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여당이 보내온 수신료 분리징수 해법

KBS노조 성명에 박힌 "경영진 교체되면 필요 없다" 고민정 "대통령실-KBS노조 거래성 발언 조사해야"

2023-04-07     송창한 기자

[미디어스=송창한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대통령실이 추진하고 있는 '수신료 분리징수' 국민참여 토론의 목적은 KBS 경영진 교체에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민주당은 소수노조인 KBS노동조합이 5일 발표한 성명을 근거로 들며 "윤석열 정부의 언론탄압 타깃이 이제는 KBS로 이동한 것 같다"고 말했다. 

소수노조인 KBS노동조합이 5일 발표한 성명에 "현 경영진이 교체되면 굳이 수신료 분리 징수를 할 필요는 없다"는 문구가 발언 형식으로 처리됐다. KBS노조는 '이게 저들이 달라는 명분이고, 우리가 저들에게 줄 수 있는 필요조건이 된다'며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언론노조 KBS본부)에 경영진 퇴진 운동을 함께하자고 제안했다. 

KBS노동조합 4월 5일자 성명 갈무리 (더불어민주당 고민정 의원 페이스북)

더불어민주당 고민정 의원은 7일 열린 최고위원회에서 "통상적으로 큰따옴표를 표시할 때는 이 성명을 쓴 사람들의 주의, 주장이 아니라 누군가의 발언을 그대로 옮겨 담은 것"이라며 "즉 대통령실이 수신료 분리징수를 국민께 물은 이유는 정책적 필요성 때문이 아니라 현 KBS 경영진을 교체하고 잘라내겠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고 의원은 "KBS노동조합은 허위사실을 작성한 것이 아니라면 언론의 독립성을 저해하는 발언을 한 이 자가 누구인지 밝혀라. 그리고 현 정부에서 보내온 해법이라고 언급돼 있는 것을 보면 대통령실 관계자일 가능성 또한 있다"면서 "대통령실 공직기강비서관실은 누가 KBS노동조합과 거래성 발언을 한 것인지 지금 즉시 조사해 줄 것을 요구한다"고 말했다. 

고 의원은 "수신료는 단순한 시청료가 아니다. 공영방송이 권력과 자본의 눈치를 보지 않고 공적책무를 다할 수 있도록 하는 공영방송의 재원"이라며 "방송법에 입법적 근거가 있고 헌법재판소도 수신료가 공영방송의 독립성과 자율성의 토대임을 판결로 인정했다. 또 대법원은 수신료와 전기요금 통합 고지가 공익에 기여한다고 판단한 바도 있다"고 강조했다. 

KBS노동조합은 상황을 종합해 만든 문구라는 입장이다. 허성권 KBS노동조합 위원장은 미디어스에 "(인용구는)여러 가지 상황과 입장을 종합한 논리"라며 "전체 맥락 중 일부를 아전인수격으로 악의적 해석을 했다"고 말했다. 

고민정 더불어민주당 의원 (사진=연합뉴스) 

대통령실 홈페이지 '국민참여 토론'은 여론 조작이 가능한 시스템인 것으로 드러났다. 한 사람이 한 계정으로 토론 댓글을 계속해서 남길 수 있고, 여러 계정을 만들어 찬반투표를 할 수 있다. 

언론노조 KBS본부는 6일 성명에서 '국민참여 토론' 시스템의 공정성이 무너진 가운데 극우유튜버들을 중심으로 대통령실 국민참여 토론 찬반 투표 독려가 진행 중이라고 비판했다. KBS본부는 "수신료 분리 징수 국민제안이 시작된 지 20일이 지나도 찬성이 1만 표 수준에 머무르자 이들의 투표 독려는 본격적으로 시작됐다"며 대표적 사례로 100만여명의 구독자를 보유한 '배승희 변호사' 채널을 거론했다. 

배 변호사 채널에 장예찬 국민의힘 청년최고위원이 출연해 투표를 독려하기도 했다. 장 최고위원은 지난달 29일 방송에서 "법원과 방송국이 민노총 손아귀에 넘어가잖아요. 죽었다 넘어가도 선거 못 이겨요"라며 찬성 투표를 독려했다고 한다. 언론노조 KBS본부 분석 결과, 지난달 28일 1만 1천여표 수준이었던 찬성표는 지난 3일 4만여표로 급증했다. 

유튜브 채널 '배승희 변호사' 방송에 출연한 장예찬 국민의힘 청년최고위원 (사진=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 

이 같은 결과를 두고 일부 언론은 수신료 분리징수에 국민 96%가 동의하고 있다고 보도하고 있다. 조선일보는 5일 기사<“KBS 수신료, 전기료와 따로 걷자” 설문서 96.1% 응답>에서 "우리나라 국민 96% 이상이 전기세와 함께 강제 징수하는 KBS 수신료 제도에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전했다. 같은 날 문화일보 자회사 디지털타임스는 <국민 96% “KBS 수신료, 전기료와 따로 걷자”…통합징수 반대 여론>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냈다. 

현재까지 '국민토론 참여' 코너에서 다뤄진 토론은 '도서정가제'와 'TV수신료 징수방식 개선' 두 개뿐이다. 이 중 '도서정가제'는 종료됐고, 'TV수신료'는 오는 9일 종료된다. 대통령실은 지난달 9일 '도서정가제 국민참여토론 결과'를 발표하면서 이를 관계기관(문화체육관광부)에 전달해 추가 검토가 이루어지도록 권고했다고 공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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