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부 비판 쏟아지는 KBS '직급체계 개편안'…왜?
KBS, 보직 만료에도 간부직 유지 골자 '직급체계' 개편 추진 언론노조 KBS본부 "평직원 영원히 승진 막히는 개악안" KBS 같이노조 “전형적인 '사다리 걷어차기'”
[미디어스=고성욱 기자] KBS가 책임자직급에 대해 보직을 내려놔도 직급이 유지되는 내용의 직급체계 개편안을 추진하자 내부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 정원이 한정된 직급에서 간부가 보직 없이 그 자리를 차지하고 있게 돼 평직원의 승진길이 막힌다는 것이다. 책임자급의 권한이 강화돼 줄세우기 문화가 강화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KBS는 지난 17일 <KBS 직급체계 및 승진제도 개선[안]>을 발표했다. 해당 문건에서 KBS 사측은 ▲직위·직급 일치형 직급체계 도입 ▲직위·직급별 정원 재조정 ▲직위 중심의 승진제도 도입 ▲3차 역량평가 도입 및 대우 평가 신설 ▲삼진아웃제 적용 요건 강화 등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KBS는 기존 변동형 직급체계에서 고정형 직급체계로 전환한다는 방침이다. '책임 직급'이던 M1~M3(센터장급·국장급, 부장급, 팀장급) 직급이 '책임자 직급'(국장직급, 부국장직급, 부장직급, 팀장직급)으로 바뀐다. '실무직급'인 G0~7은 3~7직급으로 축소된다. 기존 '책임직급' 정원은 763명에서 1130명으로 확대되고, '실무직급' 정원은 5248명에서 4630명으로 감소된다.
이어 KBS 사측은 ▲“신규 임용으로 책임자가 교체돼도 기존 책임자는 해당 직급에 잔류” ▲“해당 직급보다 하향한 직위 부여 제한” ▲“센터장 직위는 부국장직급 이상에서 보임” 등의 단서를 달았다. 현 책임직급은 신규 책임자 직급으로 이동한다. 박민 사장 체제에서 임명된 간부들은 모두 보임된다는 얘기다.
문제는 이 같은 단서를 통해 책임자직은 보직을 그만둬도 직급이 유지된다는 것이다. 그간 KBS는 '책임직급'인 M1~M3의 경우 보직을 내려놓으면 '실무직급'(G0~7)으로 돌려보냈다. 그러나 해당 직급체계가 시행되면 책임자급 인사들은 직급이 하향되지 않기 때문에 실무자급들의 승진 문턱이 높아진다는 게 노조의 지적이다.
기존 직상위자, 차상위자가 했던 역량평가를 차차상위자로 확대하는 ‘3차 역량평가 도입’도 개악으로 지적된다. 현재 평직원의 경우 팀장과 부장의 평가만 받지만, 해당 개편안이 시행되면 국장의 평가를 받아야 한다. 본부장급 이상은 사장이 평가에 나선다. 때문에 평직원들이 보직자들의 뜻을 거스르기 힘든 구조로 바뀌어 직장 줄세우기 문화가 만연해질 것이라는 내부 비판이 나온다. 또 사측은 기존 근무성적 불량이 '연속 3회일' 때 적용하던 삼진아웃제를 '5년 내 누적 3회'로 강화시켰다. 삼진아웃이 적용된 직원은 직권면직 심의 대상자로 오른다.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는 해당 개정안을 두고 “쉽게 말해 박민 체제의 한 번 보직자는 영원한 보직자, 앞으로 G3(대졸 신입 기준 5~8년차)이하 직원들은 영원히 승진/승급 기회가 막히는 개악안”이라고 규정했다. KBS같이(가치)노동조합도 “전형적인 '사다리 걷어차기'”라고 규탄했다.
KBS 사측은 직급 개편안을 두고 내부 반발이 일자 18일 “‘일 중심, 성과 중심’의 인력 운영과 조직 문화를 확립하여 새로운 KBS로 나아가기 위해 직급체계 및 승진제도 개선을 추진하고 있다”며 ‘G3 이하 직원들의 승진 기회가 차단된다’ 상위직급 과다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지적은 사실이 아니라는 입장문을 공유했다고 한다.
언론노조 KBS본부는 같은 날 성명을 내어 “기가 막히고 코가 막힌다. ‘일 중심, 성과 중심’의 직급체계 개편‘, 낙하산 박민 사장 체제가 이를 운운할 자격이 있나”라며 “이번 사측의 직급체계 개악안은 현 박민 체제의 책임자이자 평가자인 보직자들의 권한과 대우는 강화하고, G3이하 평직원들은 보직자들의 뜻을 거스르기 힘든 구조로 만들고자 하는 것이 자명하다”고 규탄했다.
언론노조 KBS본부는 “사측은 직원 과반의 동의를 확신한다는 소문이 돈다. 자신들의 보직을 퇴직까지 유지하기 위해 세대 갈라치기로 회사를 두 동강 내더라도 강행하겠다는 이야기가 회사 입장을 보니 맞아 보인다”며 “반드시 과반노조로 이 개악안을 쓰레기통에 처넣을 것이고 이 개악안을 추진한 낙하산 사장 박민과 그 수하들에게 반드시 책임을 묻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현재 KBS에 과반 노조가 없어 사측이 해당 개편안을 강행하기 위해서는 전 직원을 대상으로 50%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KBS 같이노조도 19일 성명을 내고 “내 편 챙기기를 공고히 하는 것으로밖에 생각되지 않는다”면서 “성과 평가를 어떻게 제대로 구현할지, 인사권이라는 미명 하에 이뤄지는 진영주의 부적격 인사를 어떻게 예방할 수 있을지부터 고민하기 바란다”고 촉구했다.
KBS 같이노조는 “한정된 보직 자리에 한 번 들어간 직원들이 퇴직하거나 승진하지 않는 이상 G3 직급 이하 저연차 직원, 그리고 기존에 보직을 해보지 않았던 G1, G2 직원들은 승진 기회가 현저하게 줄어든다. 사실이 아니라면 이에 대한 구체적인 시뮬레이션 결과를 보여주길 바란다"면서 "개편안을 적용받은 뒤 현격히 낮아진 승진 가능성으로 인해 G3에 머무를 경우 발생 가능한 임금 격차 시뮬레이션 또한 반드시 제시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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