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인 방통위 폭주, 역사의 심판 받을 것"

방통위, 공영방송 보궐이사 추천·임명 속도전 야4당 "방통위, 윤석열 정권 방송장악 첨병" KBS본부 "그야말로 졸속, 무법적 인사" MBC본부 "또 일베들의 놀이터로 만들 셈인가"

2023-08-09     고성욱 기자

[미디어스=고성욱 기자] 방송통신위원회의 공영방송 보궐이사 추천·임명 강행에 대해 정치권과 공영방송 구성원들의 비판이 쏟아졌다. 

김효재 방통위원장 직무대행과 이상인 상임위원은 9일 비공개 전체회의를 열고 서기석 전 헌법재판관과 차기환 변호사를 KBS 이사, MBC 대주주 방송문화진흥회(이하 방문진) 이사로 추천·임명했다. 야당 추천 김현 방통위원은 협의·보고 없이 안건 상정이 진행됐다며 회의에 불참했다. 

서기석 전 헌법재판관(왼쪽), 차기환 변호사 (사진=연합뉴스)

공영방송 이사 추천·임명은 속전속결로 이뤄졌다. 야당 방통위원과의 협의도, 인사검증 절차도 없었다. 서 전 재판관은 지난달 해임된 윤석년 KBS 이사, 차 변호사는 7일 사퇴한 임정환 방문진 이사의 후임자다. 방문진 이사 공석 발생 이틀 만에 보궐이사 임명이 마무리됐다.

윤석열 정권 언론장악저지 야4당 공동대책위원회(야4당 공동대책위)는 이날 성명을 내어 “방통위가 방송장악에 나선 윤석열 정권의 첨병 역할을 하며 폭주를 멈추지 않고 있다”고 규탄했다.

야4당 공동대책위는 “방문진과 KBS 이사회에서 야권 성향의 이사들을 몰아내기 위해 '다짜고짜' 해임을 밀어붙이고 있는 방통위가 공모와 심사라는 사전 절차도 무시하고 정권이 낙점한 인사들을 비공개 회의에서 의결한  것”이라며 “야권성향의 이사들을 몰아내고 공영방송 이사로서는 부적격인 인물들을 절차도 무시하고 정권이 낙점한 인물들로 교체하는 것은 방송장악 의도외에는 다른 말로 설명할 수 없다. 2인 방통위의 폭주는 역사의 심판을 받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간사 조승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날 “수많은 국민과 현업 언론인들이 윤석열 정권 방통위가 자행하고 있는 일들이 바로 방송장악이라고 외치고 있다”며 “방통위 김효재 직무대행과 이상인 상임위원은 부끄럽지도 않은가. 김효재 직무대행은 대한민국 언론사에 길이 남을 방송장악 족적을 남기고 있음을 명심하라”고 질타했다. 조승래 의원은 “윤석열 대통령은 지금이라도 위법한 KBS, MBC 방문진 이사 해임과 보궐 인사를 중단하라. 내년 총선이 아무리 급하다고 하더라도, 지금처럼 위법하게 서두르면 결국 국민으로부터 심판받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사진=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는 성명에서 “방통위의 공영방송 장악 광폭행보가 도를 넘고 있다”며 “모든 정황들이 현 정권의 공영방송 장악으로 좌표를 찍고 있다. 일련의 조치들이 새로운 경영진을 도구 삼아 공영방송의 해체라는 민주주의 후퇴로 이어지는 것이 아닐까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KBS본부는 “이사로 임명된 서기석 전 판사는 과거 삼성의 관리를 받은 판사로 지목받은 인물로, 2013년 박근혜 대통령이 직접 임명한 헌재 재판관이었고 조선일보 방일영 장학회에 장학금을 받은 인물이라 전해진다”면서 “재벌 그룹과의 유착 의혹 등 지명자 본인의 자질 문제는 차치하더라도, 이번 이사 추천은 공영방송 장악을 위한 그야말로 졸속 인사이자 무법적 인사라는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KBS본부는 “이번 추천은 현 방통위 스스로가 독립성과 5인의 합의제 기구라는 방통위의 설립 정신을 철저히 무시하고 있음을 또 한 번 자인한 것이나 다름없다”며 “방통위는 공영방송 이사회를 흔들어 방송을 장악하려는 시도를 지금 당장 중단하고, 김효재 방통위원장 직무대행을 당장 사퇴하라. 현 방통위의 반헌법적 운영이 지속된다면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 불법을 자행한 방통위원들에게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했다.

