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이사 법카 유용' 차기환이 방문진 이사로?
감사원, KBS 이사 시절 법카로 휴대폰 구매 적발 '세월호 유족 폄훼' '민주화운동 왜곡' 논란 서기석, '조선일보 장학생' '삼성 편법증여 무죄 판결'
[미디어스=송창한 기자]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가 KBS 이사 재직 시절 법인카드로 휴대전화를 구매하는 등 업무추진비를 사적 유용한 차기환 변호사를 MBC 대주주 방송문화진흥회 이사로 임명한다는 보도가 나왔다.
방통위는 KBS 보수성향 노조가 제기한 업무추진비 부정사용 의혹을 근거로 남영진 KBS 이사장 해임을 추진하고 있다. 공영방송 이사 '결격사유'에 의문이 제기된다.
조선일보는 9일 방통위 전체회의에서 KBS 이사, MBC 대주주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 이사에 각각 서기석 전 헌법재판관, 차기환 변호사를 추천·임명하는 안을 의결할 것으로 알려졌다고 [단독] 보도했다. 서 전 재판관은 지난달 해임된 윤석년 KBS 이사, 차 변호사는 7일 사퇴한 임정환 방문진 이사의 후임자라는 얘기다.
조선일보는 이들이 이사장으로 유력하게 거론된다고 했다. 방통위는 국민권익위 조사, 감사원 감사가 진행 중인 남영진 KBS 이사장과 권태선 방문진 이사장을 오는 16일 전체회의에서 해임하는 절차를 밟고 있다.
여권 관계자는 조선일보에 "서 전 재판관은 서울고법 부장판사 시절 민주노총 언론노조 소속 KBS본부가 사측을 상대로 낸 가처분 소송 때 재판장을 맡아 ‘사측은 KBS본부와 단체교섭에 응하라’고 판결하는 등 균형 감각을 갖춘 법조인"이라고 말했다. 방송계 관계자는 차 변호사에 대해 조선일보에 "법률가로서 공영방송 정상화 의지가 강한 인물"이라고 말했다.
차 변호사는 여의도고와 서울대 법대를 졸업한 판사 출신으로 방문진 이사를 두 차례, KBS 이사를 한 차례 역임했다. 일종의 '회전문 인사'다. 차 변호사는 세월호 참사 유족 폄하, 5·18 광주민주화운동 왜곡 이력을 가지고 있다.
차 변호사는 박근혜 정부 시절 '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원회' 비상임위원을 역임하면서 특조위 활동을 고의로 방해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4·16단체들은 "특조위에서 '박근혜 7시간 공백 조사'를 결정하자, 해수부가 비밀리에 작성한 대응 지침에 따라 세월호참사 진상규명을 방해하고 진실을 은폐한 것이 드러났다"며 "차 변호사는 '특조위 전원 사퇴'를 내세우며 협박하고, '특조위 청산백서 운영보고서'를 집필하는 등의 수법으로 1기 특조위를 강제해산 시키는 데 일조했다"고 지적했다.
차 변호사는 5·18 민주화운동에 대해 북한군 남파설을 주장하고, 고 조비오 신부의 헬기사격 증언을 '유언비어'라고 규정했다. 차 변호사는 2012년 자신의 트위터 계정에 '경악! 북한군 광주 5·18 남파 사실로 밝혀져'라는 제목의 기사(뉴스타운)를 공유하며 북한군 남파설을 주장했다. 2013년 '일베'에 올라온 5·18 광주사태를 영화화한 <화려한 휴가>에 대한 특전사 부대원들의 성명을 자신의 트위터에 게재한 차 변호사는 "최근 지만원 씨가 수사 및 재판 기록에 기하여 주장한 내용과 일치하네. 영화 내용이 사실과 중요 부분에서 달라 국민들을 오도"라고 썼다.
