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통위, 방송사 '팩트체크 실태점검' 착수…내친 김에 내용심의?

뉴스타파 보도 인용한 KBS·MBC·JTBC 우선 점검 대상 "공정성·객관성 확보 계획 이행 점검"… 데스킹·내용 들여다보나 '가짜뉴스·허위정보 보도' 단정에 "허가·승인 취소 가능" "'실태점검' 형식 논리로 방송사 불심검문"

2023-09-07     송창한 기자

[미디어스=송창한 기자]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 위원장 이동관)가 뉴스타파 '김만배 음성파일' 보도를 인용한 지상파·종편·보도PP를 대상으로 '팩트체크 검증 시스템 실태점검'에 나선다고 밝혔다. 

방통위는 이번 실태점검 결과를 바탕으로 재허가·재승인 조건 위반여부를 검토하겠다고 했다. '가짜뉴스 생산 언론 원스트라이크 아웃제'를 천명한 이동관 방통위원장이 취재·보도 검사를 통해 방송사 허가를 취소하려는 것으로 해석된다. 정부가 언론사 보도를 '내용심의'한다는 비판이 제기될 것으로 보인다.  

이동관 신임 방송통신위원장이 28일 오전 정부과천청사 내 방송통신위원회에서 열린 취임 후 첫 전체회의에 참석해 개의를 알리는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방통위는 7일 보도자료를 내어 "지난 대선 과정에서 논란을 빚은 가짜뉴스 및 허위정보 보도와 관련해 KBS·MBC·JTBC 등 지상파, 종편·보도PP 등의 팩트체크 검증 시스템에 대해 실태점검에 나서기로 했다"고 밝혔다. 

방통위는 "방송법 제17조에 따라 지상파, 종편‧보도PP 등에 대해 재허가‧재승인을 하고 있으며, 제출한 사업계획서의 성실한 이행을 조건으로 부과하고 이에 대한 이행여부를 점검하고 있다"며 "해당 방송사가 재허가‧재승인 시 제출한 방송의 공정성 및 객관성 확보 계획에 대한 이행여부를 점검한 후 재허가‧재승인 조건 위반여부를 검토할 예정"이라고 했다. 

방통위는 "재허가‧재승인 조건 위반으로 확인되는 경우 시정을 명령할 계획"이라며 "시정명령을 이행하지 않을 경우 허가‧승인 취소, 유효기간 단축, 업무정지 등의 처분이 가능하다"고 했다. 방통위는 "먼저, KBS‧MBC‧JTBC에 대해 실태점검을 실시한 후 필요한 경우 타 방송사로도 확대해 나갈 예정"이라며 "향후 예정된 재허가‧재승인 심사시에도 관련 사안에 대해 중점적으로 점검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방통위의 이번 실태점검에 대해 한 국회 관계자는 미디어스와 통화에서 "특정 방송사업자에 정치적 압박을 행사하거나 통제·관리하기 위한 목적"이라며 "만약 내용심의로 흐른다면 그 자체가 모순이다. 내용심의의 전권은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통심의위)가 가지고 있고, 심의에서 결정되면 그걸 집행하는 권한만 갖고 있는 게 방통위"라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방통위가 실태점검에 착수한 시기에도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통상 방송사업자가 제출한 이행계획서의 내용은 점검 시기가 정해져 있기 마련인데, 특정 보도를 이유로 갑작스럽게 실태점검에 착수한 것으로 보인다는 지적이다. 관계자는 "이행계획서에 관련 내용이 포함돼 있는지 볼 필요가 있고, 들어가 있다면 정해져 있는 기간별 이행 점검에 해당되는지 봐야 한다"며 "(보도한 지)한참 시간이 지났던 내용을 이렇게 긴급하게 할 이유가 없다"고 했다. 

김동찬 언론개혁시민연대 정책위원장은 "사업계획서대로 잘 이행하는지 검토하는 것 자체는 원칙적으로 잘못된 것은 아니다"면서 "그런데 방통위가 지금까지 사업계획서의 내용을 일일이 하나씩 점검해왔느냐 하면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사업계획서 이행 여부를 꼼꼼하게 점검하지 않는다고 지적하면 '명시적인 주요 조건을 점검하고 사업계획서 전반에 관한 것은 재허가·재승인 심사할 때나 한 번 살펴본다'고 답한 게 방통위"라고 덧붙였다. 

김 위원장은 "지금의 맥락은 정치적 이유에 의해 형식논리를 가져와 방송사를 압박하는 수단으로 사용하고 있다고 봐야 한다"면서 "지금처럼 불심검문 하듯 해버리면 절차는 왜 있나. 구체적인 점검 방법은 나오지 않는데, 과도할 경우 언론에 대한 정부의 직접적 개입과 간섭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방송통신위원회 9월 7일 보도자료 갈무리

2022년 3월 6일 뉴스타파는 <[김만배 음성파일]“박영수-윤석열 통해 부산저축은행 사건 해결”>보도에서 '대장동 사건' 김만배 씨가 윤석열 부산저축은행 부실대출사건 주임 검사, 박영수 변호사(전 국정농단사건 특검)를 통해 부산저축은행 대장동 불법대출 브로커 조우형 씨에 대한 수사를 무마했다고 밝힌 녹음파일을 공개했다. 

해당 녹음파일은 2021년 9월 15일 신학림 씨와 김만배 씨의 대화내용으로 당시 신학림 씨는 뉴스타파 전문위원으로 '김만배 음성파일' 보도에 참여했다. 뉴스타파는 2022년 3월 4일 녹취록과 녹음파일을 신학림 씨로부터 전달받았다. 검찰은 최근 신학림 씨에 대한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검찰은 신학림 씨를 배임수재 및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로 수사하고 있다. 신학림 씨는 언론·재벌·정치권의 혼맥지도를 담은 책 3권을 2021년 9월 20일 김만배 씨에게 판매했다는 입장이다. 정부여당은 뉴스타파 보도를 '허위 인터뷰'로 규정하고 정치적·법적 공세 수위를 높여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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