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경영진인가, 한전 경영진인가' 지적 나오는 이유
KBS, '5월 수신료 분리징수 본격 전환' 로드맵 수립 '본격적인 분리고지 전환' 노사협의회 문건 입수 4월 수신료 분리납부 신청·민원 업무 이관 5월부터 직접 분리 고지서 발부, 징수 경영진, '종이 신청서·고지서로 미납자 추적 안 돼' 비판에 "억측" 수신료 현장은 "지로용지, 수납률 1% 안 된다고 하지 않았나"
[미디어스=송창한 기자] KBS가 오는 5월 본격적인 수신료 분리징수를 시행한다는 로드맵을 수립한 것으로 확인됐다.
KBS는 이와 관련해 한국전력이 맡고 있던 수신료 분리징수 업무를 맡게 되면 수납내역을 더 정확하게 관리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종이로 분리납부 신청서를 받고, 고지서를 발부하는 것으로 관리가 가능하냐는 내부 비판이 잇따르고 있다.
"5월 1일 본격적인 분리고지 전환"
미디어스는 지난달 25일 열린 KBS 노사협의회 자료 문건을 입수했다. 문건 제목은 <수신료 분리고지 관련 대응 현황>이다. 미디어스는 노사협의회 참여자에게 문건 내용에 대한 사실관계를 확인했다.
문건에 KBS와 한전의 수신료 분리징수 업무 협상 경과가 명시됐다. 문건에 따르면, KBS는 4월 한전으로부터 ▲아파트 수신료 고지대수 입력 ▲아파트 수신료 별도 납부 신청접수 ▲아파트 수신료 관련 민원 등의 업무를 이관 받는다. 또 '5월 1일 검침분부터 본격적인 분리고지 전환(예정)'이 적시됐다.
KBS는 수신료 분리납부를 신청한 아파트 가구에 대해 직접 고지서를 발급하고 수신료를 징수한다는 계획이다. 문건에 적시된 '분리고지 추진 방안'과 'KBS 분리징수 방안'에 따르면, 일반주택과 영업장의 경우 한전이 전기료와 분리된 별도의 수신료 고지서를 발급한다. 아파트의 경우, 한전이 단지별로 전기요금 총액과 수신료 총액을 분리해 고지서를 발급하되, '미신청세대는 기존대로 관리주체가 관리비와 통합고지·징수하고 분리고지 신청세대만 KBS가 별도 고지·징수(KBS 자체 고지서 발급)'하는 방안이다.
KBS와 위수탁 계약을 통해 수신료 징수 업무를 대행하는 한전은 수신료 분리징수 시행령 공포 이후 관련 법령을 위반하고 있는 상황이다. 아파트 등 공동주택에 대한 수신료 분리징수 업무를 누가 맡아서 할 것인지를 두고 KBS-한전-관리사무소가 분쟁을 벌였기 때문이다.
기존 수신료 통합징수 체계에서 아파트와 같은 공동주택의 경우, 수신료를 관리비에 포함시켜 납부했다. 아파트 관리사무소는 아파트 입주자의 전기료 납부를 대행하고 있다. 하지만 수신료 분리징수라는 추가적인 업무가 생겨나면서 관리사무소는 수신료 민원 등 의무 없는 일을 떠맡게 되었다.
한전은 현재 아파트에 통합징수 방식을 유지하면서 분리납부 신청자를 따로 받아 가상계좌를 만들어 관리하고 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이하 언론노조 KBS본부)에 따르면 지금까지 일반주택을 포함한 34만 가구가 한전에 수신료 분리납부를 신청했고, 이 중 95%가 납부하지 않고 있다.
앞서 KBS는 지난달 27일 사내 수신료정보시스템에 "4월 1일부터 아파트의 수신료 관련 업무를 KBS에서 수행할 예정"이라고 공지했다. 하지만 KBS는 아파트 수신료 관련 업무를 맡겠다는 방침을 돌연 보류했다.
"직접하면 수납내역 관리된다"
KBS는 '전산시스템 없이 수신료 분리징수 관련 업무를 맡으면 파국'이라는 내부 비판에 "억측"이라고 반박했다. KBS 내부에서는 수신료 부과 대상에 대한 본인인증 시스템도 없이 분리징수 업무를 수행할 경우, 미납자 추적 등이 어려워져 공적재원이 줄어들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지난달 29일 KBS는 회사 내부망에 <수신료 분리고지 관련, 오해를 바로잡고 사실을 알려드립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게재했다. KBS는 "본격적인 분리고지 전환을 위해서는 한전 협상을 통한 업무처리 기준 설정, 각종 시스템 구축, 금융기관 연계 등 다양한 조치들이 필요하다"며 "그럼에도 마치 아파트 수신료 분리납부 시스템이 분리고지의 성패를 좌우하는 것처럼 주장하며 이를 도입하지 않으면 재앙이 닥칠 것처럼 호도하는 것에는 동의할 수 없다"고 했다. KBS는 수신료 분리징수 업무를 위한 다양한 방안을 '준비 중'이라는 입장이다.
