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심위, ‘윤석열 수사 무마 의혹' 인용보도 무더기 '과징금' 결정
방송소위, KBS·JTBC·YTN 긴급심의 결과 언론 보도 과징금 제재 이례적 15개 프로그램 모두 의견진술 결정 야권 위원 긴급심의 거부 “탈법적"
[미디어스=고성욱 기자] 여권 추천 방송통심의위원들이 뉴스타파의 ‘윤석열 수사 무마 의혹 보도'를 인용한 KBS·JTBC·YTN에 대해 최고 수위 징계인 ‘과징금’ 제재를 예고했다. 추후 열릴 전체회의에서 제재 수위가 확정된다. 과징금 액수 또한 전체회의에서 결정된다. 언론 보도에 대한 과징금 제재는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방통심의위원회 방송소위는 19일 긴급심의에 상정된 KBS·JTBC·YTN·SBS에 대한 제작진 의견진술을 진행했다. MBC는 의견진술 연기를 요청했다. 해당 프로그램 심의 전 야권 추천 위원들은 긴급심의 강행에 반발하며 퇴장했다.
퇴장에 앞서 옥시찬 위원은 “김만배 녹취록의 거짓된 부분과 사실의 부분을 구별하지 못하고 있고, 안건에 올라온 보도에 어떤 부분이 잘못됐는지 모른다. 명확한 내용이 밝혀질 때까지 심의를 보류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지적했다. 옥 위원은 “탈법적인 가짜뉴스 심의는 법률의 정신에 위배되기 때문에 모든 심의를 거부한다”며 “방통심의위는 류희림 위원장 개인의 놀이터가 아니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유진 위원은 “긴급심의 결정 과정에서 절차적 하자가 있고, 다른 언론사의 보도를 인용했다는 이유만으로 1년이 지난 보도를 긴급 심의하는 것 자체가 방송사에 부당한 압박”이라며 “의견진술은 방송사의 방어권을 위한 것인데 이 방어권이 이 자리에서 행사될 수 있는지 의문이다. 심의를 거부한다”고 밝혔다.
그러자 류희림 위원장은 “이 사안은 대선 직전 대선판을 흔들려고 했던 중대한 사안이고, 인터뷰가 조작됐다는 것은 사실”이라며 “방송사들이 이 사실을 시인하고 사과까지 했다”며 심의를 이어갔다.
여권 추천 위원들은 KBS·JTBC·YTN 의견진술자를 향해 ▲뉴스타파 보도가 악의적으로 왜곡됐다 ▲뉴스타파 보도를 사실로 전제해서 인용했다 ▲녹취록 전문을 확인하지 못했으면 보도해서는 안 됐다고 주장하며 이를 인용한 것에 대한 사과를 요구했다.
이 같은 지적에 KBS 관계자는 “이 녹취록을 가지고 신문사를 포함해 유력 언론사에서 단 한곳만 보도하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 보도 여부에 대해 전문가 조언이나 내부 논의를 거쳤다”며 “해당 보도는 뉴스 가치·반론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당시 뉴스룸 판단의 결과물”이라고 말했다.
KBS 관계자는 "수사권이 없는 언론에서 100% 사실관계를 검증하는 데 한계가 있다"면서 "언론이 자성 해야 할 부분의 윤리적 문제가 있으나, 징계 대상이 된다면 언론이 어떻게 의혹 보도를 할 수 있겠나”라고 말했다. 이어 “판단할 때 언론의 자유가 위축되서는 안 된다는 점을 염두에 둬 달라”고 덧붙였다.
이전까지 방송보도와 관련해 과징금이 결정된 것은 KNN 사례가 유일하다. 류희림 위원장은 “과거 KNN의 경우 기자 개인의 일탈로 과징금 제재가 부과된 적이 있는데, 그것과 비교가 안 되는 중대한 사안”이라고 했다. 하지만 경우가 다르다. 지난 2019년 KNN은 기자가 자신의 목소리를 변조하고 허위 인터뷰를 수차례 진행해 3000만 원의 과징금이 부과된 바 있다. 인용 보도 한 건으로 과징금 제재가 결정된 것은 이례적이다.
SBS 인용보도는 의견진술을 거쳐 ‘문제없음’이 결정됐다. 류희림 위원장은 SBS 보도를 두고 “다른 방송사와 달리 균형잡힌 시각으로 보도해 그 배경을 듣고 싶어 의견진술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법정제제 전 방송사의 방어권 보장을 위해 진행하는 의견진술 과정을 좋은 보도 사례 소개하기 위해 실시했다는 얘기다.
류희림 위원은 SBS 의견진술자에게 “당시 뉴스타파 녹취를 다른 방송사들이 다 인용했는데, SBS만 녹취를 사용하지 않은 이유가 무엇인가”라고 물었다. 이에 SBS 관계자는 “녹취록 자체가 온전한 것인지에 대해 확신이 없었다”며 “처음 녹취를 들었을 때 뭔가 편집이 됐나 싶었다. 이번에 전문을 보니 그것은 아니었던 거 같고, 그냥 좀 뭉개져서 들렸던 것 같다”고 답했다.
한편 이날 방송소위는 ‘윤석열 수사 무마 의혹’을 보도한 ▲MBC <PD수첩> ▲KBS 라디오 <주진우 라이브> ▲KBS 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 ▲TBS 라디오 <신장식의 신장개업> ▲YTN 라디오 <이동형의 뉴스 정면승부> ▲JTBC <뉴스룸> ▲TV조선 <뉴스9> ▲JTBC <썰전 라이브> ▲채널A <뉴스 TOP10>, <뉴스A LIVE> ▲MBN <종합뉴스>, <굿모닝 MBN> ▲연합뉴스TV <뉴스포커스>에 대해서도 의견진술을 결정했다.
류희림 위원장은 "방송사들이 녹취록 자체가 조작됐을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인용해야 하는데, 마치 사실인 양 전한 방송사도 있고 다양하다. 취재과정을 꼭 한 번 짚고 넘어가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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