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수신료 분리징수' 비상경영 체제 돌입
김의철 사장 "신규사업 중단, 기존 사업 원점 재검토" '비상경영TF' 구성… "공정성 강화·경영 효율화 조치 추진할 것" 고용안정·한전협상·위헌소송 승소 약속 시행령 개정, 공영미디어 서비스 축소로 이어질 듯
[미디어스=송창한 기자] KBS가 TV수신료 분리징수를 앞두고 비상경영 체제에 돌입했다. KBS의 모든 신규 사업은 중단되고, 기존 사업은 원점에서 재검토된다. 윤석열 정부의 방송법 시행령 개정으로 공영미디어 서비스 축소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김의철 KBS 사장은 10일 오후 임직원들에게 "수신료 분리징수가 현실화됨에 따라 저는 오늘 이 시간부로 비상경영을 선포한다"고 밝혔다. 수신료 분리징수를 위한 방송법 시행령 개정안은 11일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 이번 주 중 시행될 예정이다. KBS는 수신료 분리징수가 이뤄질 경우 연간 5천억 원 규모의 수입 감소를 전망하고 있다.
김 사장은 "먼저 죄송하다는 말씀부터 드린다. 그동안 회사는 매 단계마다 수신료 분리징수가 절차적으로나 내용적으로나 부당하다는 합리적 의견을 제시했지만 결과적으로 막무가내식 추진을 막아내지 못했다"면서 "공사의 신규 사업은 모두 중단한다. 기존 사업과 서비스들은 원점에서 재검토한다"고 말했다.
김 사장은 '비상경영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공정성 강화와 경영 효율화를 위한 구체적인 조치들을 취해 나가겠다고 했다.
김 사장은 "우리 모두는 이번 사태를 계기 삼아 KBS의 고질적 숙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분골쇄신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부당한 프레임을 덧씌워 공격받고 있는 부분들이 많지만, 반복적으로 우리의 정당성을 위협하는 약한고리들이 존재하는 것도 사실"이라며 "내외부에서 지적받고 있는 공정성과 경영 효율화에 대해서는 부족한 부분을 적극적으로 살펴, 제가 최종 책임자로서 과감하게 결정하고 구성원들의 동의를 얻어나가겠다"고 밝혔다.
김 사장은 임직원들에게 ▲고용안정 보장 ▲한국전력(한전)과의 협상을 통한 돌파구 마련 ▲방송법 시행령에 대한 위헌소송 승소 등을 약속했다.
김 사장은 "어떠한 위기가 닥치더라도, 고용안정만큼은 반드시 지켜내겠다. 노동조합과의 협약 등 필요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 말뿐이 아닌 실질적인 조치를 취하겠다"고 했다. 다만 김 사장은 향후 수신료 분리징수 여파에 따라 고통분담은 불가피할 수 있다고 했다.
방송법에 따라 한전과 수신료 위탁징수 계약을 맺고 있는 KBS는 방송법 시행령 개정으로 계약내용 변경 관련 협상에 돌입하게 된다. 김 사장은 "한전과의 협상은 현 시간 이후 상황에 매우 중요한 변수가 될 것"이라며 "통합징수 이전과 현재의 사회적 인프라 환경이 매우 달라진 만큼, 실질적인 징수율을 제고할 수 있는 다양한 아이디어들을 강구하고 있다. 1994년 통합징수가 획기적인 아이디어였듯이, 실무 차원에서 획기적인 돌파구가 마련될 수 있는 가능성도 여전히 존재한다"고 했다.
KBS는 헌법재판소에 ▲방송법 시행령에 대한 효력정지 가처분 ▲방송법 시행령 입법예고 기간 단축에 대한 헌법소원 등을 제기했다. KBS는 방송법 시행령 공포 시 시행령 본안에 대한 위헌 소송을 제기할 계획이다.
김 사장은 "승소 가능성이 결코 낮지 않다. 주지하다시피, 개정령은 그 절차뿐 아니라 내용에도 많은 문제를 안고 있다"며 "헌재와 대법원은 수신료 결합고지가 정당하며 납부 거부권은 인정되지 않는다는 취지의 판결을 여러 차례 내린 바 있다. 수신료에 관한 사항은 국민의 기본권 실현에 관한 영역으로서 그 징수 방식과 절차 모두 국회에서 결정해야 할 입법사항이라고 규정한 바도 있다"고 했다.
이어 김 사장은 "또한 고지행위를 통합할지 분리할지의 여부는 모법(방송법)의 취지에 따라 수신료 징수 효율성을 극대화하기 위해 위·수탁자가 재량으로 선택할 수 있는 사항임에도, 시행령을 통해 금지사항으로 제한하는 것은 위임입법의 한계를 벗어날 뿐 아니라 KBS와 한전의 직업수행의 자유와 계약의 자유를 침해하는 등 위헌적 요소가 다분히 존재한다"고 했다.
아울러 김 사장은 'KBS는 국민 세금과 다름없는 수신료로 고품격 콘텐츠를 제작하는 대신 월급으로 탕진했다'는 김효재 방송통신위원장 직무대행의 주장을 반박했다.
김 사장은 "아무리 부정하려 해도, KBS는 연간 시청점유율이 압도적 1위로 2위사의 두 배에 달하며, 5만 명 이상이 참여하는 언론진흥재단 수용자 조사에서 4년 연속 신뢰도 1위를 달성했을 뿐 아니라, 기타 공신력 있는 대다수 매체 조사에서 영향력과 신뢰도 1, 2위를 놓치지 않고 있다"며 "김효재 직무대행의 말대로라면, 아무런 노력도 하지 않는 KBS가 여전히 이런 성과를 내고 있다는 사실은 어떻게 설명할 수 있나"라고 따져 물었다.
김 사장은 "피 같은 수신료의 가치를 실현하기 위한 우리 KBS 구성원들의 피나는 노력이 그렇게 쉽게 매도될 수 있나. 우리가 그렇게 형편 없는 집단인가"라며 "오히려 KBS가 경영 효율화를 위해 시대적 환경에 맞지 않는 사업들을 조정하려고 할 때 갖은 이유로 제동을 걸었던 곳이 다름 아닌 방송통신위원회 아니었나"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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