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재단 '가짜뉴스 센터', 예산·계획도 없이 급조
언론재단 구성원 '문체부 보도자료' 보고 알아 노조, 일방적 인사·조직개편에 "만우절 장난 같아"
[미디어스=송창한 기자]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 장관 박보균)가 한국언론진흥재단(이하 언론재단, 이사장 표완수)에 설치한 '가짜뉴스 피해 상담·신고센터'가 사업계획도 예산도 없이 급조됐다고 한다. 언론재단 내부에서 지난 3월 임원 교체 이후 만우절 장난과도 같은 일방적인 인사·조직개편이 실시되고 있다는 비판이 나왔다.
언론재단 노동조합은 9일 성명을 내어 경영진의 각성을 촉구했다. 언론재단 노조에 따르면, 지난 3월 14일 신임 본부장 3명이 취임한 이후 기습적인 전보인사 발령과 '가짜뉴스 신고센터'로 대표되는 조직 개편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언론재단은 '신문 등의 진흥에 관한 법률'에 근거한 진흥기관이다.
지난 3월 언론재단 임원진이 이사장을 제외하고 모두 교체됐다. 유병철 경영본부장, 남정호 미디어본부장, 정권현 정부광고본부장이 임원진에 이름을 올렸다. 언론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유 본부장은 연합뉴스에서 법조팀장을 역임했다. 남 본부장은 중앙일보 사회부 기자 시절 법조팀에서 근무했다. 정 본부장은 조선일보에서 법조팀장, 사회부 차장(법조데스크), 사회부장 등을 지냈다.
언론재단은 4월 1일 "신임 본부장들과 함께 호흡을 맞춰 일할 간부들을 발굴·선임하고, 젊고 혁신적인 인재를 발탁해 쇄신의 바람을 일으킬 필요가 있다"며 노사 단체협약에 따른 평가 없이 인사를 단행했다. 또 언론재단 구성원들은 '가짜뉴스 신고센터'를 문체부 보도자료와 언론보도를 보고 접하게 됐다고 한다.
언론재단 노조는 "만우절 장난이길 바랐을 만큼 충격적이었던 4월 1일자 인사 이후 '조직 내 쇄신의 바람을 일으키며', '재단이 당면한 현안의 안정적 해결을 위해' 노력한 첫 번째 결과가 이것인가"라고 따져 물었다.
4월 24일 열린 노사협의회에서 경영진은 인사·조직개편 질문과 관련해 ▲인사 전 평가는 노사 합의사항인가 ▲이런 식의 인사라면 AI(인공지능)에 맡기는 게 낫지 않나 ▲가짜뉴스 유형화는 문체부와 미스 커뮤니케이션이 있었다 ▲'가짜뉴스 신고센터'는 신규 업무가 아니다 ▲가짜뉴스 상담 업무가 감정노동이 될지 안 될지는 알 수 없다 등의 답변을 내놓았다.
5월 3일 노조 요구로 열린 전사설명회에서 '가짜뉴스 신고센터'가 운영 예산 확보, 기초적인 사업계획안도 없이 추진되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언론재단 노조는 "사측은 설명회에서 '가짜뉴스 신고센터' 운영 방식을 묻는 질문에 '신고를 어떻게 받는지와 매뉴얼 등은 인사 이후 센터에 배치되는 인력들이 준비할 것'이라고 답했다"며 "당혹스러움을 넘어 분노를 감출 수 없다"고 밝혔다.
언론재단 노조는 "5월 5일 공지한 조직개편의 취지와 방향은 또 어떠한가. '언론계 디지털 혁신을 지원하는 조직으로 탈바꿈'하겠다며 디지털혁신지원국을 신설했지만, 그에 따른 인력 운용 계획과 비전이 있는지 의문"이라며 "'개인 실적 중심 연구보고서 발간에서 벗어나', '단순한 산업·수용자·언론인 등에 대한 조사를 넘어'와 같이 그간 재단이 쌓아온 성과와 직원들의 노고를 폄하하는 표현도 서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언론재단 노조는 "명확한 방향성 없이 속도만 내는 '혁신', '쇄신' 속에 '신뢰', '소통', '존중'은 사라졌다"며 경영진에게 ▲재단 주요 관련 사항이 외부 기관을 통해 먼저 알려지는 일이 없도록 의사결정 과정에서 적극 소통할 것 ▲'가짜뉴스 신고센터' 구체적인 운영계획과 인력 확보 방안을 직접 제시할 것 등을 주문했다.
언론재단 노조는 "우리는 장기판의 말이 아니다"라면서 "센터장과 구성원을 비롯한 유관부서 담당자들에게 가혹한 짐을 떠넘기지 말고, '가짜뉴스 신고센터' 설치를 받아들인 임원진이 앞장서라. 낯선 가시밭길을 나침반과 지도도 없이 맨발로 걸어가야 하는 직원들의 막막함은 지나친 기우가 아니다"라고 했다.
문체부는 지난달 20일 언론재단을 통해 가짜뉴스 퇴치에 나선다고 발표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4·19 기념식에서 '가짜뉴스가 민주주의를 위협한다'고 말한 지 하루 만이다. 윤 대통령은 지난 3월 29일 민주주의정상회의, 지난 4월 6일 신문의날, 4월 9일 부활절 예배에서도 '가짜뉴스' '허위선동'이 민주주의를 위협한다는 발언을 쏟아냈다.
문체부는 언론재단 '가짜뉴스 신고센터'에 대해 "정밀하고 입체적인 접근을 통해 가짜뉴스를 유형화하고 관련 데이터를 체계적으로 수집·공개한다"면서 "언론중재위에도 가짜뉴스 사례를 전달한다. 피해구제 사례집, 대응 메뉴얼도 발간해 국민에게 실질적으로 필요한 정보를 보급할 계획"이라고 소개했다. 언론중재위는 선거기사 심의를 주관한다.
문체부의 가짜뉴스 규정은 정부정책에 대한 비판적 보도를 일컫는다. 문체부는 "악성 정보전염병 퇴치를 위한 범정부적 대응시스템을 구축"하겠다면서 '정부 정책 관련 가짜뉴스 사례'를 조기에 발견해 대응하고, '정부 신뢰도를 떨어뜨리는 허위·왜곡 보도'에 대해서는 정부 대표 소통채널을 통해 정확한 사실을 알리는 기능을 강화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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