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어지는 이동관 대변인실 '문건' 보도 "일그러진 언론관"

보고자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 문건 극우성향 기자 소송 지원 구상, 'VIP 격려 대상 언론인' 선정 'MBC 경영진 교체' 위한 전방위 여론전 구상 이동관, '직접 지시·보고한 적 없다' '실무진이 했다' 해명 중

2023-08-16     송창한 기자

[미디어스=송창한 기자]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의 언론관을 엿볼 수 있는 이명박 정부 청와대 문건들이 보도되고 있다. 이동관 대변인실이 극우성향 기자의 소송지원을 구상하고, 우호적인 언론인들을 'VIP(대통령) 격려 대상'으로 대통령에게 보고한 정황이 문건을 통해 드러났다.

이 후보자가 MBC 경영진 교체·개혁을 이명박 대통령에게 보고했다는 문건도 나왔다. 대체로 문건을 통해 관련 사실이 보도되고 있지만 이 후보자는 모든 의혹에 '그런 적 없다'는 해명을 내놓고 있다. 정치적 중립성과 독립성을 지켜야 할 방통위원장으로서 이 후보자의 결격사유는 차고 넘친다는 언론 비판이 제기된다.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가 11일 오후 정부과천청사 인근에 마련된 인사청문준비단 사무실로 출근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15일 경향신문은 "이 후보자가 과거 이명박 정부 청와대 대변인으로 재직할 당시 정부의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옹호하며 '민주노총이 분신을 시도하면 평생 먹고 살 수 있는 돈을 보장해준다'고 발언한 극우매체 기자의 소송에 개입하려 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단독보도했다.

조갑제닷컴, 월간조선 등에서 활동한 프리랜서 기자 김 모 씨는 2008년 강연에서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를 주장하며 분신 사망한 고 이병렬 씨를 거론하며 "민주노총·민주노동당은 분신하면 평생 먹고산다" 등의 허위사실을 유포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경향신문이 입수한 <김모 기자의 광우병 동영상 관련> 대통령 서면 보고서 문건에 따르면, 이동관 대변인 산하 언론1비서관실을 중심으로 청와대 민정수석실, 국정기획수석실 등은 문제의 강연을 인터넷에 전파하고 김 기자 소송 지원 방안을 강구했다. 문건 내용은 이명박 대통령에게 '기보고'됐다. 

김 기자 소송지원에 청와대 대변인실이 직접 관여한 정황도 있다. 문건에는 "소송과 관련한 지원방안 강구 중(변호사 선임 지원 등)"이라며 "대변인실에서 민정수석실에 기통보"라고 적혀있다. 당시 김 기자 측 법률대리인 고영주 변호사(전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은 경향신문에 "청와대에서 돈 받은 적은 없다"고 말했다. 김 기자는 "재판 과정에서 청와대 도움을 받은 적 없다"고 했다. 이 후보자 측은 김 기자에 대한 소송 지원을 강구하라는 요청사항을 민정수석실에 통보한 바 있느냐는 질문에 "그런 사실이 없다"고 했다. 

14일 MBC '뉴스데스크'는 <"이동관, MB에 'MBC 경영진 교체·개혁' 직접 보고">, <이동관 홍보수석실 문건 보니‥"청와대 비판하면 '문제보도'"> 등의 [단독] 보도를 내놓았다. 

2009년 8월 24일 이동관 대변인이 보고자로 적혀있는 대통령 서면 보고서에는 '<미디어워치> 특종(8.24 보도 예정)'이라는 내용이 담겼다. MBC '100분 토론'이 시청자 의견을 전달하면서 일부를 임의로 고쳤다가 사과했고, 이후 사후 조치가 엉망이라는 내용이다. 보고 문건에는 '<미디어워치>, <방문진>, <방통심의위>,<시민단체> 등고 공조, 사건을 여론화하고, 향후 방문진의 MBC 경영진 교체 및 개혁의 지렛대로 삼고자 함'이라고 적혀 있다. 이 후보자 측은 "표지에 적힌 보고자는 부속실이 편의상 적은 것"이라며 이 후보자 본인이 문건 작성을 지시하거나 보고한 것이 아니라고 해명했다.

