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신료 분리징수, '국민 3%'를 위한 정책

"미디어 환경 변화로 TV 없는데 수신료 내는 사람 많아" 방통위·코바코 조사 TV수상기 보유율 '97%' 방통위·키스디 조사 TV수상기 보유율 '95.4%' '국민 선택권 보장'이라는 정책 목표… 수신료 납부 의무는 여전

2023-07-14     송창한 기자

"KBS가 한전의 전기요금에 같이 붙여서 수신료를 받는 것은 일종의 편법이다. 최근 미디어 환경이 급격히 변화하고 있기 때문에 국민 선택권을 존중하는 쪽으로 개선돼야 한다고 생각한다"-2022년 7월  27일 국회 대정부질문 한덕수 국무총리 발언 

"글로벌 미디어 환경의 변화로 집에 TV수상기가 없는 가구가 이미 상당하다. 강제 징수 성격으로 전기료에 통합 징수하는 현재 방식으로는 울며 겨자 먹기로 2500원 수신료를 납부해야 하니, 이런 수신료 징수는 공정하지도 상식적이지도 않다."-6일 국민의힘 원내대책회의 김병민 최고위원 발언

"글로벌 미디어 환경의 변화에 따라서 TV를 보게되는 방식들이 상당히 변하게 됐다. 가정에는 여전히 TV수상기가 없는 집들이 상당할 것이고, 오늘 우리의 토론 과정을 수상기가 아닌 이 휴대전화 모바일 유튜브 채널로 보고계신 분도 상당할 것이다. 내가 TV가 없는데도 불구하고 전기료와 함께 나오는 2500원의 수신료를 꼬박꼬박 납부해야 하는 정의롭지 못한 불공정함. 상식의 문제에서 어긋나기 때문에 이 문제를 바로잡을 필요가 있다."-11일 KBS 특별기획 '수신료와 공영방송의 가치 5부' 김병민 국민의힘 최고위원 모두발언

[미디어스=송창한 기자] TV수신료 분리징수 시행령에 대한 여권의 핵심 논거 중 하나는 통합징수로 인해 TV수상기를 보유하지 않은 사람이 자신도 모르게 수신료를 내는 부당함을 겪었다는 것이다. 여당은 미디어 환경 변화로 TV수상기를 가진 사람은 과거보다 줄어들었는데, 수신료 납부율은 여전히 높다는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국민 선택권 보장'이라는 정책 목표를 강조하기 위한 주장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가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코바코)를 통해 집계한 TV수상기 보유율은 최근까지 97% 밑으로 내려간 적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수신료 분리징수 시행 이전에도 TV수상기가 없는 사람은 현재와 같은 절차를 거쳐 수신료를 내지 않아도 됐다. 

방통위 등 정부가 자신들이 내놓은 데이터도 확인하지 않고 3% 안팎의 국민이 겪고 있는지 없는지도 모르는 '불공정'을 개선한다는 이유로 공영방송 근간을 흔들고 있다는 지적이 가능하다. 방송법상 수신료 납부 의무가 유지되는 만큼 '국민 선택권' 보장이라는 여권 주장은 절대다수의 국민에게 성립하지 않는다는 얘기다. 

 한덕수 국무총리가 1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참석해 'TV 수신료' 분리 징수 관련 안건 설명을 하는 모습을 KBS 취재진이 촬영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방통위와 코바코는 매년 '시청점유율 기초조사'를 실시해 공표하고 있다. 이 조사에는 'TV수상기 보유' 조사가 포함된다. 조사 표본은 전국 17개 광역 지자체를 대상으로 적게는 1만 5천가구,  많게는 2만 가구다. 

방통위·코바코가 지난 5월 발표한 '2022년 TV수상기 보유' 조사결과(표본 1만 5천가구) TV수상기 보유율은 97%, 미보유율은 3%로 집계됐다. 가구당 평균 TV수상기 보유대수는 1.17대다. 가구원수별 TV보유율을 보면 1인 가구는 92.8%, 2인 가구 98.9%, 3인 가구 99.2%, 4인가구 이상은 99%다.

같은 조사 전례를 보더라도 TV수상기 보유율은 큰 차이가 없다. 2021년 97.8%(표본 1만 6660가구), 2020년 97.7%(표본 2만 가구), 2019년 97.4%(표본 2만 가구) 등이다. 

