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정 홍보', '부당 해고'…TBS를 어디까지 망가뜨릴 셈인가"

'SEOUL my SOUL' 시정 홍보방송 편성 전 전략기획실장·라디오제작본부장 해고 "시정 방송 없애는데 15년…2023년 다시 시작돼" "TBS 해골 만들어 조각까지 팔아먹겠다는 심산"

2023-10-10     고성욱 기자

[미디어스=고성욱 기자] 전국언론노동조합과 TBS 구성원들이 “부당한 방송 개입 시도와 편성책임자들에 대한 해고통보가 이어지는 등 ‘TBS 망치기’가 예상보다 더욱 빠르고 전방위적으로 진행되고 있다”며 모든 것을 걸고 싸울 것이라고 밝혔다. 

TBS는 지난 6일 저녁 이강택 전 사장 시절 전략기획실장과 라디오제작본부장을 해고했다. 사측은 해고 사유를 밝히지 않고 있다. 또 TBS는 서울시 지원을 받아 <김어준의 뉴스공장>이 송출됐던 평일 오전 7~9시간대에 시정 홍보 방송인 <SEOUL my SOUL>과 11~12시에 서두원 전 SBS 전 보도본부장이 진행을 맡는 <살만한 세상>을 편성했다. TBS 제작PD들은 두 차례 열린 편성위원회에서 이들 프로그램 편성과 서두원 진행자 선임에 대해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다.

언론노조, 민주노총 서울지역본부, 언론노조 TBS 지부, TBS PD협회 등은 10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 언론노조 회의실 '오세훈 서울시장은 TBS를 어디까지 망가뜨릴 셈인가'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사진=언론노조 유튜브 갈무리)

언론노조, 민주노총 서울지역본부, 언론노조 TBS 지부, TBS PD협회 등은 10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 언론노조 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오세훈 서울시장은 박노황 이사장 임명, 일방적인 프로그램 편성, 부당 해고, 방송보도 검열 등 이 모든 사태의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면서 “도대체 어디까지 TBS를 망가뜨릴 셈인가. 지금이라도 책임있게 TBS 정상화를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하라”고 말했다.

윤창현 언론노조 위원장은 ”모양새만 다를 뿐 현재 TBS를 대상으로 진행되는 언론 탄압은 윤석열 정부가 KBS와 MBC를 권력 아래에 무릎을 꿇리고자 하는 시도와 본질이 같다“며 ”오세훈 서울시장과 국민의힘 서울시의회가 추진하는 ‘TBS 국민의힘·오세훈 방송’ 만들기 시도를 규탄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윤 위원장은 ”TBS 재정의 근간이 되는 지원 조례안을 폐지하는 것을 넘어, 이명박·박근혜 시절 연합뉴스를 친정부 언론으로 길들이려다가 직원에 의해 쫓겨난 박노황 씨를 앉혔다"면서 "그는 부임하자마자 정상화를 명목으로 TBS 편성에 마구 개입하는 방송법 위반을 저지르고 있다”고 말했다. 

윤 위원장은 “오세훈 시장과 국민의힘 서울시의회가 TBS 지원조례를 폐지해 TBS 내부를 전쟁터로 만들어 놓고, 시정 홍보 프로그램을 TBS에 내리꽂는 것은 어떻게 설명해야 하냐”며 “결국 TBS가 시민의 방송이 아닌 권력의 방송이 돼야 미래가 보장될 수 있다는 식이면 모든 것을 걸고 싸울 수밖에 없다. 지금부터 벌어지는 모든 책임은 오세훈 시장의 몫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송지연 언론노조 TBS 지부장은 “<뉴스공장> 후속 프로그램이 무엇일까 했는데, 서울시 슬로건을 그대로 가져온 프로그램이다. 출근시간대 시정 홍보 프로그램을 신설한 건 남산 시절로 회귀했음을 보여주는 예”라며 “참담하고 분노스럽다”고 규탄했다. 송 지부장은 “현재 시한부 인생을 살고 있는 TBS에 남은 시간은 두달 남짓”이라며 “이대로라면 공영방송이 사라지는 최초의 광경을 보게 될 것이다. 정권 입맛에 맞지 않는 청취율 1위 프로그램을 만든 대가가 너무 혹독하다”고 토로했다.

송 지부장은 “오세훈 시장은 8개월 전에 폐지된 프로그램의 방송 내용을 문제 삼아 격노하고, 6명의 공무원을 파견해 집중 감사를 하고, 그 책임을 간부 2명에게 지워 해고 통보했다”며 “박노황 이사장은 오자마자 구조조정으로 구성원의 생존권을 위협하고 낙하산 진행자를 내리 꽂았다. TBS를 해골로 만들어 그 뼛조각을 팔아먹겠다는 심산”이라고 비판했다.

송 지부장은 “TBS를 공영방송으로 되돌리지 않는다면 모든 법적 수단을 동원해 끝까지 대항할 것”이라며 “TBS를 살리느냐 죽이느냐에 따라 오세훈 시장의 정치적 결말이 달라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주용진 TBS PD협회 부협회장은 “TBS에서 다시금 언론인들이 해고당하고 있는데, 해고 사실조차 직원들에게 알려지지 않았다”며 “사측이 숨기려던 해고 사유가 한때는 과거의 영광이었던 시사 프로그램에 대한 보복이고 서울시와 서울시의회가 그토록 요구하던 항복의 대가 아니겠냐고 추측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주 부협회장은 “2007년 오세훈 시장은 황금시간대에 서울시 소식을 전하는 프로그램을 만들었는데, 그걸 없애는 데 15년이 걸렸다”면서 “그런데 2023년 TBS 박노황 이사장은 그때와 똑같은 방식으로 시정 프로그램을 편성하는 그때의 전횡이 다시 벌어지고 있다. 서울시와 시의회는 예산을 무기로 TBS 언론인에게 입을 닫으라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주 부협회장은 “TBS 라디오 PD들은 ‘전 전략기획실장과 라디오본부장의 부당해고 철회, 박노황 이사장의 편성 개입 시도 중단, 오세훈 시장의 현 사장 해결 등을 촉구한다”며 “부당 해고와 불법적인 편성권 침해에 끝까지 맞설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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