KBS는 아파트 분리납부 가구를 직접 관리하면 수신료 수납내역이 정확하게 관리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KBS는 "한전이 시행한 아파트 분리납부 임시조치로 인해 분리납부 가구의 납부 내역이 정확히 관리되지 않는 문제가 있었다"며 "향후 KBS가 아파트 분리납부 신청을 받아 직접 수신료를 고지·징수하게 되면 수납내역을 정확하게 관리해 수신료 미납금과 가산금을 빠짐 없이 지속적으로 청구할 수 있게 됨으로써 우려하고 있는 문제가 해소될 것"이라고 했다.
또 KBS는 '회사가 수신료 분리고지를 강행한다'는 노조의 비판은 사실과 다르다고 했다. KBS는 "방송법 시행령 개정으로 통합고지가 이미 위법인 상황에서 한전은 법령위반 상태로는 계약관계를 계속 유지할 수 없다는 입장을 강하게 제기하고 있다"며 "회사가 분리고지를 강행하려는 것처럼 주장하는 것은 위와 같은 그간의 경과와 전후 맥락을 전혀 외면한 주장"이라고 했다.
그러나 일선 현장에서 수신료 업무를 맡고 있는 직원의 판단은 달랐다. 한 수신료사업지사의 KBS 직원 A씨는 반박글을 올려 백성철 수신료국장이 1년 전 사내에 게재한 글의 내용과 현 상황이 맞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A 씨는 "내용을 보면 '분리고지에 따른 수납률을 10% 정도'로 본다고 했다. 거슬러 올라가면 '은행납부 수납률이 1%가 채 되지 않았다'고 했다"며 "지금 수신료국에서 추진하고 있는 납부방식이 은행납부 방식인 '지로용지' 방식이 아닌가"라고 따져 물었다.
A 씨는 "그래서 분리고지 시행 전에 '과금체계', 즉 수납 전산시스템과 미납자 추적시스템이 갖추어져야 하는 것이라고 생각된다"며 "이 시스템이 없다면 어떠니 일이 일어나겠나. KBS는 파산의 길로 갈 가능성이 높다"고 잘라 말했다.
또 다른 수신료사업지사의 직원 B 씨는 "공동주택 분리납부 가구를 KBS가 직접 관리하게 되면 '수납이 정확히 관리'된다는 것, 이것을 우려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확실한(강제적) 징수를 담보할 수 있는 체계 자체가 무너진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B 씨는 "현재 징수현장에서 접촉하는 관리사무소·입주민·한전의 반응과 실태를 본다면 KBS가 독자적인 분리납부를 관리하게 되는 순간부터 지금보다 더 큰 규모로 이탈자들이 생겨나고, 분위기에 따라 모든 공동주택 전반이 분리고지로 전환될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B 씨는 "아파트관리사무소가 수신료 업무를 담당·지원할 수 있는 공동주택관리법령의 개정 없이는 우리가 독자적인 시스템을 구축해도 하등 소용이 없다"며 "관리사무소 직원들의 업무수행과 지원 없이는 사업지사에서 할 수 있는 게 없다"고 했다.
언론노조 KBS본부는 지난달 29일 성명에서 "사측은 전산시스템이 없으면 파국이라는 지적이 억측이라며 다양한 방안을 준비하고 있다고 한다. 여기서 핵심은 여전히 ‘준비하고’ 있다는 것"이라며 "결국 공동주택 분리고지가 시행되면 여전히 한 장짜리 신청서를 팩스로 신청받겠다는 것 아닌가. 누차 지적했듯이 본인인증도 안되고 전출입 추적도 안 되고 체납금 부과도 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언론노조 KBS본부는 한전의 계약파기 압박으로 인해 수신료 분리고지를 한다는 회사의 입장에 대해 "당신들은 KBS의 경영진인가, 한전의 경영진인가"라고 따져 물었다. KBS본부는 "분리고지로 인해 생길 법적 쟁점을 해소하지 않고서 분리고지를 시행한다는 것이 합리적인 선택인가"라며 "오히려 정부의 독단적이고 일방적인 정책추진으로 빚어진 일인 만큼 한전을 설득하고 양해를 구해야 하는 것 아닌가. 이것이야말로 상대가 있는 게임에서 KBS 경영진이 능력을 보여야하는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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