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뉴스 대응 예산' 최우선으로 챙기겠다는 이동관

[인사청문회 사전 답변서] 레거시·포털·SNS·1인 등 미디어 생태계 전반 '통제' 강화될 듯 '정보통신망 허위사실 징벌적 손배제' 취지 "공감" "기자·대변인·홍보수석 시절 '가짜뉴스' 관련 행위 전혀 없었다"

2023-08-18     송창한 기자

[미디어스=송창한 기자]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가 취임 후 시급하게 가짜뉴스 대응 예산을 확보하겠다고 밝혔다. 

이 후보자는 허위사실 명예훼손 적시에 따른 피해 구제를 위해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취지에 공감한다고 했고, SNS·1인 미디어에 대해 통제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밝혔다. 포털 뉴스 신뢰성 제고를 위한 제도 개선은 이 후보자가 꼽은 최우선 정책과제다.

18일 이 후보자 청문회에 이어 24일 윤 대통령의 임명 강행이 예상된다. 23일 김효재 방통위원장 직무대행, 김현 방통위원이 퇴임하면 방통위는 이상인 방통위원 1인 체제가 된다.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가 정부과천청사 인근에 마련된 인사청문준비단 사무실로 출근하며 취재진 질문을 듣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18일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이 후보자가 국회에 제출한 서면 답변서는 한두 문장의 단답형 답변이 주를 이룬다. 이 후보자는 이명박 정부 청와대 '언론장악 문건' 논란에 대해서는 '지시한 적도, 보고도 받은 적도 없다', 아들 학교폭력 은폐 의혹에 대해서는 '일방적 주장'이라고 일관했다. 농지법 위반 관련 국민일보 외압 의혹에 대해서는 '어떠한 외압도 행사하지 않았다'고 갈음했다. 배우자와 자녀에 관한 정보 요구에는 '개인 신상에 관한 정보'라는 이유로 제출을 거부했다. 

정책적 측면에서 눈에 띄는 대목은 '가짜뉴스'다. '방통위에서 현재 현안과 관련해 가장 시급하게 확보해야 할 예산은 무엇이며, 왜 그렇다고 생각하는지'에 대해 이 후보자는 "디지털·미디어를 통해 확산되고 있는 가짜뉴스가 국가 안보, 국정 현안까지 확대되는 등 사회안전과 민주주의를 위협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답했다. 

'방통위원장이 되면 첫 번째로 삼을 예정인 방송·통신 정책 각각 한 가지는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이 후보자는 "글로벌 미디어 환경에 대응하여 미디어의 공정성·공공성 재정립을 통해 자유와 책임이 균형을 이루는 정보 유통 환경을 조성하고, 가짜뉴스 확산방지 및 포털 신뢰성·투명성 제고 등 디지털 이용자 보호 강화를 추진하는 것"이라고 답했다. 

'가짜뉴스'는 정의가 불분명한 개념이다. '후보자가 바라보는 가짜뉴스 판단 근거는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이 후보자는 "2019년에 운영된 '허위조작정보에 관한 전문가회의'는 가짜뉴스 정의를 '허위사실임을 알면서, 정치적·경제적 이익 등을 얻을 목적으로, 정보 이용자들이 사실로 오인하도록 생산·유포된 모든 정보'로 제안했다"고 답변을 대신했다. 

이 후보자는 가짜뉴스와 언론의 '범위'에 관해 "뉴스를 생산·유통하는 곳은 모두 가짜뉴스의 심각성에 대해 인지하고, 이를 방지하기 위해 노력하여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EU 집행위원회는 DSA 규제 시행을 통해 빅테크 기업에게 허위정보와 불법 콘텐츠를 관리하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의무를 부과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답했다. 

그러나 방통위 산하에서 조직·운영된 '허위조작정보에 관한 전문가회의'는 '가짜뉴스'라는 용어의 사용을 자제하라고 권고했다. '가짜뉴스'라는 단어가 정파적 관점에서 동의하지 않는 모든 보도를 가리키는 등 정치적 공격 도구로 사용돼 오면서 뉴스 자체에 대한 불신을 야기했다는 지적이다. 

전문가회의에 참여한 정은령 서울대 언론정보연구소 SNU 팩트체크센터장은 "대통령부터 말단 공무원까지, 정계 등에서 솔선해서 가짜뉴스라는 말을 쓰지 않기를 요청한다"며 "가짜뉴스라는 말이 함부로 쓰여 발생하는 폐해는 언론에 대한 최소한의 신뢰마저 무너뜨린다. 사실을 다루는 언론도 가짜뉴스로 낙인찍힐 수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전문가회의는 자신들이 내린 허위조작정보의 정의를 법적 규제에 활용할 수 없다고 결론냈다. 전문가 회의는 언론기사와 패러디·풍자는 허위조작정보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했다. 