방통위는 또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와 함께 방송통계포털(MEDIASTAT)라는 홈페이지를 운영하고 있다. 해당 포털에서도 TV수상기 보유율은 90% 중반대를 꾸준히 기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방송통계포털에 공표된 '방송매체이용행태-TV수상기 보유율'은 2017년 96%, 2018년 96.5%, 2019년 95.8%, 2020년 94.3%, 2021년 96.5%, 2022년 95.4% 등으로 나타났다. 스마트폰(2022년 보유율 93.4%) 정도를 제외하면 TV는 보유율에서 다른 방송매체와 비교해 여전히 압도적인 우위를 보이고 있다. 일례로 2022년 기준 노트북 보유율은 48.0%, 스마트패드 보유율은 29.0%다.

방송통신위원회·코바코 '2022 시청점유율 기초조사-TV수상기 보유율' 인포그래픽

TV수상기가 없는 경우 수신료 납부를 하지 않으려면, 분리징수 시행 전이나 후나 동일한 방법으로 TV가 없다는 사실을 증명해야만 한다. 아파트와 같은 공동주택 거주자는 관리사무소에, 단독주택 거주자는 한국전력이나 KBS에 TV가 없다는 사실을 증명해야 한다. 

수신료 분리징수가 시행된 12일 한국전력 콜센터(국번없이 123)에는 5만여 건의 상담이 몰린 것으로 알려졌다. 전국 아파트 관리사무소에도 관련 문의가 이어졌다고 한다. '혼란'으로 압축된다. 한전 콜센터 상담원들과 아파트 관리사무소측은 수신료 분리징수 시행에 관해 숙지를 못해 답변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 아파트의 경우 관리사무소가 가구들을 대표해 한국전력과 전기공급 계약을 맺고 있기 때문에 아파트 거주자는 관리사무소 차원에서 수신료 분리징수 방안을 별도로 마련해야 하는 상황이다. 한국전력은 아직 수신료 분리징수 시스템을 구축하지도 못했다. 

한국전력의 수신료 징수비용은 대폭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전력은 수신료를 분리징수할 경우 연간 징수비용으로 2천 269억원이 든다고 계산했다. 통합징수에 드는 비용(약400억 원)의 5배 수준이다. KBS의 연간 수신료 수입은 약 7천억 원 수준이다. KBS는 수신료 분리징수로 체납자가 폭증해 수신료 수입이 1천 억원대로 줄어들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방송통신위원회 방송통계포털 '방송매체이용행태-가구매체 보유율' 

방송법 제64조는 TV수상기를 소지한 사람은 누구나 수신료를 납부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수신료는 공영방송 시스템의 운영·유지를 위해 납부해야 하는 '특별부담금'이라는 게 방송법의 취지이자 사법부의 판단이다.

방송법 제66조는 제1항은 'KBS는 수신료를 징수하는 경우 수신료를 납부해야 할 자가 그 납부기간 내에 이를 납부하지 않을 때에는 수신료의 5% 내에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비율에 상당하는 금액을 가산금으로 징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방송법 시행령 제47조는 수신료 체납에 대한 '가산금'을 체납액의 3%로 정하고 있으며, KBS나 수신료 징수 업무를 위탁받은 한국전력이 수신료 체납자에 대해 독촉장을 발부하도록 '의무규정'을 두고 있다.

TV수상기를 소지하고도 등록을 하지 않는 방식으로 수신료 납부를 회피했을 때 발생하는 '추징금'에도 같은 내용의 독촉장이 발부된다. 가산금·추징금이 부과됐음에도 수신료 납부를 거부하는 경우, 방송법은 '국세체납처분의 예'에 따라 강제징수 절차에 돌입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방통위는 '수신료를 내지 않아도 불이익은 없다'는 내용의 보도자료를 배포하고 나섰다. 방통위는 "국세체납의 경우에도 법률비용이 체납액보다 더 높으면 강제집행을 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수신료를 납부하지 않을 경우 KBS가 국세체납에 준해 강제집행을 하려면 방송법 제66조 제3항에 따라 방통위의 사전 승인을 받아야 한다. 방통위는 국민 편익과 권리 신장 관점에서 판단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불법 조장 정부'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관련기사▶"세상 어느 나라 정부가 국민에게 체납하라고 선동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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