같은 해 그는 트위터 계정에 헬기사격을 봤다는 고 조비오 신부의 증언을 유언비어라고 주장하는 극우사이트 '일베' 글을 공유했다. 그는 이 글에 "5·18에 대한 진상에 대하여 국민들의 오해, 과장, 왜곡이 너무 많다"며 "이런 진실을 향한 노력은 계속해야 한다"는 내용을 덧붙였다. 법원은 지난 2020년 11월 광주민주화운동 당시 무고한 시민들을 향해 군의 헬기사격을 인정, 사자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전두환 전 대통령에 대해 유죄를 선고했다.
차 변호사는 KBS 이사직을 수행하던 2016년, 당시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관련해 정호성 전 청와대 비서관의 문건 유출 사건 변호를 맡기도 했다. 당시 그는 KBS 이사회에서 보도본부장과 통합 뉴스룸 부장들을 상대로 JTBC 태블릿PC 입수 경위에 문제가 있다며 왜 KBS는 이 같은 문제를 보도하지 않느냐고 따져 물었다.
차 변호사가 특히 KBS 이사 재직 시절 업무추진비를 사적 용도로 사용한 게 감사원 감사를 통해 적발됐다. 방통위가 업무추진비 부정사용 의혹을 근거로 남영진 KBS 이사장 해임을 추진하고 있다는 점에서 '내로남불 인사'라는 비판이 불거질 수 있다.
남 이사장에 대한 국민권익위 조사는 종결되지 않았다. 남 이사장의 2021년 8월 이후 업무추진비 집행률은 2021년 38.3%, 2022년은 63.8%다. 남 이사장은 KBS노조가 문제삼은 내역에 대해 ▲이사회사무국 직원 등에게 곶감 선물 ▲2022년 10월 26일 이사회 후 집행부 등 20여 명과 함께한 만찬 비용 ▲2022년 12월 28일 이사회·집행기관·센터장·관계직원 등 30여 명이 함께한 송년회 비용이라고 반박했다.
차 변호사의 KBS 이사 업무추진비 부정사용·사적유용액은 448만 7730원이다. 차 변호사는 법인카드로 휴대전화를 구매했다. 자녀가 다니는 학원 인근 카페와 사무실 인근 카페 등에서 개인적인 식사비·음료 구입비로 232만원(318회)을 법인카드로 결제했다. 인사혁신처 예규상 '공금횡령(유용)·업무상 배임이 300만원 이상일 경우 징계요구권자는 비위 정도, 고의·과실 유무와 관계없이 중징계 의결을 요구'하도록 돼 있다.
서기석 전 재판관은 경남고, 서울대 법대를 졸업한 뒤 청주·수원지법원장, 서울중앙지법원장을 거쳐 2013년부터 2019년까지 헌법재판관을 역임했다. 2008년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 시절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장남 이재용 씨(현 삼성전자 회장)에게 에버랜드 전환사채를 편법증여한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바 있다.
헌법재판관 후보자 시절 경남고 동기·후배 5명이 삼성에 근무하고 있어 무죄를 선고한 게 아니냐는 논란이 일었다. 딸이 삼성물산 임원 출신이 경영하는 회사에 취업한 정황, 부인 명의로 삼성 타워팰리스를 특혜분양 받은 정황, 삼성 장학생 의혹 등이 추가로 제기됐다.
서 전 재판관은 법과 양심에 따라 판결했고, 삼성 장학생이란 말에 동의할 수 없다고 했다. 서 전 재판관은 딸의 취업도 해당 회사를 경영하는 친구에게 '삼성과 무관한 회사'임을 확인받은 뒤 들어가게 했다고 해명했다. 서 전 재판관은 조선일보 방일영장학회 장학생이다.
8일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는 성명에서 "임정환 이사가 사퇴하고 불과 이틀 만에 보궐이사를 임명한다는 것은 공모도 심사도 거치지 않고, 방송 장악을 위해 이미 정권 차원에서 낙점한 인사를 임명하겠다는 속셈"이라며 "이 같은 임명 절차는 전례도 없었고, 상식적으로도 납득할 수 없다. 오로지 방송 장악에 혈안이 된 폭거"라고 비판했다.
☞ 네이버 뉴스스탠드에서 ‘미디어스’를 만나보세요~ 구독하기 클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