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 국힘 연찬회 발언에 "모든 세력과 싸우려해"

2년 연속 국힘 연찬회 참석해 '전 정권', '언론' 탓 쏟아내 김준일 "대통령, 연찬회 잘 참석 안하는데 위화감 없다" 김민하 "여당, 야당일 때 협치 안한다고 비판…이율배반적" 김종배 "국정이 투쟁 통해 상대방 제거하는 것인가"

2023-08-29     고성욱 기자

[미디어스=고성욱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국민의힘 연찬회에서 “언론을 야당 지지세력이 잡고 있어 24시간 정부 욕만 한다” “국정운영권을 가져오지 않았다면, 이 나라가 어떻게 됐을지 아찔하다” “후쿠시마 오염수 하는데, 1 더하기 1을 100이라 하는 세력과 싸울 수밖에 없다” 등의 발언을 쏟아냈다. 이를 두고 “모든 세력과 싸우려 한다”는 평론가들의 비판이 이어졌다.

윤 대통령은 28일 국민의힘 소속 의원, 각 부처 장·차관 등이 모인 연찬회에 “제일 중요한 게 이념”이라며 “철지난 이념이 아니라 나라를 제대로 끌어갈 철학이 이념이다. 굉장히 중요한 문제로 철지난 엉터리 사기 이념에 매몰되고 거기에 대해서 우리가 '아, 우리 당은 이념보다는 실용이다' 하는데 기본적으로 분명한 철학과 방향성 없이 실용이 없다"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28일 인천에서 열린 2023 국민의힘 국회의원 연찬회 만찬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그러면서 윤 대통령은 “국가안보, 군, 공안기관 등 공권력을 집행해야 하는 법집행 기관, 우리의 경제 정책들을 세부적으로 다 뜯어보니 정말 표도 안 나오고 조금조금씩 내실 있게 만들어 가는 데에 벌써 1년 서너 달이 훌쩍 지났다”며 “우리가 지금 국회에서 여소야대에다가 언론도 전부 야당 지지 세력들이 잡고 있어서, 그래서 24시간 우리 정부 욕만 한다”고 주장했다.

일본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비판 여론을 두고 윤 대통령은 “거기에 대해서 나오는 거 보시라. 도대체가 과학이라고 하는 것을 1 더하기 1을 100이라고 하는 사람들”이라며 “이런 세력들하고 우리가 싸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전 정부 탓도 이어졌다. 윤 대통령은 “기업도 망하기 전에 기업을 보면 아주 껍데기는 화려하다. 그런데 그 기업을 인수해 보면, 안이 아주 형편없다”면서 “정말 정부를 담당해보니까, 우리가 지난 대선 때 힘을 합쳐서 그야말로 국정운영권을 가져오지 않았더라면, 이 나라가 어떻게 됐겠느냐 하는 정말 아찔한 생각이 많이 든다”고 말했다.

이 같은 발언에 대해 김준일 뉴스톱 수석 에디터는 29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2년 연속 연찬회를 참석한 게 윤 대통령이 처음으로 알고 있다”며 “원래 당정 분리 때문에 (대통령이 연천회에)잘 참석을 안 하는데, 매우 이례적이지만 당연하게도 당정 일치를 내세운 정부 여당에는 위화감이 없다”고 꼬집었다.

김 수석에디터는 “윤 대통령의 발언을 보면서 ‘타고난 파이터’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모든 세력과) 다 싸우겠다는 거잖냐, ‘언론이 24시간 정부 여당 욕만 한다’ 발언은 이제 방송통신위원장도 새로 임명했으니 언론과 싸우겠다는 것이고, (야당과는) 방향이 안 맞으니 협치할 수 없고 싸우겠다는 것이고, ‘이념’은 예를 들면 홍범도 장군 흉상 이전 논란이 있지 않나, 이런 것도 싸우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 수석에디터는 “전체적으로 보면 국정 철학에 변함이 전혀 없고,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가겠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민하 시사평론가는 같은 날 KBS 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서 “물론 대통령도 정치인이기 때문에 정치적 발언과 행보를 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국가 지도자 차원에서 보면 바람직한 정치의 모습이어야 하는데, 과연 대통령이 이렇게 얘기하는 것에 대해 바람직한 정치라고 생각하는 국민이 있을까. 상당히 우려된다”고 밝혔다.

김 시사평론가는 “또 일종의 전 정권 책임론을 제기했는데, 이렇게 얘기하려면 구체적으로 어떤 부분에 문제의식을 가지게 됐는지 같이 얘기해 줘야 하는데, 그냥 총체적으로 싸잡아서 얘기한 것”이라며 “지도자는 정파의 수장이 돼서는 안 된다. 국가 지도자로서의 역할을 해야 하기 때문에 야당과 협치도 해야 하고, 포용적이어야 한다. 지금 여당도 전임 정부 때 그런 차원의 비판을 많이 했었잖냐”고 지적했다. 김 시사평론가는 “‘뒤로 가겠다는 세력과 협치는 못한다’ 이런 식으로 싸우자 얘기하는 건 이율배반적”이라고 덧붙였다.

김종배 시사평론가는 이날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1 더하기 1을 100이라고 하는 사람하고는 싸울 수밖에 없다’는 윤 대통령의 발언을 거론하며 “국정이라는 것이 투쟁인지 물어보고 싶다”며 “이 사람들은 설득의 대상이 아닌, 투쟁해서 제거해야 하는 또는 징치해야 하는 대상인가. 그게 국정인가”라고 반문했다.

김 시사평론가는 “윤 대통령이 강조하는 이념전이 정말로 ‘뉴버전’이라고 봐야 하는 것인가”라고 지적하며 “오히려 다수의 사람들은 옛날 냉전 시대의 공산주의 진영대 자유주의 진영 간의 대립 구도에서 접근하고 있는 것 아니냐. 이 자체가 너무 낡았다고 지적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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