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재단 미디어본부장 지시로 'MBC 신뢰도 1위' 삭제
남정호 미디어본부장 중앙일보 기자 출신 로이터연구소 한국 주요매체 신뢰도 조사 통째로 들어내 임오경 "윤석열 정부, MBC 1위 기분 나빠 허위조작 보고서 생산했나" 남정호 "조사 표본에 문제 있다고 판단해 뺐다"
[미디어스=송창한 기자] 한국언론진흥재단이 매년 번역·발간하는 로이터저널리즘연구소의 '2023년 디지털뉴스리포트'에서 한국 언론 현황 부분이 통째로 삭제됐다. 중앙일보 기자 출신 남정호 미디어본부장이 삭제를 지시한 것으로 확인됐다. 로이터저널리즘연구소의 조사 표본을 신뢰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윤석열 대통령 심기경호를 목적으로 허위조작 보고서를 생산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언론재단은 '가짜뉴스 신고 센터'를 운영 중이다. 언론재단이 들어낸 것은 한국의 15개 주요매체 신뢰도 조사 결과다. 해당 조사에서 MBC는 신뢰도 1위를, 중앙일보·동아일보·조선일보는 최하위를 기록했다.
17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문체위) 국정감사에서 더불어민주당 임오경 의원은 영국 옥스퍼드대 부설 로이터저널리즘연구소가 발간하는 '디지털뉴스리포트'를 언론재단이 매년 한국어판으로 번역하고 보도자료를 배포해 홍보한다는 사실을 거론하며 "2023년도 한국어판 보고서에 대한민국은 왜 빠졌나"라고 질문했다.
임 의원은 "로이터저널리즘연구소 보고서 원문을 찾아보니 한국의 주요 매체 뉴스 신뢰도에서 윤석열 정부가 가장 핍박한 MBC가 58%, 1위로 버젓이 기재돼 있었다"며 "'바이든-날리면' 보도 이후 보복수사, 대통령 전용기 탑승 불허, 기자 압수수색 등 그렇게 괴롭히고 못살게 하더니 MBC가 1위에 선정된 것이 국민께 알려지는 것이 싫었냐"라고 따져 물었다.
임 의원은 "얼마나 부끄러웠으면 보고서에서 아예 한국 부분을 통째로 빼버렸을까 싶다. MBC가 1위한 것이 기분 나빴고, 정부에서 한 행동이 있는데 MBC가 1위라는 게 알려지는 게 창피했냐"라며 "질병관리청이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와 관련한 연구용역 결과를 의도적으로 비공개한 것이 논란이 됐는데, 문체위에서도 정보를 고의 누락시키는 허위 보고서를 만드는 일이 있을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했다"고 질타했다.
이에 남정호 언론재단 미디어본부장은 "저희가 로이터연구소(조사)에서 한국 부분을 뺀 이유는 제가 취임하고 나서 조사대상 표본에 약간의 문제가 있다는 것을 발견했기 때문"이라며 "로이터 표본은 온라인을 대상으로만 한다. 그러나 정확한 통계를 하기 위해서는 온라인뿐 아니라 오프라인 사람들까지 조사를 해야 한다"고 답했다.
남 본부장은 "온라인에서 가입한 사람들은 젊은 분이라든지, 성별 부분에서 한쪽으로 몰려 있기 때문에 제가 전문가들과 상의해서, '이것은 약간 문제가 있을 것 같다' 해서 이번에는 제외하는 게 좋겠다고 얘기했다"고 말했다.
이에 임 의원은 남 본부장 답변이 언론재단의 사전 제출 답변과 다르다고 지적했다. 언론재단은 임 의원실에 '보고서에서 한국 언론 현황을 들어낸 별다른 이유가 없다'고 답변했다. 임 의원은 남 본부장에게 "언론재단 실무진에 확인하니 '특별한 이유가 없다', 자체적 판단이라는 답변이 제게 왔다며 "이제까지 원문 자료 그대로 가져와 예산 써가며 보고서를 만들어왔는데 왜 2023년 윤석열 정부는 정보를 조작해 허위보고서를 만들고 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임 의원은 "제가 이 자료를 4권(2020년~2023년)을 봤는데 너무나 정확하게 잘 나와 있더라. (언론재단이)이거보다 잘할 수 있냐"며 "지금이라도 예전처럼 정상적으로 분석하고, 보도자료를 배포해 국민께 진실을 알려야 할 의무가 있다"고 강조했다.
'디지털뉴스리포트 2023' 조사는 지난 1월 13일부터 2월 8일까지 영국의 전문 조사회사 유고브(YouGov)가 주관해 온라인으로 진행됐다. 한국 조사 표본은 2003명으로 연령, 성별, 거주지역, 정치성향 등을 고려했다. 또 인구 총조사, 산업 통계에 근거해 가중치가 적용됐다.
해당 조사의 결과가 전체 인구가 아닌 인터넷 사용 인구를 대표한다는 점에서 한계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남 본부장의 주장하는 한계가 보고서의 특정 내용을 통째로 들어내는 이유가 되기는 어려워 보인다. 이전 연도에 언론재단이 발간한 보고서를 보면, 연구방법 설명란에 인터넷 조사의 한계를 명시하고 내용 누락없이 원본 보고서를 번역·인용했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
한국 주요 매체별 신뢰도는 MBC 58%, KBS·YTN 55%, SBS 53%, JTBC 52%, 연합뉴스TV 48%, 한겨레 40%, 채널A·MBN 39%, 경향신문 37%, TV조선·중앙일보 36%, 동아일보 35%, 조선일보 33% 순이다.
'신뢰하지 않는 매체' 조사에서는 조선일보가 40%의 응답률을 기록해 1위를 차지했다. TV조선 39%, 동아일보 34%, 채널A·중앙일보 32%가 뒤를 이었다. 이어 한겨레 28%, MBN 27%, 경향신문 25%, 연합뉴스TV 21%, MBC 20%, KBS·JTBC 19%, SBS 18%, YTN 17% 순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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