MBC '뉴스데스크' <[단독] "이동관, MB에 'MBC 경영진 교체·개혁' 직접 보고"> 보도화면 갈무리

MBC가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확보한 이명박 정부 이동관 홍보수석실 작성 문건 66건 중 언론에 '문제 제기했다' '사실관계 확인 등 신중보도를 요청했다' 등의 조치사항이 담긴 건은 9건이다. 

2009년 10월 YTN이 청와대 직원의 여성 폭행·성폭행 사건을 보도하자 이동관 홍보수석실은 이를 '문제'라고 지적하면서 보도자제를 요청했다고 문건에 적시했다. 2009년 9월 MBN이 북한이 임진강 물을 갑자기 흘려보내 우리 국민 6명이 숨진 사건에 대해 "우리의 재해 대응체제는 총체적 부실을 드러냈다"고 보도하자 이동관 홍보수석실은 문건에 '총체적 부실이란 표현이 문제내용'이라며 '앵커멘트를 순화했다'고 적시했다. 이 후보자는 "언론 동향을 살피고 소통하는 것은 통상적 업무"라며 "별도 지시나 보고 없이 실무진이 처리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14일 KBS '뉴스9'은 <이동관 대변인실 ‘언론 길들이기?’…“VIP 기사 협조 요청 적극 호응”>라는 제목의 기사를 [단독] 보도했다. 2009년 이동관 대변인이 보고자로 이름을 올린 'VIP 전화격려 대상 언론인' 문건은 중앙일보 등 4개 매체 언론인과 사장을 이명박 대통령 전화 격려가 필요한 대상자로 분류하고 있다. 대통령과 정부에 우호적인 스탠스를 보이고, 대변인실의 기획기사·사설 협조 요청에 적극적으로 응한 인물들이 '격려 대상'에 포함됐다. 

특히 이동관 대변인실은 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인 박보균 당시 중앙일보 편집인을 격려 대상에 포함하면서 방송정책을 거론했다. 대변인실은 중앙일보 경영진이 베를리너판 정착과 종편 진출을 리드할 인물로 박보균 대기자를 편집으로 승진시켰다며 "박보균 편집인은 취임 이후 방송 진출에 역량을 집중할 것을 천명"했다고 적었다. 당시 국민의힘 전신 한나라당은 종편 출범을 위한 미디어법을 국회 본회의에서 '날치기 통과'시켰다. 중앙일보의 종편 진출 의지를 격려하기 위해 박보균 편집인에게 대통령 전화가 필요하다는 취지로 읽히는 대목이다. 

2009년 청와대 대변인실이 작성한 ‘대통령 서면 보고서’ (KBS 보도화면, 제공 : 더불어민주당 민형배 의원실)

경향신문은 15일 사설 <이번엔 극우 기자 소송 지원 시도, 이동관 결격사유 넘친다>에서 "이 후보자는 지명 후 '언론은 장악될 수 없고, 장악해서도 안 된다'고 했다"며 "하지만 그간 지금까지 밝혀진 것만으로도 그의 말은 신뢰할 수 없다. 이 후보자의 방통위원장 취임은 언론자유와 민주주의의 동시 퇴행을 초래할 것이 명백하다"고 비판했다. 

같은 날 한겨레는 사설 <왜곡된 언론관 드러난 이동관, 지명 철회가 순리다>에서 "이 후보자가 이끌던 대변인실이 정권에 비판적인 보도를 ‘문제 보도’로 분류해 관리했다는 사실도 이미 드러난 바 있다. 정부에 우호적인 언론은 ‘격려’하고, 비판적인 보도는 ‘문제’로 낙인찍은 것"이라며 "‘방송 장악’, ‘보도 통제’라는 퇴행적인 행태는 윤석열 대통령이 늘 강조하는 ‘자유민주주의’와 병존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유영철 전 영남일보 편집국장은 영남일보 칼럼 <이동관의 일그러진 언론관>에서 "내가 보기에 방송통신위원장에 지명된 이동관은 적격자가 아니다. 오히려 방송의 공적책임, 독립성 보장, 공정성, 중립성을 망칠 사람"이라며 "그의 이력이 말해준다"고 했다. 

유 전 편집국장은 "언론장악과 같은 일그러진 언론관을 지닌 이동관은 솔직하지도 못하다. 지명 후 첫 출근하면서 '언론은 장악될 수도 없고 장악해서도 안 된다'고 말했다"며 "하지만 행적에 비춰볼 때 그것은 표리부동한 외출용이었다. 언론학 원론을 인용한 것에 불과했다"고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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