타파함께센터에서 열린 검찰 특정업무경비 유용 발표 기자회견에서 유용 사례 자료를 발표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공동취재단 자료 판독 결과, 기밀수사와 정보수집활동에 쓰여야 할 고양지청의 특수활동비는 '나눠먹기'식으로 집행됐다. 포상금·격려금으로 검사들에게 특수활동비가 반복적으로 지급된 사례, 지청장이 인사발령으로 떠나기 전 주말에 특수활동비 150만 원을 수령한 사례, 검찰총장이 특수활동비를 하달한 사례, 같은 날짜에 부서별로 같은 금액의 특수활동비를 나눠먹은 사례, 연말에 특수활동비를 몰아 쓴 사례 등이 발견됐다. 

수사에 쓰여야 할 특정업무경비가 검사들의 술값, 밥값으로 사용된 사실이 고양지청에서 확인됐다. 지난해 2월 고양지청장은 경기도 파주의 한 장어요리집에서 전입 검사들과 '간담회'를 진행했다. 회식비는 85만 2천 원. 지청장을 비롯한 검사들은 장어 특대 4개(40만 원), 쏘가리 매운탕 3개(30만 원), 장어 특 한 마리 추가(5만 원), 소주·맥주 총 13병 등을 먹었다. 결제는 두 번에 나눠 진행됐다. 45만 2천 원은 지청장 업무추진비에서, 40만 원은 특정업무경비에서 처리됐다. 두 카드 영수증의 테이블번호가 일치해 회식비를 나눠서 결제한 것으로 확인된다. 

고양지청은 이날 같은 식당에서 업무추진비와 특정업무경비를 동시에 지출한 내역이 3건 더 발견됐다. 다만 해당 지출건은 결제시간과 테이블번호 등이 먹칠이 돼 동일 식사자리에서 사용된 것인지는 증빙이 불가했다. (관련기사▶수사활동비를 장어·참치 먹는 데 쓴 고위검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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