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투자 확대, 값싸고 빠르게 찍을 수 있기 때문"
한빛센터 "현 노동실태, 산업 경쟁력에 도움 안돼" OTT 드라마 제작현장, 평균 주 60시간 넘기도
[미디어스=고성욱 기자] 윤석열 대통령 부부가 미국 국빈방문에서 ‘넷플릭스의 한국 콘텐츠 대규모 투자를 이끌어냈다'는 보도가 쏟아진 것을 두고 “K콘텐츠 산업의 미래를 말하기 전에, 불안과 경쟁 속에서 시달리는 종사자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는 1일 성명을 내어 “‘세계로 뻗어나가는 K콘텐츠 산업’의 국위선양의 길이 열린 것처럼 비쳐지지만, 그 속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인간다운 삶을 위한 노동권 보장에 대해서는 이야기되지 않는다"면서 "최소한의 조건을 보장하지 못하는 노동실태는 산업의 지속가능성과 경쟁력에도 도움이 될 리 없다”고 비판했다.
한빛센터는 “장시간 노동 등으로 악명 높은 한국의 드라마 제작 현실 속에서 해외 OTT의 투자가 노동조건 개선도 가져올 수 있다는 기대는 사그라진 지 오래”라며 “넷플릭스가 한국에 최근 4년 간 약 1.9조 원을 투자하고 해마다 투자를 늘려오고 있는 것은 고퀄리티의 드라마를 값싸고 빠르게 찍어낼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한빛센터는 일례로 최근 해외 OTT가 제작한 드라마 제작현장의 노동실태를 거론했다. 한 드라마 제작촬영 현장에서 평균 주 60시간 촬영이 진행됐고, 10일은 자정을 넘겨서 촬영이 종료됐다. 해당 제작사는 A팀과 B팀을 나눠서 운영하고 있다고 했으나 실제로는 같은 스태프들이 팀 이름만 바꿔서 촬영 현장에 투입되고 있다고 한다.
한빛센터는 “드라마만의 문제는 아니다. 한국인의 하루의 24분의 1을 차지하고 있는 유튜브는 새로운 열정페이 시장이 되어 있다”면서 “10분짜리 영상을 편집하기 위해서 보아야 하는 영상이 10시간이라거나, 작업 결과물에 대한 추가적인 수정 요구 등은 최저임금에도 훨씬 미달하는 노동조건을 감수하게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계약서조차 제대로 쓰지 않는 것이 당연히 여겨진다”며 “아무 규제 없이 방치되고 있는 새로운 산업 영역의 무법지대에서 벌어지는 이러한 일들은 규제완화만 앵무새처럼 되뇌는 현 정부는 절대로 짐작도 못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빛센터는 ‘무늬만 프리랜서’라는 이름으로 비정규직 문제가 반복되고 있다며 “노동위원회나 노동청에서 근로자로 판단한 사례가 제법 쌓였음에도 CBS처럼 원직복직 명령을 사실상 거부하거나 근로계약서도 작성하지 않은 채 버티기도 한다. 대기업이 이런 식이니 작은 규모의 제작사 등에서 출근 시간은 정해져있는데 퇴근 시간은 정해져 있지 않은, 무질서한 고용관행은 너무나도 당연해 보일 수 있겠다”고 꼬집었다.
한빛센터는 “이미 있는 노동법이 잘 지켜지도록 적극적인 근로감독이 절실하다. 또 끊임없이 노동법의 경계를 흐트러뜨리는 영역에 대한 규제와 규율을 고민해야 한다”며 “그러한 변화들을 현장에 정착시키기 위해서 일하는 이들의 결사의 자유가 보장되어야 한다”고 요구했다.
한빛센터는 “불안정한 고용과 배제된 사회보장 속에서 언제까지 이 일을 할 수 있을지 모른다는 불안과 항상 다음 일하기 위해서 지금 성과를 내야하는 경쟁을 견뎌내야만 하는 상황이 ‘원래 그런 것’이라고 치부된다”면서 “‘원래 그런 것들’을 바꿔가기 위한 과제와 역할을 다시금 되새긴다. 변화는 끝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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