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승규 대통령실 수석, 이번엔 'MBC 앞 관제데모 요청' 의혹

더탐사, 강 수석 통화녹음 공개 "MBC 저놈들 어떻게 해야 돼요…누구는 '매국언론'이라 그러더라" 'MBC 앞 집회해야 한다'고 하자 강승규 "주변에 좀 그렇게 해달라" MBC "작년 9월부터 연말까지 31차례 외부인 집회 신고" 지난달 '국민의힘 전당대회 개입 의혹' 녹취록 논란

2023-09-06     고성욱 기자

[미디어스=고성욱 기자] 강승규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이 MBC의 ‘윤석열 대통령 욕설 논란’ 보도와 관련해 시위를 요청했다는 통화 녹음이 공개돼 파장이 일고 있다. 실제로 강 수석의 통화 이후 MBC 앞에서 서른 번이 넘는 집회가 신고됐다고 한다.

MBC <뉴스데스크>는 5일 인터넷 매체 ‘시민언론 더탐사’가 공개한 강승규 수석과 A 씨의 전화통화 내용을 전했다. 통화 시점은 지난해 9월 ‘윤석열 대통령의 욕설 논란’ 당시이며 강 수석은 MBC의 보도를 ‘매국언론’이라고 지칭했다. 

해당 통화에서 강 수석은 “MBC 저놈들 어떻게 해야 돼요. 저거 저거 완전히...”라며 적대감을 드러내고 해당 A씨에게 해결 방안을 물었다.

5일 MBC '뉴스데스크' 보도화면 갈무리

A 씨가 “내가 오늘 항의전화를 한 20분 동안 했어 MBC에. (중략)MBC는 조작이에요”라고 말하자 강 수석은 “누구는 그런 거를 ‘매국언론’이라고 그러더라”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A 씨는 MBC가 국격을 떨어뜨리고 대통령의 명예를 훼손한 걸 그냥 두고 가면 안 되고, MBC 사옥 앞에 가서 시민들을 동원해 시위를 하겠다며 “이거 조져야 돼. 시위도 하고, MBC 앞에 가서 우파 시민들 총동원해가지고 시위해야 돼요”라고 말했다. 이에 강 수석은 “그래요. 주변에 좀 그렇게 해 주세요. 주변에 그렇게 좀 전하세요”라고 당부했다.

강 수석은 A 씨와의 또 다른 통화에서 “내일 내가 저녁 두세 사람하고 같이 하려고 하는데 같이 하실래요. 소00 씨 아시나”라고 물었다. 이에 A 씨가 “잘 안다”고 하자 강 수석은 “그러니까 이00, 소00, 우리 0 프로님하고 셋이 저녁 같이 할게. 그러면 용산 00라고 있는데 거기에다가 예약 해놓고 장소 찍어 줄게요”라고 말했다.

MBC는 “대화에 등장한 소 모 씨는 보수 유튜버”라며 “통화 뒤로 추정되는 9월 28일, 그는 서울 상암동 MBC 사옥 앞에서 시위에 나섰다. 취재 결과 강 수석의 두 차례 통화 뒤인 것으로 보이는 작년 9월 27일부터 연말까지 MBC 앞에서는 31차례의 외부인 집회가 신고됐다”고 보도했다. 해당 남성은 MBC에 강 수석과 밥은 먹은 사실이 있지만, 집회 관련한 사안은 아니었다고 전했다.

강 수석이 시위에 대한 보상을 언급한 정황도 드러났다. 강 수석은 MBC 앞에 시위를 요청한 지난해 9월 26일 A 씨와의 통화에서 “얼마나 고생이 많으셔”라며 “하여튼 뭐라도 좀 찾아보려고 하고 있고요”라고 말했다. MBC는 “‘뭐라도 찾아보겠다’는 강 수석의 말은 이 남성에게 물질적 사례든, 어떤 자리든, 무언가 보상을 해줄 방안을 찾고 있다는 말로도 해석된다”고 말했다.

MBC에 따르면 지난해 9월 27일부터 10월 14일까지 소씨 성을 가진 집회 신고자가 11차례, 대통령실 비서관과 MBC 기자의 설전이 벌어진 뒤인 지난해 12월 1일 이후에 김 모 씨가 16차례의 MBC 앞 집회를 신고했다.

MBC는 “강 수석에게 수차례 전화를 걸고 문자로도 입장을 물었지만 답변이 오지 않았고, 강 수석과 통화한 남성 역시 전화를 받지 않았다”면서 “대통령실은 강 수석의 녹취 내용과 관련한 질문에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고 전했다.

5일 MBC '뉴스데스크' 보도화면 갈무리

지난달 강 수석이 국민의힘 당 대표 선거에 개입한 정황으로 볼 수 있는 통화 녹음 파일이 공개돼 파문이 불거졌다. KBS 보도에 따르면 강 수석은 국민의힘 전당대회 당 대표 선거 후보자 등록을 한 달 앞둔 올 1월 당시 출마 선언을 했던 강신업 변호사 측 인사 B 씨와의 통화에서 강 변호사의 출마를 자제시켜달라고 요청했다.

강 변호사는 B 씨에게 “저기, 강신업 변호사 출마 좀 자제시킬 수 없을까”라며 “왜냐하면, 전선이 지금 이렇게 V가. 이번에는 당 대표 최고위원이고 V가 그림을 그려서 총선을 내년에 V 얼굴로 치러야 되잖아요”라고 말했다. 통상 V는 대통령을 의미한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번 강 수석의 통화 녹음 공개와 관련해 “대통령실이 언론을 탄압하기 위해 관제데모를 지시했다면 용서할 수 없는 중대 범죄”라며 “사퇴로 끝날 일이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강선우 민주당 대변인은 5일 브리핑에서 “대통령의 국정 운영을 보좌하라고 했더니, 대통령의 심기 보좌만 하고 있었다는 말인가”라며 “더욱이 대통령의 격노가 두려워 관제 데모를 부추겨 국민을 기만하려 했다니 충격적”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강 대변인은 “대통령실은 국민의힘 전당대회 개입 논란처럼 ‘지인과의 일반적인 대화’라며 어물쩍 넘어갈 생각 말라”며 “강승규 수석은 이 엄청난 의혹에 대해 국민이 납득할 수 있게 입장을 밝히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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