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야당추천 이사 "방통위 이사장 해임 추진은 위법한 권한 남용"

방통위가 주장한 해임 사유 조목조목 반박 "오히려 해임 절차 밀어붙이는 김효재·이상인이 조사 받아야"

2023-08-03     고성욱 기자

[미디어스=고성욱 기자] KBS 야당 추천 이사들이 방송통신위원회의 남영진 이사장 해임 추진에 대해 “위법한 권한남용”이라며 중단을 촉구했다.

방통위는 국민권익위원회 조사 결과가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남영진 KBS 이사장에 대한 해임 절차를 밟고 있다. 방통위는 남 이사장 해임 사유로 ▲KBS 방만경영 방치 ▲KBS 이사 해임안 부결 ▲경영평가 내용에 부당 개입 ▲법인카드 부정사용 의혹으로 인한 권익위 조사 진행 등을 들었다. 방통위는 오는 9일 청문회를 열고 남 이사장의 소명을 청취한 뒤 16일 전체회의에서 해임제청안을 의결한다는 계획이다.

서울 여의도 KBS 사옥 (사진=KBS)

권익위는 남 이사장의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를 조사 중이다. 보수성향의 KBS노조는 지난 13일 남 이사장을 권익위에 신고했다. 이에 대해 남 이사장은 "2021년 8월 이후 업무추진비 집행률은 2021년 38.3%, 2022년은 63.8%"라며 "이미 모두 공개된 내용을 마치 새로 파헤친 것처럼 호도한 것에 대해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남 이사장은 KBS노조가 문제삼은 법인카드 사용 내역에 대해 ▲이사회 사무국 직원 등에게 곶감 선물 ▲2022년 10월 26일 이사회 후 집행부 등 20여 명과 함께한 만찬 비용 ▲2022년 12월 28일 이사회·집행기관·센터장·관계직원 등 30여 명이 함께한 송년회 비용이라고 반박했다.

이상요·김찬태·류일형·정재권·조숙현 KBS 이사는 3일 성명을 내어 “방통위가 남 이사장의 해임을 추진하면서 위법하게 권한을 남용하고 있고, 해임 사유 또한 터무니없는 주장"이라며 "‘공영방송 장악’이라고 비판받을 수밖에 없는 해임 추진을 즉각 중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들은 “권익위 조사 결과가 나오지 않았았음에도 방통위는 ‘법인카드 부정사용 의혹으로 권익위 조사가 되고 있는 등’을 이유로 해임을 밀어붙이고 있다”며 “스스로도 ‘의혹에 대한 조사 진행’이라고 밝히면서, 이를 근거로 임기가 보장된 KBS 이사를 해임하겠다는 것은 우리 법체계를 무너뜨리는 위법한 조치이자 권한 남용”이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오히려 해임 절차를 밀어붙이는 김효재 방통위원장 직무대행과 이상인 위원이 권한을 남용한 위법적 행위에 대해 조사를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해임 사유 중 하나인 ‘경영평가 보고서 부당 개입’ 주장과 관련해 이들은 “논란이 된 경영평가 위원이 시민단체의 ‘대선 및 총선 불공정 보도 사례’를 경영평가 보고서에 인용한 것은 ‘KBS 경영평가 지침’ 위반이며 특히 해당 위원은 불공정 보도 사례를 모니터링한 단체의 이사장을 맡고 있는 바, 문제가 된 자료를 인용하는 것은 위원 제척사유에 해당될 여지마저 있다. 오히려 이사회는 <KBS 경영평가 지침>을 위반한 내용을 바로잡음으로써 선량한 관리자의 의무를 다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김백 KBS 경영평가위원은 보수단체 '불공정방송국민감시단'(공언련) '공정언론국민연대' 자료를 경영평가보고서에 포함할 것을 주장했다. 김백 위원은 공언련 이사장을 맡고 있다. 국민의힘은 최근 공언련 등의 모니터링을 근거로 공영방송 패널에 '좌파딱지'를 붙여 논란을 빚었다. KBS 이사회는 지난 5월 경영평가 보고서에 보수시민단체의 모니터링 결과를 반영하지 않기로 의결했다.

남영진 KBS 신임 이사장 (사진제공=KBS)

야당 추천 이사들은 “무엇보다 방통위는 ‘경영평가 부당개입’ 주장과 관련해 KBS 이사회에 구체적인 사실관계 확인이나 조사를 전혀 하지 않았다. 제대로 된 사실확인조차 없이 ‘부당개입’으로 단정하고 해임 사유로 삼는 것은 위법한 권한 남용 행위”라며 “경영평가 보고서 수정 의결이 남 이사장의 해임 사유라는 게 오히려 황당할 따름”이라고 꼬집었다.

‘방만경영 방치’ 주장과 관련해 이들은 “동종업계의 임금교섭 동향과 해당년도의 물가상승률 및 경제성장률 등과 비교해 보면 인상률이 높지 않다”고 말했다. KBS는 지난 2021년 임금을 2.4% 인상했는데, 지상파 동종업계 MBC(2.8%), SBS(3.8%)에 비하면 낮은 인상률이라는 것이다. 또 이들은 직원 연차휴가 보상수당을 19%가량 삭감했다고 덧붙였다. 

야당 추천 이사들은 “‘인력 과잉’이라는 외부 시각과 달리 KBS의 인원은 2023년 4164명으로 2018년(4706명)에 견줘 550명 가까이 줄였다”며 “임금 축소와 임금인상 억제로 KBS의 예산 대비 인건비 비중은 2020년 36.8%에서 2022년 31.2%로 크게 줄었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방통위의 남영진 이사장 해임 추진은 근거와 타당성을 결여하고 있으며, 권한 남용의 소지 또한 매우 크다”며 “또 법원은 KBS 이사를 ‘임기만료 전 해임하는 것은 이사로서 직무수행 능력에 대한 근본적 신뢰관계가 상실된 경우와 같이 직무수행에 장해가 될 객관적 상황이 발생한 경우로 제한’되어야 한다고 판단해 오고 있다. 법원의 판단기준에 따르더라도 방통위가 밝히고 있는 해임 사유는 타당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남 이사장에 대한 해임 추진을 즉각 중단할 것을 방통위에 강력하게 촉구한다”면서 “아울러 KBS가 뼈를 깎는 노력을 통해 경영 합리화를 달성하고 공영방송으로서의 책임성을 강화하도록 이사회가 더욱 애쓰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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