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이 점 찍은' 문화일보 논설위원, KBS 사장 8부 능선에

박민·이영풍·최재훈 압축…내달 4일 면접 "KBS 이사회, 박민 옹립하기 위한 거수기"

2023-09-27     고성욱 기자

[미디어스=고성욱 기자] KBS이사회가 27일 박민 문화일보 논설위원, 이영풍 전 KBS 신사업기획부장, 최재훈 KBS 부산방송총국 기자를 사장 후보자로 압축했다. KBS 이사회는 다음 달 4일 면접 심사를 거쳐 최종 후보자 1인을 선정하고 윤석열 대통령에게 임명제청한다. KBS 사장은 국회 인사청문 대상이다. 청문회는 다음 달 말 열릴 것으로 예측된다.

현재 ‘박민 사장 내정설’이 돌고 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는 “사장 선임 과정이 박민을 옹립하기 위한 거수기에 불과했다”며 재공모를 촉구했다. 보수성향 KBS노동조합은 박민 후보자가 사장에 선출될 경우 KBS이사회를 고발하겠다는 방침이다.

서울 여의도 KBS 사옥 (사진=KBS)

박민 후보자는 문화일보 논설위원 출신으로 법조언론인클럽 회장을 지냈으며 지난 5월부터 서울대 출신 언론인 모임 관악언론인회 회장을 맡고 있다. 서울대 정치학과 출신인 박민 후보자는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 대학 후배다. 또 최근 표결로 선출된 류희림 방송통신심의위원장 역시 법조언론인클럽 회장을 지냈다. 

박민 후보자는 경영계획서에서 ▲뉴스와 시사프로그램의 공정성 확립 ▲비효율적 인력과 조직 체계 재정비 ▲재정위기 극복에 모든 역량 동원 ▲수신료 분리징수 위기에 대한 대응 ▲방송제작 시스템 혁신 ▲고품격 프로그램 제작 ▲재난방송 역량 고도화 ▲지역 방송 활성화 ▲디지털 미디어 혁신 등을 추진 과제로 내세웠다.

그는 사장 취임 직후 불공정 보도에 대한 사과 및 재발방지 다짐 기자회견을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불공정 방송 TV·라디오 프로그램 진행자 즉시 교체 ▲오보 당사자 엄중 문책 ▲제작 자율성 명목으로 약회된 게이트 키핑 대폭 강화 및 거부 제작자 업무 배제 등을 시행하겠다고 했다. 

KBS 이사회는 27일 이사회를 열고 보궐사장 후보자 3인을 압축했다. (왼쪽부터) 박민 전 문화일보 논설위원, 이영풍 전 KBS 신사업기획부장, 최재훈 KBS 부산방송총국 기자 (사진=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

박민 후보자는 KBS 최대 현안인 ‘수신료 분리징수’ 대응방안으로 ▲한전과 적극적 협상 ▲동일 고지서에 절취선 제작 추진 ▲분리징수 희망자 수렴 및 그 외 가구 현행 징수 ▲CATV·IPTV 가입자 정보 확보 및 활용 ▲관리비 징수대상에 수신료 포함 추진 등 원론적인 대책을 내놓았다. 방만 경영 비판과 관련해 박민 후보자는 저성과자를 퇴출하고, 호봉제를 폐지한다는 계획이다.

최재훈 후보자는 KBS 부산총국에서 기자생활을 했으며 사회부장, 보도국장을 역임했다. 2003년에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 편집국장을, 2007년부터 KBS노조에서 활동했다. 2009~2010년까지 KBS노조 위원장을 지냈다.

최재훈 후보자는 경영계획서에서 ▲KBS 공적책무 협약 제도 도입 및 KBS 재원산정위원회 설치를 통한 수신료 제도 안정화 ▲대체 공적재원 마련 등을 통해 ‘수신료분리징수’ 위기를 타개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점진적으로 수신료를 폐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최재훈 후보자는 편성규약 6조 4항과 7조 4항 개정 또는 삭제를 통해 정치편향성 논란을 해소하겠다고 했다. 해당 조항은 ▲책임자는 실무자의 취재 및 제작내용이 자신의 의견과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수정하거나 실무자에게 불이익을 주어서는 안 된다 ▲실무자는 직업적 신념에 반하는 프로그램의 취재 및 제작을 강요받을 경우 이를 거부할 권리가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 최재훈 후보자는 KBS 구성원을 대상으로 ‘정치적 중립 담보 규정안’을 마련하겠다고 했다.

KBS 이사회 (사진=KBS)

이영풍 후보자는 2001년 KBS에 입사했으며 시사팀장, 국제팀장, 신사업기획부장 등을 지냈다. 이영풍 후보자는 지난해까지 KBS노조 정책공정방송실장을 맡았다. 그는 사내에서 ‘김의철 사장 퇴진 운동’을 벌였으며 이 과정에서 보수시민단체가 KBS에 난입하는 일이 발생했다. 그는 지난달 ▲업무 지시 불이행 ▲사내 질서 문란 ▲업무 복귀 명령 불이행 ▲외부인 불법 행위 유발 등으로 해고됐다.

이영풍 후보자는 ▲보도 프로그램 관련 국장 임명동의제 폐지 ▲KBS 2TV 민영화 ▲현재 인력의 절반 감축 ▲편성규약 및 보직자 임명동의제 전면 재검토 ▲핵심 뉴스(재난방송) 제외한 모든 프로그램 제작 중단 ▲특별감사기관 ‘KBS정상화추진단’ 신설 등의 공약을 내세웠다.

언론노조 KBS본부는 이날 성명을 내어 “이처럼 깜냥 안 되는 두 인물(최재훈·이영풍)을 최종 후보 3인에 올린 것은 KBS이사회가 현 정권이 점 찍어놓은 박민이라는 인물을 사장으로 옹립하기 위한 거수기에 불과하다는 방증”이라며 “공영방송 훼손을 목적으로 점령하듯 들어오는 사장은 용납할 수 없다”고 말했다. KBS본부는 재공모를 촉구했다. KBS노동조합·대한민국언론인총연합회·KBS방송인연합회는 26일 성명을 내어 박민 논설위원이 KBS 사장에 임명될 경우 이사회를 고발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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