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이사회, '우파장악문건 논란' 안건 부결 처리

여권 추천 이사들 '안건 아니다' 상정부터 반대 "문건 자체가 조작 문건" 비공개 회의 전환 후 부결 강행 야권 이사들 "문건 실행됐다면 KBS 경영농단" "비공개 회의? 입틀막이냐" 2주 전 법적대응 예고한 KBS, 수사의뢰 안 해

2024-04-17     고성욱 기자

[미디어스=고성욱 기자] KBS 이사회에서 ‘KBS 장악 대외비 문건' 논의가 여권 이사들의 반대로 무산됐다. 여권 추천 이사들은 해당 사안은 안건으로 성립되지 않는다며 부결을 강행했다. KBS는 해당 문건을 보도한 MBC에 법적 대응을 예고했지만, 보름가량이 지난 현재까지 수사 의뢰를 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KBS 이사회는 17일 의결 안건으로 상정된 <'MBC 스트레이트'의 KBS 문건 관련 권고안>에 대한 논의를 진행했다. 해당 안건은 운영 이사 간 합의가 이뤄지지 않아 야권 이사 5인이 긴급 안건으로 발의했다.

KBS 이사회 (사진=KBS)

지난달 31일 MBC ‘스트레이트’는 <위기는 곧 기회다 !!!>라는 제목의 KBS 대외비 문건을 공개했다. 해당 문건에 ▲국민 신뢰 상실에 대한 진정성 있는 대국민 담화(사과) 준비 ▲사장 취임 후 임원, 센터장, 실국장 인사를 통해 조직 장악 ▲정원 축소 및 인력 감축 선언 등이 적시됐다. 해당 문건에 적힌 내용 중 상당수가 이미 실행됐거나 추진 중이다. 'KBS 장악 문건'은 지난 2010년 국가정보원의 <MBC 정상화 전략 및 추진방안>과 유사하다. KBS는 지난 2일 해당 문건을 ‘괴문서’로 규정하고 MBC '스트레이트' 제작진에 대한 법적 대응을 시사했다.

미디어스 취재를 종합하면, 이날 관련 논의는 경영진이 퇴장한 상태에서 비공개로 진행됐으며 안건의 적절성 여부에 대한 공방 끝에 부결됐다. 이날 이사회 개최 전 야권 추천 이사들은 경영진에 ▲‘KBS 장악 문건’ ▲유포 경위·범위 및 조사 진행 상황 ▲간부진 대상 사실조사 진행 상황 ▲대응 조처 진행 상황 ▲향후 계획 등에 대한 자료 제출을 요구한 바 있다. 야권 추천 이사들은 추후 이사회에서 관련 자료 제출과 경영진의 보고를 받을 것을 요구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비공개 논의 전 여·야 추천 이사들은 해당 안건 관련 논의 공개 여부를 놓고 맞섰다. 야권 추천 이사들은 ‘입틀막’ ‘국정농단’ 등을 거론하며 이미 공론화된 사안을 비공개로 논의하면 이사회의 신뢰도가 하락할 것이라고 했다. 여권 추천 위원들은 안건 자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이상요 이사는 “회사가 공식적으로 확인하지 않은 괴문서라고 했는데, 괴문서로 끝나면 좋겠지만 만약 실제로 경영과 운영에 일정 영향이 있었다면 KBS 경영을 농단한 것”이라면서“국가 차원에서 보면 농단 때문에 (대통령이)탄핵을 당한 경우도 있다. 괴문서로 끝났는지, 경영에 영향을 미쳤는지 따져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상요 이사는 “논의 결과에 따라 관련 후속조치도 필요하다”면서 “이미 이 문제가 사회적으로 공론화됐기 때문에 공개적으로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류일형 이사는 “문건의 내용과 회사의 집행 과정을 추론해 보면 잘못하다간 KBS가 제일 중요시하는 정치적 중립성에 큰 타격을 줄 수 있는 문건일 수 있다”며 “그러면 이사회에서 당연히 무엇이 진실인지 집행부의 이야기를 들어보는 게 필요하다. 이사회는 공개가 원칙이고 이 부분에 대해 입장이 다르다면 그 과정을 투명하게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김찬태 이사는 “이미 문건에 대한 파장이 정치권에까지 미치고 있는데 KBS의 감독 기관인 이사회가 이 문제에 대해 모르쇠하는 것은 책임을 방기하는 부적절한 행위”라면서 “경영진은 기자간담회도 하고, 별도의 입장도 냈는데 이사회에 공식적으로 보고한 적이 없잖나. 구린 게 없으면 당당하게 얘기하면 되는데 쉬쉬하고 있는 게 이해가 안 간다”라고 비판했다. 조숙현 이사는 “논의 자체를 비공개로 하면 오히려 이사회에 대한 불신을 초래할 것”이라고 말했다.

MBC 탐사기획 스트레이트 248회 '독재화'하는 한국 - 공영방송과 '신보도지침' 편

반면 이동욱 이사는 “문건 자체가 조작 문건”이라면서 “누군가가 KBS에서 사용하는 양식을 비슷하게 흉내 내서 사실처럼 위조해 만든 것이다. 그것을 MBC가 사실이라고 한 것인데 이것에 대해 논의하는 것은 KBS 경영에 어떤 긍정적인 기여도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동욱 이사는 “수사 의뢰까지 했다고 하니 그 결과를 지켜보고 더 중요한 일에 집중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박민 사장은 “공식적으로 수사 의뢰는 아직 안 한 걸로 알고 있다”면서 이동욱 이사의 발언을 바로잡았다.

황근 이사는 “여기서 이걸 논의하는 과정에서 오해의 소지가 발생할 수 있는데, 그런 위험성을 감수하면서 공개할 이유가 없다. 안건은 이사장이 상정해야 하는 것”이라면서 안건 상정 여부를 표결에 부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권순범 이사는 “공론화는 MBC에서 한 것이기 때문에, 이 문제를 공개 석상에서 논의하는 게 적절치 않다”고 말했다.

서기석 이사장은 “이 사안이 안건으로 성립되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안건 상정 결정을 비공개로 진행하자는 데에 여권 추천 이사들의 의견이 모아지자 김찬태 이사는 "이런 이슈가 생겨 말들이 많으니 사장의 입장과 관련 정보 정도를 보고해달라는 것인데, 입틀막이냐"고 반발하기도 했다. 여권 이사 6인 전원이 비공개 의견을 내면서 이사회는 비공개로 전환됐다. 

☞ 네이버 뉴스스탠드에서 ‘미디어스’를 만나보세요~ 구독하기 클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