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수수색 당한 MBC 기자가 밝힌 그날의 '과잉 수사'
경찰 "한동훈 장관님도 휴대폰 압수수색 협조" 1년 전 사건에 10여년 전 다이어리·취재수첩에 속옷까지 뒤져 압수수색 전 자택·차량기록·가족일상 훑어…"미행하듯"
[미디어스=송창한 기자] 한동훈 법무부 장관 인사청문 자료 유출 혐의로 압수수색을 당한 임현주 MBC 기자가 경찰의 '과잉 수사' 정황을 상세하게 밝혔다.
경찰은 구체적인 혐의 사실을 설명해 달라는 임 기자 요청을 거절하고 한동훈 장관도 휴대폰 압수수색은 협조했다며 휴대폰 제출을 요구했다. 경찰은 임 기자 10여 년 전 다이어리와 속옷을 뒤지는 한편, 압수수색 전에 차량과 가족들의 일상까지 쫓았다. 임 기자는 윤석열 대통령 '바이든-날리면' 비속어 논란을 방송에서 최초 보도했다는 이유로 국민의힘으로부터 고발 당했다.
지난달 31일 오마이뉴스에 실린 임 기자의 글 <'과잉수사'의 정의는 뭔가요?>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오전 서울경찰청 반부패부는 임 기자 자택을 압수수색했다.
임 기자는 윤 대통령 비속어 논란 보도로 수사를 받고 있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경찰에게 "요즘은 명예훼손 혐의로도 주거지와 사무실 압수수색 영장이 발부되나요"라고 물었다. 이에 경찰은 지난해 4월 한동훈 장관 인사청문자료를 임 기자가 다른 매체 기자에게 전송한 사건으로 압수수색을 집행한다고 답했다. 임 기자는 구체적인 혐의사실 설명을 요청했지만 경찰은 알려줄 수 없다고 했다.
경찰은 대뜸 "휴대전화부터 제출하시죠. 한동훈 장관님께서도 휴대전화 압수수색은 협조하셨습니다"라는 말을 했다. 채널A 검언유착 의혹 사건 당시 검찰은 한동훈 검사 휴대폰을 압수했다.
임 기자는 "귀를 의심했다"며 "경찰이 영장집행을 나와서 기자에게 '한동훈 장관님'을 언급하는 이유는 무엇이며, 중립적이어야 할 수사기관이 마치 한동훈 장관님의 대변인 같은 발언을 하며 압수수색에 협조를 하라니, 압수수색을 경찰에서 나온 건지 검찰에서 나온 건지 헷갈릴 정도였다"고 전했다.
경찰은 임 기자가 한 장관은 휴대폰 제출과정에서 수사 검사에 대한 독직폭행 문제를 제기했고, 휴대폰 비밀번호는 끝까지 안알려준 것으로 안다고 바로잡았다. 지난해 11월 대법원은 검언유착 의혹 사건 수사과정에서 한 장관 폭행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정진웅 검사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임 기자는 발부된 영장에 따라 경찰 압수수색에 최대한 협조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휴대전화와 노트북, 신체, 의복, 소지품, 차량, PC, USB, 각종 서류 등을 확인했다. 경찰은 임 기자의 10여년 전 다이어리와 취재수첩까지 들여다봤다고 한다. 임 기자는 지난해 4월 발생한 사건에 이 같은 자료를 볼 필요가 있냐고 물었지만 경찰은 "간혹 일부러 옛날 수첩이나 다이어리에 메모를 해 놓는 분들도 계시다"라고 말했다.
경찰은 방에 들어가 속옷까지 손으로 만져가며 서랍을 뒤졌다. 임 기자는 "경찰이 방에 들어가서 팬티까지 손으로 만지면서 서랍을 뒤지는 것을 보는데, 솔직히 화가 났다"며 "영장을 발부하신 부장판사님도 같은 여자시던데, 영장에는 기자의 주거지를 압수수색하면서 속옷까지 수색하라고 영장 범위에 적어 놓지는 않으셨던데, 이런 경우는 어떻게 받아들여야하는 건가"라고 토로했다.