지난 2019년 12월 20일 '허위조작정보에 관한 전문가 회의'와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가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허위조작정보 문제해결을 위한 제언' 공개 토론회를 개최한 모습 (사진=미디어스)

이 후보자는 허위사실 명예훼손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제 도입에 대해 긍정적인 입장을 나타냈다. '정보통신서비스 이용자가 다른 이용자의 고의성·반복성 허위사실 유포로 손해를 입은 경우 법원에 손해액의 3배 이하 손해배상을 청구하도록 하는 법 개정안'에 대해 이 후보자는 "피해 구제를 위한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의 도입 취지에 공감"한다며 "사회적 합의가 필요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했다. 문재인 정부 시절 민주당이 추진하고 국민의힘이 "언론·표현의 자유 침해"라며 극렬 반대한 제도에 대해 '공감'한다는 입장을 피력한 것이다.  

'방송·언론을 대상으로 하는 징벌적 손해배상 추진에 대해 동의하나'라는 질문에 이 후보자는 "국민적 공감대와 사회적 합의, 방송미디어 시장에 미치는 영향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답했다. 

이 후보자는 SNS와 1인 미디어에 대한 일정 수준의 통제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이 후보자는 2012년 이명박 대통령에 대한 '가카' '빅엿' 등의 풍자에 대해 "용납의 한계가 있다"며 "최소한의 사회적 제재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이 같은 과거 발언에 비춰 SNS에 정부 통제가 가해지는 것은 헌법정신에 위배되는 것 아니냐는 질의에 이 후보자는 "표현의 자유는 당연히 보호되어야 한다"면서도 "다만, 다른 기본권(행복추구권, 자유권 등)과 충돌하지 않도록 법률에 정하는 바에 따라 조화롭게 보호될 필요가 있다"고 답했다. 이 후보자는 "현재 정부는 SNS에 특별한 통제를 하고 있지 않다"며 "그러나 표현의 자유에는 반드시 책임이 따르므로, 양자 간의 조화가 필요하다"고 했다. 

'1인 미디어 지원 계획'에 대해 이 후보자는 "양질의 유익한 정보를 생산하는 1인 미디어는 지원해야 할 것이나 가짜뉴스를 퍼트리거나 유해한 콘텐츠를 만드는 것은 엄단해야 한다"고 했다. 

이 후보자는 자신은 '가짜뉴스'를 생산·유통한 적이 없다는 입장이다. '기자, 청와대 대변인·홍보수석 등 언론과 관련된 주요 업무와 직책을 역임해오는 과정에 가짜뉴스의 생산과 유통 등과 관련한 행위를 한 사실이 전혀 없는가'라는 질문에 이 후보자는 "전혀 없다"고 답했다. 

이 후보자는 2010년 1월 31일 이명박 대통령이 BBC 인터뷰에서 "연내에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만날 것 같다"고 발언한 것을 "연내라도 안 만날 이유가 없다"는 발언으로 바꿔 보도자료를 배포한 바 있다. 이른바 '마사지' 논란이다. 대통령 발언을 청와대가 의도적으로 축소·왜곡한 것 아니냐는 논란이 일었다. 이 후보자는 당시 기자들에게 "오해를 살 수 있어서 조금 마사지를 하다 보니까 그렇게 됐다"고 했다. 

한 달도 지나지 않아 '마사지' 논란이 재현됐다. 2010년 2월 26일 이 대통령은 제2기 생활공감 주부모니터링단 출범식에서 교육계 비리와 관련해 "선생님과 교장 선생님들도 정신차려야 한다"고 말했다. 청와대 홍보수석실은 "정신차려야 한다"는 이명박 대통령 발언을 "책임지고 가르쳐야 한다"로 수정해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기자들이 반발했지만 청와대는 '민감한 상황'을 고려해달라고 했다. 

2010년 5월 30일 이 후보자는 한·중·일 정상회의 관련 브리핑에서 "하토야마 유키오 일본 총리가 '만약 일본이 (천안함 사태와)같은 방식의 공격을 받았다면 한국처럼 냉정하고 침착한 태도를 유지하기 쉽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며 "자위권 발동이 불가피했을 것이라는 취지의 말씀"이라고 전했다. 그러나 해당 내용이 기사화되자 일본 쪽이 청와대에 정정을 요구했다. 청와대 홍보수석실은 취재진에 "일본 쪽이 민감히 받아들이고 있다"며 표현 수위를 낮춰달라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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