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중위원장, 방심위원장 '가짜뉴스 근절' 협력 요청에 "직무 벗어난 일"

류희림 방심위원장, 언중위 방문해 "협력방안 얘기하자" 이석형 언중위원장 "독립적으로 업무 수행" "부처·기관과의 연합 부적절" 방심위, 21일 '가짜뉴스 근절 대응방안' 발표

2023-09-21     송창한 기자

[미디어스=송창한 기자] 이석형 언론중재위원장이 '가짜뉴스 근절 패스트트랙'을 추진하고 있는 류희림 방송통신심의위원장의 협조 요청에 대해 "직무에 벗어난 일"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언론중재위는 법률과 양심에 따라 독립적으로 언론보도 분쟁을 조정하는 기구로, 특정 부처나 기관과 협업을 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것이다.  

21일 류희림 위원장은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 언론중재위에서 이석형 위원장을 만나 "방통심의위원장이 언론중재위원장을 한 번도 만난 적 없다고 하더라. 제가 취임하고 제일 먼저 외부기관을 공식 방문한 게 이 자리가 처음"이라며 "아시다시피 지금 온라인, 유튜브에서 여러 유해·불법 콘텐츠가 굉장히 사회 문제가 되고 있는 상황에서 언론중재위와 협력방안을 얘기하려고 인사드린다"고 말했다. 

이석형 언론중재위원장(왼쪽), 류희림 방송통신심의위원장 (사진=연합뉴스)

이에 이석형 위원장은 "잘 아시겠지만 (언론중재위는)독립기관이지 않나. 법률과 양심에 따라 독립해서 업무를 처리하도록 법에 규정돼 있다"며 "다른 어떤 부처나 기관과 연합해서 뭘 해야 한다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만약 (연합)하게 된다면 위원장으로서 직무를 벗어나는 일"이라고 말했다. 

이석형 위원장은 "또 언론중재위에 18개 중재부, 90명의 중재위원이 있는데 어떤 사건에 대해 사법기관처럼 독립해서, 어떤 간섭을 받지 않고 일한다"며 "저의 위치도 전체 통할은 하지만 각 중재부에 지시한다거나 간섭한다거나 그럴 수 없는 것을 잘 아실 것"이라고 했다. 류희림 위원장은 "너무 잘 안다"고 답했다. 

이석형 위원장은 "언론중재위 입장에서는 언론의 자유와 공적 책임에 관해 얼마나 균형 있게 기능을 해야 하는가라는 차원에서 항시 균형을 맞춰 일하고 있다"며 "1년  전 정치권에서나 사회적으로 '가짜뉴스'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제 얘기가 있었는데, 일부에서는 찬성했지만 일부에서는 적극적으로 언론자유 침해라며 반대했고 본회의 직전에 (법안이)표류했다"고 짚었다. 

방송통신위원회(위원장 이동관, 이하 방통위)는 지난 18일 인터넷 매체 보도를 '신속심의 대상'으로 규정하는 이른바 '가짜뉴스 근절 패스트트랙'을 발표했다. 방통심의위에 '가짜뉴스 신고 창구'를 마련하고 신속심의를 진행한 뒤 포털 사업자에게 '선제적 조치'를 요청하겠다는 구상이다. 일방의 주장에 의해 언론 보도가 인터넷 상에서 차단될 수 있다는 점에서 언론자유 침해 논란이 불가피하다. 

방통위는 정책의 구체적인 내용은 방통심의위가 발표할 것이라고 했다. 방통심의위는 21일 '가짜뉴스 근절 패스트트랙'의 구체적인 방안을 발표한다. 방통심의위의 가짜뉴스 대응방안 계획·발표는 사전에 내부 협의를 거치지 않은 류희림 위원장의 독단적 결정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류희림 위원장은 이 같은 내부 비판에 "위원장 결정 사안"이라는 입장이다.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 (사진=연합뉴스)

방통위는 '가짜뉴스'에 대한 정의와 판별기준에 대한 설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배중섭 방통위 '가짜뉴스 근절 TF' 단장은 '현행 언론중재위원회 조정 제도의 경우 합의가 불발되면 사법부가 신중하게 판단하게 되어 있는데, 방통심의위가 신속심의한 가짜뉴스가 추후 사실로 드러나면 어떻게 되나'라는 기자 질문에 "가짜뉴스의 정의와 판별 기준이 명확하지 않은 상태에서 가짜뉴스를 판별하는 것은 쉬운 일은 아니다"라면서도 "그래서 방통심의위에서 구체적이고 충분하게 논의해서 결정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배 단장은 '인터넷 언론에 대해 통합심의를 한다면 언론중재위 기능이 축소되는 것 아닌가'라는 질문에 "축소된다고 말하기는 어렵다"고 답했다. 배 단장은 "그동안 방통심의위가 보도 관련 사항을 언론중재위에 이첩했던 관행을 개선해 보다 적극적으로 인터넷 언론보도를 심의하겠다는 차원"이라고 했다. 그러나 언론중재위 조정 제도는 즉각적인 삭제·차단을 결정하는 제도가 아니라는 점에서 방통심의위의 가짜뉴스 신속심의는 언론중재위 기능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한편, 방통심의위는 미디어스 보도와 관련해 해명자료를 내어 "류희림 위원장은 오늘 오전 언론중재위를 방문해 이석형 위원장과 만남에서 양 기관의 기능 및 현황을 설명하였다"며 "다만 이 자리에서 양 기관은 방송뉴스 분야에 대해 중재기관과 심의기관으로서 각자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고 있고, 앞으로 인터넷 언론사 등의 '가짜뉴스'에 대해 서로 중복되지 않는 범위에서 상호간 의견 교환 등 협력하기로 논의하였으며, 이석형 위원장도 방통심의위의 입장을 존중한다는 뜻을 밝혔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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