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수신료 분리징수는 공영방송 근간 훼손"

대통령실, '국민참여 토론' 근거로 수신료 분리징수 권고 KBS "의견제시 받아들여지지 않아 유감" 언론노조 KBS본부 "비판 언론 어떻게 사라지는지 보여주려 하나"

2023-06-05     송창한 기자

[미디어스=송창한 기자] 대통령실이 조작 가능성이 있는 '국민참여 토론' 결과를 토대로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와 산업통상자원부(산업부)에 'TV수신료 분리징수' 방안을 마련하라고 권고했다. KBS는 수신료 분리징수는 공영방송의 근간을 훼손하는 일이라며 유감을 표했다. 

강승규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은 5일 브리핑에서 "도입 후 30여년 간 유지해 온 수신료·전기요금 통합징수방식에 대한 국민 불편 호소와 변화요구를 반영해 분리징수를 위한 관계법령 개정, 그에 따른 후속조치 이행방안을 마련할 것을 권고했다"고 말했다. 

강승규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이 5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국민제안심사위원회 개최와 관련해 브리핑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어 강 수석은 "국민참여 토론 과정에서 (KBS)방송의 공정성, 콘텐츠 경쟁력, 방만 경영 등의 문제가 지적되었고 이에 따른 수신료 폐지 의견이 가장 많이 제기되었다"며 "국민눈높이에 맞는 공영방송의 위상과 공적책임 이행보장 방안을 마련할 것을 권고안에 담았다"고 했다. 

대통령실은 지난 3월 9일 돌연 대통령실 홈페이지에 'TV수신료 징수방식 개선 국민참여 토론'을 진행했다. 대통령실 국민제안은 KBS가 정순신 변호사 아들 학폭사건을 보도한 지 2주일여 만에 실시됐다. KBS [단독] 보도로 검찰 출신인 정 변호사는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장에 임명된 지 하루 만에 자리에서 내려왔다. 

대통령실은 총 투표수 5만 8251표 중 97%가 수신료 통합징수방식을 개선해야 한다는 데 찬성했다고 했다. 대통령실은 6만 4천여 건의 댓글을 분석한 결과 3만 8천여 건이 수신료 폐지, 2만여 건이 수신료 분리징수 의견이었다고 했다. 

KBS는 이날 발표한 입장문에서 "수신료 분리징수는 공영방송의 근간을 훼손할 수 있는 중차대한 사안"이라며 "그동안 KBS는 대통령실 국민제안과 관련해 의견을 제시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아 유감"이라고 밝혔다.

KBS는 "수신료 통합징수는 최소한의 비용으로 공영방송을 유지할 수 있는 가장 효율적인 징수 방식"이라며 "심각한 사회적 부작용이 우려되는 분리징수보다는 달라진 미디어 환경에서 공영방송의 역할 변화와 공영방송 재원 체계 전반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했다. 

KBS는 "수신료 징수 방법의 변경은 선진 민주국가 대부분이 채택하고 있는 공영방송 제도를 대한민국에서 폐지할 것인가의 여부와도 직결되는 지극히 중요하고도 민감한 사안"이라며 "KBS는 앞으로도 흔들림 없이 공영방송에 부여된 공적책무를 충실히 이행함과 동시에 가장 효율적인 징수 방식을 국민께 설명하는 데에도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했다. 

같은 날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언론노조 KBS본부)는 성명을 내어 "대통령실은 공영방송 죽이기를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언론노조 KBS본부는 "수신료에 대한 법적 근거는 깡그리 무시하고 신뢰성조차 의심 받는 국민제안만을 근거로 공영방송의 근간을 흔들 수 있는 결정이 나온 것에 대해 KBS 구성원들은 강력히 규탄한다"며 "방통위와 산업부에도 경고한다. 정권의 눈치만 보며 국민의 방송인 공영방송을 죽이는 결정에 동참해 제 손에 함께 피를 묻히지 말라"고 비판했다. 

언론노조 KBS본부는 "이번 권고안을 바탕으로 분리징수가 실제화 된다면 공영방송은 역사의 뒤안길로 밀려날 것"이라며 "국민은 신뢰할 수 있는 공영미디어의 부재를 경험하게 될 것이고, 정권에게는 자신들에게 비판적인 언론사는 어떻게 사라지는지를 보여주는 공포정치의 서막을 알리는 일이 될 것"이라고 했다. 

대통령실 국민제안 홈페이지 갈무리 

대통령실 '국민참여 토론'은 한 사람이 한 계정으로 토론 댓글을 계속 남길 수 있고, 여러 계정을 만들어 중복투표를 할 수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여기에 극우유튜버들을 중심으로 국민참여 토론 투표 독려가 진행됐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관련기사▶"대통령실 '수신료 분리 징수' 의견수렴, 중복투표 가능")

방송법 제64조는 '텔레비전방송을 수신하기 위하여 텔레비전수상기를 소지한 자는 대통령령이 정하는 바에 따라 공사(KBS)에 그 수상기를 등록하고 텔레비전방송수신료를 납부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방송법 제67조는 'KBS는 공사는 수상기의 생산자·판매인·수입판매인 또는 공사가 지정하는 자에게 수상기의 등록업무 및 수신료의 징수업무를 위탁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방통위는 이미 대통령실 분위기에 발맞춰 수신료 징수 제도개선 정책연구에 착수한 상태다. (관련기사▶방통위, '수신료 징수 제도개선' 정책연구 추진)

KBS와 수신료 징수 위·수탁 계약을 맺고 있는 한국전력은 산업부 산하 공공기관이다. 정부는 법이나 시행령 개정 없이 KBS와 한국전력이 맺고 있는 계약을 해지하거나 연장하지 않는 방법으로 수신료 분리 징수를 시행할 수 있다. KBS와 한전의 수신료 징수 위·수탁 계약은 3년 단위로 이뤄지며 현재 계약기간은 2024년 12월까지다. 한전은 매년 400억원 규모의 수신료 징수 대행 수수료를 거둬들이고 있다. 

헌법재판소 판결에 따르면 수신료는 여권이 주장하는 '시청료' 개념이 아닌 공영방송 독립적 제도 운영을 위한 '특별부담금'이다. 헌재는 지난 1999년 수신료 부과에 대한 위헌소원 판결에서 "수신료는 시청 여부 또는 어느 방송을 시청하는가와 관계없이 납부해야 하는 것"이라며 수신료를 특별부담금으로 규정했다. 헌재는 2008년에도 수신료가 특별부담금이라는 점을 재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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