임 기자는 "한 장관님의 인사청문화 파일이 문제가 되는 것이라면 저희 집에서 그 범위에 한해 압수수색을 하면 되는 것 아닌가"라며 "휴대전화도 제출했고, 업무용 노트북도 제출했는데 굳이 가족들이 살고 있는 공간에 속옷 서랍까지 다 들춰보며 수치심을 주는 이유는 뭔가"라고 따져 물었다.
또 임 기자는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됐다"며 "경찰이 압수수색 전 이미 두 차례나 저희 집을 방문했었고, 2개월치 차량 기록과 저희 가족들이 엘리베이터를 드나드는 영상들을 모두 촬영해 갔다는 사실"이라고 밝혔다.
임 기자는 "압수수색을 위해 주거지 사전 탐문은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그런데 마치 미행하듯, 기자 차량이 주차장에 들어오자마자 경찰차가 따라 들어오고, 기자 차량 아파트 출입기록이 2개월치나 떼가면서, 가족 얼굴이 담긴 영상들을 왜 찍어가신 건지. 이 사건 수사와 저희 가족들은 무슨 연관성이 있는 건지 묻고 싶다"고 했다.
서울경찰청 반부패·공공범죄수사대는 한 장관 인사청문 자료를 유출한 혐의로 MBC 임 기자의 자택, 차량, 휴대전화, 사무실(MBC 상암동 사옥 뉴스룸) 등을 압수수색했다. 또한 경찰은 관련 자료가 제출됐던 국회 사무처 의안과를 압수수색했다. 경찰은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와 대치 끝에 임 기자 사무실 자리를 '현장 확인'했다.
기자가 의원실을 통해 고위공직자 후보 인사청문자료를 입수하는 것은 통상적인 취재 관행이다. 또 기자 개인의 혐의로 언론사 보도국을 압수수색하는 것이 타당한지, 인사청문 권한을 가진 국회에 대한 압수수색이 타당한지 논란이 제기되는 상황이다. 임 기자는 TV 정오뉴스 브리핑을 통해 '바이든-날리면' 논란을 보도했다는 이유로 온라인상에서 '좌표 찍기' '신상 털기'를 당해왔다.
언론 일각에서 MBC 압수수색과 한상혁 방통위원장 면직 등을 두고 '방송 탄압'을 우려하고 있다. 한국일보는 1일 사설 <방통위원장 면직, 뉴스룸 압수수색… 방송 통제 우려 크다>에서 "한상혁 방통위원장이 임기를 두 달 남기고 면직 처리됐다. 경찰은 MBC 기자가 1년여 전 한 장관 개인정보를 유출했다며 뉴스룸 압수수색을 시도했다"며 "그제 한날에 이뤄진 일이다. 근거가 없지 않은 조치들이나, 굳이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싶은 측면이 많다"고 했다.
한국일보는 "방송사 뉴스룸이 불가침의 성역일 수는 없지만, 기자 개인 혐의로 뉴스룸을 압수수색하는 건 전례가 많지 않다. 더구나 임 기자는 지난해 윤석열 대통령의 미국 방문 당시 논란을 빚은 ‘바이든·날리면’ 보도를 한 당사자"라며 "'MBC가, 또 한동훈이 아니었다면 이렇게까지 했겠느냐'는 노조의 반발이 무리는 아닐 것"이라고 썼다.
한겨레는 지난달 31일 사설 <한동훈 개인정보 유출에 국회·언론 압수수색, 도 넘었다>에서 "물론 공인이라 할지라도 개인정보는 보호받아야 하고, 이를 외부로 유출하는 행위는 실정법 위반"이러며 "그러나 인사청문회 자료는 공직 후보자의 자질과 비위 여부를 검증할 수 있는 기초 자료로, 청문회 직전에 해당 부처가 국회에 자료를 제출하면 의원실 등을 통해 국회 출입 기자들이 이를 입수하는 것이 관례적"이라고 강했다.
한겨레는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대선 때 ‘대통령이 되면 언론 자유를 확실히 보장할 것’이라고 호언장담했다. 하지만 현실은 정반대"라며 "지금도 언론사에 대한 고소, KBS와 MBC에 대한 감사원 감사, 한상혁 방통위원장 면직 추진 등 언론 자유를 위협하는 행위가 계속되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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