언론노조 MBC본부는 “상식과 전례를 모두 짓밟은 막가파식 폭거”라며 “방문진을 또다시 일베들의 놀이터로 만들 셈인가”라고 규탄했다. MBC본부는 “차기환은 유례 없는 ‘공영방송 이사 3연임’을 누렸던 대표적인 극우 편향 인사로 철저히 정권의 하수인으로 방문진을 정치적 이전투구의 장으로 전락시키고, MBC의 암흑기를 주도했던 장본인”이라며 “MBC 구성원들에 대한 부당한 탄압에 동조하고, 전례 없는 170일 파업을 야기했다. 차기환은 고영주, 김광동 등과 함께 MBC 구성원에게 다시는 듣고 싶지도, 떠올리고 싶지도 않은 이름”이라고 강조했다.

MBC본부는 “이런 문제 인사를 방통위가 마치 007 작전하듯 임명한 것은 절차적으로도, 상식적으로도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며 “방통위는 지난 7일 임정환 이사가 사퇴하자, 당일 오후 5시 넘어 보궐이사 임명 의결안을 기습적으로 상정했다. 김효재 직무대행과 김현 방통위원의 임기가 끝나는 23일 전에, 온갖 무리수를 둬서라도 공영방송 이사진 구조를 바꾸겠다는 것이다. 이동관 손을 더럽히지 않고, 방송 장악이 수월하도록 꽃길만 깔아주겠다는 속셈”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방송통신위원회는 4일 MBC 대주주 방송문화진흥회에 대한 실지 검사·감독에 나섰다. 김성환 방통위 지상파정책과장(오른쪽)과 이호찬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장이 방문진 앞에서 대치 중이다. (사진=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

MBC본부는 “과거 MBC를 비롯한 공영방송 이사로서의 이력, 극우 편향적 행보 등을 고려하면, 차기환은 방문진 이사가 절대 되어서는 안 될 인사의 표본”이라며 “차기환을 방문진 이사로 내리꽂은 것은, 과거 MBC 장악을 그대로 반복하겠다는, 아니 더 철저히 무너뜨리겠다는 의지로밖에 볼 수 없다. 윤석열 정권과 방통위는 지금이라도 광기를 내려놓고 이성을 찾으라. 법과 절차, 전례를 무시한 차기환 임명을 당장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한편 차기환 변호사는 여의도고와 서울대 법대를 졸업한 판사 출신으로 방문진 이사를 두 차례, KBS 이사를 한 차례 역임했다. 일종의 '회전문 인사'다. 차 변호사는 세월호 참사 유족 폄하, 5·18 광주민주화운동 왜곡 이력을 가지고 있다.

차 변호사는 5.18 광주민주화운동에 대해 북한군이 남파됐다는 허위 주장을 반복하고, 고 조비오 신부의 헬기사격 증언에 대해서도 ‘유언비어’라는 극우사이트 ‘일베’ 글을 공유하면서 “5·18에 대한 진상에 대하여 국민들의 오해, 과장, 왜곡이 너무 많다. 이런 진실을 향한 노력은 계속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2015년 당시 새누리당 추천으로 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원회 위원을 지냈던 차 변호사는 김영오 씨의 단식을 비하하는 ‘일베’ 글을 자신의 SNS에 올리고, 대통령 면담을 요구하며 청와대로 간 유가족을 향해서는 ‘이런 유가족들의 행태는 정말 싫다’고 비난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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