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원로 "윤 대통령, 정녕 박정희 전두환 길 가려는 것인가"

'KBS 장악 음모, 수신료 분리징수 책동 중단' 기자회견

2023-06-13     고성욱 기자

[미디어스=고성욱 기자] 대통령실의 TV수신료 분리징수 권고가 나온 지 1주일 만에 방송통신위원회가 방송법 시행령 개정 작업에 나섰다. 사회·언론계 원로 인사들은 “윤석열 대통령은 정녕 박정희와 전두환의 길을 가려고 하냐”며 “협잡으로 KBS를 길들일 생각 말고 정정당당하게 언론을 대하라. 대통령 임기는 영원하지 않다”고 경고했다.

12일 여당 추천 김효재 방통위원장 직무대행, 대통령 몫 이상인 상임위원, 야당 추천 김현 상임위원은 간담회를 갖고 전체회의에 상정할 안건을 논의했다. 이날 여권 방통위원들 의견에 따라 TV수신료 분리징수를 위한 방송법 시행령 개정안, 윤석년 KBS 이사 해임제청안, 김효재 직무대행 방통위 부위원장 호선 등의 안건이 14일 전체회의에 상정된다.

사회·언론계 원로들은 12일 서울 여의도 KBS 본관 앞에서 'KBS 장악 음모, 수신료 분리징수 책동 중단' 긴급 기자회견을 열었다.(사진=미디어스)

권영길 전 민주노동당 대표, 함세웅 신부, 이부영 자유언론실천재단 명예이사장, 김상근 전 KBS 이사장 등 사회·언론계 원로들은 12일 서울 여의도 KBS 본관 앞에서 <KBS 장악 음모, 수신료 분리징수 책동 중단> 긴급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기자회견문에서 “광고가 없는 KBS의 생명줄인 수신료를 옥죄어 정권에 충성하는 언론으로 길들이겠다는 것”이라며 “즉 내년 총선 언론 환경을 집권 여당에 유리한 지형으로 변경시키겠다는 야욕”이라고 규탄했다. 이어 “윤석열 대통령은 정녕 박정희와 전두환의 길을 가려고 하냐”며 “대통령의 임기는 영원하지 않다. 법의 심판대가 그대를 기다리고 있고, 또 법보다 더 무서운 시민의 심판이 기다리고 있다”고 경고했다.

권영길 전 민주노동당 대표는 “이 자리는 1990년 KBS를 국민의 품에 돌려주기 위한 방송민주화 투쟁이 불붙었던 곳”이라며 “이곳에 사회 원로들이 다시 KBS를 지켜내고자 이 자리에 모였다. KBS는 윤석열 정권의 노리개가 아닌 국가의 자산”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권 전 대표는 “윤석열 정권은 입만 열면 안보를 이야기하는데, 기후 재난이 가장 심각한 문제인 지금 KBS야말로 재난 상황이 발생하면 국민의 생명을 지켜내기 위한 안보 방송”이라고 말했다. 권 전 대표는 “윤석열 정권이 수신료 분리징수를 하겠다는 것은 KBS를 권력과 자본의 도구로 만드는 길”이라며 “다시 KBS를 권력과 자본의 노예로 만들 수 없다. 함께하길 간곡히 부탁한다”고 말했다.

김중배 전 MBC 사장은 “노조 파괴를 비롯해 시민사회 운동을 짓밟는 현상이 마침내 수신료를 빌미로 KBS 장악, ‘땡윤뉴스’ 부활을 꿈꾸고 있는데 쿠데타적 음모가 있다고 본다”며 “세계 어느 나라든 쿠데타가 일어나면 제일 먼저 점거하는 곳이 언론사다. 국민은 각성하고 지식인은 이 사태를 냉정하게 분석해 전국민적 저항과 새로운 창조 운동을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전 사장은 “이 땅에 민주 언론이 이루어져야만 우리 공동체가 평화롭게 살아갈 수 있다”며 “그래서 이 문제는 결코 KBS, 언론계만의 문제가 아닌 공동체 전반의 문제다. 쿠데타적 현상이 지금 자행되고 있다는 것을 직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회·언론계 원로들은 12일 서울 여의도 KBS 본관 앞에서 'KBS 장악 음모, 수신료 분리징수 책동 중단' 긴급 기자회견을 열었다.(사진=미디어스)

함세웅 신부는 “예수님이 ‘옳은 것은 옳고, 틀린 것은 틀리다라고 말하는 것 이외에는 다 거짓이고 악’이라고 했다”며 “언론이 그런 것이다. 언론은 하나님의 진리를 세상에 선포하는 가장 위대한 선구자”라고 말했다. 함 신부는 “이를 탄압하는 윤석열과 그 집단이 바로 악마”라며 “거기에 기생하는 거짓 언론은 악마의 후예다. 이를 식별하면서 우리가 언론을 정화하고 아름다운 공동체를 실현해야 한다”고 말했다.

강성원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장은 “지금 윤석열 정권의 언론 정책이라는 것은 말을 듣지 않는 혀를 굴복시키려는 것을 여기 있는 모든 분이 알 것”이라며 “이번 수신료 분리징수 졸속 처리 역시 마찬가지”라고 규탄했다.

강 본부장은 “수신료 통합징수에 국민의 불만이 있다면 그 회초리는 KBS가 충분히 맞겠다. 하지만 권력의 정점에서 근거도 알 수 없는 일사불란한 언론장악에 대해서는 맞서 싸워나갈 것이다. 앞으로 모든 법적인 졸속 처리에 드러난 모든 약점, 허점들을 하나 하나 기록하고 대응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강 본부장은 “선배들의 정신을 이어받아 언론자유를 수호하는 것이 법치를 세우고 민주주의를 지키는 길이라고 굳게 믿고 끝까지 투쟁하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보수 유튜버들이 사회 원로 기자회견을 방해했다. 이들은 기자회견이 끝나자 참석자들의 뒤를 쫓아 고성을 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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