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경영평가, 보수단체 모니터 자료로 이뤄질 판
공언련 이사장 김백, KBS 경영평가위원 활동 공언련·불공정감시단 자료로 KBS 공정성 문제 삼아 경영평가 초안 '기자·PD 다수가 언론노조이어서 문제'
[미디어스=송창한 기자] KBS 경영평가위원이 보수단체 '불공정방송국민감시단'(이하 감시단) '공정언론국민연대'(이하 공언련) 자료를 경영평가보고서에 포함시킬 것을 주장해 비판이 제기된다.
해당 경영평가위원은 공언련 이사장을 맡고 있다. 국민의힘은 최근 공언련 등의 모니터링을 근거로 공영방송 패널에 '좌파딱지'를 붙여 논란을 빚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언론노조 KBS본부)는 지난 3일 김백 경영평가위원 사퇴를 촉구했다. 언론노조 KBS본부는 "KBS 방송의 공정성을 지적할 수 있지만, 그런 평가를 위해선 정확한 근거가 필요하다"며 "문제가 된 경영평가 내용은 김백 위원이 서술한 내용으로, 김 위원이 경영평가에 참조한 자료의 출처는 다름 아닌 끊임없이 공정성, 편파성 논란이 지적되어온 감시단과 공언련"이라고 밝혔다.
김백 위원은 YTN 총괄상무이사 출신으로 이명박 정부 시절 YTN 해직 사태를 주도한 인물로 꼽힌다. YTN 인사위원회가 낙하산 사장 반대 투쟁을 벌였던 노조원들을 상대로 무더기 중징계·해고 결정을 내렸을 때 김백 위원은 인사위원이었다.
김백 위원은 현재 공언련 이사장직을 맡고 있다. 월간조선 보도에 따르면 공언련은 창립 전 '불공정방송국민감시단'이란 이름으로 대통령 선거와 지방선거 기간 공영방송의 보도를 감시했다.
언론노조 KBS본부는 "감시단은 국민의힘을 등에 업고 KBS 내부를 참칭하며 KBS 보도와 프로그램에 끊임없이 폄훼한 단체"라며 "그들의 일면은 대선 직후 국민의힘과 손잡고 국회에서 개최한 대선보도 모니터링 보고회에서 잘 드러난다. 이 자리에서 왜 그렇게 국민의힘 의원들만 참석해 모니터 내용에 전적으로 공감한다며 감시단 노고를 치하했는지 알 사람은 다 안다"고 전했다.
언론노조 KBS본부는 "감시단 핵심이랄 수 있는 사람이 누구인가. 이미 KBS 내부에서는 '왕회장'으로 이름을 드높였던 '검사 사칭' 전력이 있는 최철호"라며 "대선 투표일 닷새 전 기자회견을 열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검사 사칭’ 사건의 연루 PD가 자신이라며 명예훼손으로 고발하겠다고 나서 대선에 영향을 끼치려 하지 않았던가. 선수로 뛴 사람이 수행한 보도 모니터가 과연 공정하다고 할 수 있나"라고 따져물었다.
언론노조 KBS본부는 "김백 위원도 마찬가지다. 감시단이 꺼풀을 바꿔 입은 공언련의 이사장"이라며 "공언련은 최근 현 정부 예산을 받아 팩트체크 사업을 진행해 정권 편향성이 제기된 단체이기도 하다. 현 정권, 여당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활동해 온 단체의 이사장이 경영평가위원으로 들어와 KBS의 공정성을 운운하는 기가 막히는 일을 벌이고 있는 것"이라고 토로했다.
언론노조 KBS본부는 "더 나아가 경영평가서 초안은 PD와 기자 대다수가 KBS본부 소속이어서 '조금만 주의를 게을리하게 되면 공정성 논란에 휩싸이게' 된다는 어처구니없는 망발도 서슴지 않고 있다"며 "이는 명백히 제작진의 양심의 자유를 침해하는 발언이다. 이런 비뚤어진 인식에 기본적인 양식도 없는 인사를 경영평가단으로 위촉한 이사회도 책임을 통감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감시단과 공언련의 대표는 올해 초 KBS를 퇴사한 PD 출신 최철호 씨다. 지난해 3월 국민의힘 중앙선거대책위원회는 감시단과 국회에서 토론회를 열고 공영언론에 대한 비난을 쏟아냈다. 감시단은 KBS 1171건, MBC 191건, YTN 165건, 연합뉴스TV 56건, TBS 73건의 불공정방송을 찾아냈다고 밝혔으나 구체적인 데이터를 공개하지 않았다.(관련기사▶공영언론 비난 쏟아낸 국민의힘 토론회)
공언련은 ▲KBS·MBC·YTN·연합뉴스TV·TBS 등 공영·준공영방송 보도 공정성 모니터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MBC 고발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민원 등의 활동을 펼쳐왔다. 최근 공언련 협력단체 공정미디어연대는 '팩트체크위원회'를 구성해 가짜뉴스 색출 작업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공영언론의 가짜뉴스를 팩트체크하여 미확인 보도로 인한 사회적 갈등 해소와 사회통합에 기여한다'는 것이다. 해당 팩트체크위원회는 행정안전부 지원으로 운영된다.
공언련에 따르면 팩트체크운영위원회가 팩트체크 아이템을 선정한다. 운영위에 공언련, KBS공영방송노조, MBC노동조합, 연합뉴스공정보도노동조합, 대한민국언론인총연합회 등의 단체가 참여한다. 정부에서 지원하는 팩트체크 사업이 보수단체 '탑다운'(Top-down, 하향식)으로 시행되는 것이다.
공언련의 모니터링 보고서는 ▲'바이든-날리면' 사태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패널 공정성 공문 발송 논란 ▲김건희 씨 주가조작 의혹 ▲이태원 참사 ▲강제동원 피해자 제3자 변제 논란 ▲주69시간제 논란 등의 사안에서 정부·여당의 시각을 담아냈다. 최근에는 국민의힘이 대한민국언론인총연합회, 공언련 등의 모니터링을 근거로 KBS·MBC 라디오 출연진을 '좌파 패널'로 분류해 논란이 일었다. 지목된 패널들 사이에서 '근거 없는 유사 블랙리스트'라는 비판이 나왔다.
공언련은 언론노조 KBS본부가 사측을 비호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공언련은 4일 발표한 입장에서 "본부노조 성명서 어디에도 김백 위원이 불공정의 잣대로 제시한 모니터 보고서의 어느 부분이 왜 문제인가를 지적하는 부분은 단 한 곳도 없다"며 "그만큼 이번 KBS 경영 평가의 근거가 된 공언련의 모니터 보고서가 완벽하다는 반증이다. 본부노조의 터무니없는 주장은 KBS 사측, k 위원과 사전에 짜고 이런 짓을 저지르고 있음을 강력하게 의심하게 한다"고 말했다.
공언련은 "KBS의 보도가 불공정하다고 지적하면 친정부 단체로 낙인찍는 본부노조의 습관적인, 정파적인 주장에 이제 신물이 날 지경"이라며 "많은 국민이 지난 6년 동안 온갖 정치적 편향 시비를 불러 온 민노총 언론노조 KBS본부야말로 친 민주당 단체라고 규정하고 있다. 지난 6년간 민노총 언론노조 KBS본부는 KBS내부에서 노동조합의 본분을 내팽개치고 줄곧 언론노조 출신 KBS 사장의 이익을 대변해 어용노조로 혹독한 비난을 받아 왔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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