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신료 분리 징수' 의견 수렴에 "땡윤뉴스 꿈꾸는 모양"
장경태 "대통령실, 여당의 공영방송 길들이기 못 미더웠나" 윤영찬 "정책·입법 논의도 없이 '국민제안' 황당 여론전" KBS "공영방송에 대한 심각한 재정적 압박 될 것"
[미디어스=송창한 기자] 대통령실이 TV수신료 분리 징수에 대한 국민의견 수렴에 나서자 야당이 '공영방송 장악시도'라고 비판했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 소속 더불어민주당 장경태 최고위원은 10일 최고위원회에서 "대통령실이 직접 공영방송 길들이기, 공영방송 장악에 나섰다"며 "KBS 수신료를 걷기 위해 전기 요금을 볼모로 강제징수하고 있다며 가짜 뉴스를 통해 ‘수신료 분리징수’의 필요성을 강조하던 여당의 공영방송 길들이기 작업이 못 미더웠나 보다"라고 꼬집었다.
장 최고위원은 "대통령실 또한 공영방송 제도를 택하고 있는 프랑스 FTV, 일본 NHK 등에서 수신료를 폐지하거나 인하하려는 움직임이 있다는 거짓 정보와 함께 국민들의 의견을 듣겠다면서 수신료 분리징수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며 "프랑스의 수신료는 주민세와 공동 부과되고 있었기에 주민세가 폐지되자 국민 개인이 납부하지 않고, 정부 예산으로 조달하기로 한 것"이라고 짚었다.
이어 장 최고위원은 "방송광고 시장이 위축되고 있는 상황에서 재원마련 대책은 하나도 없이 수신료 분리 징수를 도입하자고 하는 것은 공영방송을 위축시키고 무력화시켜 언론을 장악하겠다는 속셈 아니겠나"라며 "공영방송이 뭔지 모르거나, 대통령 말 잘 듣는 'KBS 국영화' '땡윤뉴스'를 하겠다는 꿈을 꾸고 있는 모양"이라고 비판했다.
9일 과방위 소속 민주당 윤영찬 의원은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윤석열 정부는 공영방송 장악 시도를 멈춰야 한다"며 "대통령실 홈페이지를 통한 수신료 분리징수 국민제안은 정부의 공영방송 장악 의지를 직접적으로 드러낸 것"이라고 비판했다.
윤 의원은 "대통령실 안은 KBS와 EBS의 주요 재원인 수신료 징수 방식에 대해 직접적으로 언급하며 사실상 수신료 분리 징수 의견에 힘을 싣고 있다"며 "정부부처를 통한 정책 논의도 아니고, 국회 관련 상임위원회(과방위)에도 한번도 소통 및 보고도 없었던 사안"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윤 의원은 "게다가 정부 입법 방식을 통해 정책을 논의할 수 있음에도, 대통령실이 먼저 주제를 제안하고 국민이 투표하는 '국민제안'이라는 황당한 방식을 통해 여론전을 시도하며 언론사를 압박하고 있다"며 "윤석열 정부는 공영방송 장악 시도를 멈추고 공영방송이 국민을 위해 독립적인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보장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KBS는 10일 '수신료 징수방식 관련 설명자료'를 내어 "수신료 납부 회피로 이어질 수 있는 분리징수 논의는 공영방송에 대한 심각한 재정적 압박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KBS는 "수신료는 TV를 소지하고 있다면 누구나 납부해야 하는 특별부담으로서, 법적으로 '수신료 납부거부권 행사' 등의 여지는 인정되지 않는다"면서 "수신료가 TV 수상기 소지자가 납부해야 하는 특별부담이라면, 최대한 공평하고 효율적인 방식으로 징수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대통령비서실은 9일 홈페이지 '국민제안' 코너에 'TV수신료 징수방식(TV수신료와 전기요금 통합 징수) 개선'이라는 글을 게재했다. '국민제안'은 윤석열 정부가 '청와대 국민청원'을 폐지하고 만든 대국민 소통 창구다. 다수 국민의 동의를 얻은 정책제안을 국정에 반영한다는 계획이다.
대통령실은 "최근에는 우리나라처럼 공영방송 제도를 택하고 있는 프랑스(FTV), 일본(NHK) 등에서 수신료를 폐지하거나 인하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면서, 수신료 관련 논쟁이 다시 제기되고 있다"며 "특히, 전기요금과 함께 부과되는 현행 징수방식은 시대에 맞지 않고, 시청자의 선택권을 제한하는 불합리한 제도라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날 중앙일보에 "윤 대통령이 '공영방송을 보지도 않는 국민까지 수신료를 내는 것이 맞느냐'는 생각을 갖고 있다"며 "참모들 역시 국민의 목소리를 들어볼 필요가 있다고 보고 이를 국민제안에 부치기로 했다"고 전했다.
한편, 수신료 분리 징수에 대해 국회 입법조사처는 수신료 인상 등 공영방송 재원 확충 논의를 전제로 해야 한다는 검토 의견을 밝힌 바 있다. 지난 2020년 과방위는 방통위에 ▲TV수신료 인상방안과 함께 방통위 산하에 미디어특별기구 설치 방안을 검토할 것 ▲KBS의 적극적 구조조정 노력을 전제로 방통위에 지상파 재원개선 대책을 논의하기 위한 별도의 TF 설치를 검토할 것 등을 주문했다. KBS에는 ▲수신료 인상과 관련한 의견수렴 ▲수신료 분리징수·회계분리 검토 ▲수신료 인상 물가상승률 연동 방식 검토 등을 요구했다.
이와 관련해 입법조사처는 공영방송 KBS에 대한 재원 안전성 방안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입법조사처는 OTT 이용증가 등 미디어환경 변화에 따른 지상파 경영악화에 대한 개선이 필요하다며 "특히 KBS는 공영방송으로서 코로나19와 같은 감염병, 지진 및 사고 등 재난, 우리사회의 소수자 보호와 콘텐츠 다양성 확대 등 공적책임이 있기 때문에 재원 안정성을 위한 방안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입법조사처는 "현재 우리나라 TV수신료는 월 2500원으로 낮은 수준이기 때문에 적정한 수준의 인상이 필요할 수 있다"면서 ▲수신료 인상의 필요성과 타당성 ▲인상으로 인한 시청자 추가부담과 혜택 ▲공영방송 KBS의 역할과 비전에 대한 설득 ▲사회적 동의 등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KBS에 따르면 해외 주요 공영방송 상당수가 공적재원을 바탕으로 운영되고 있다. 2022년 기준 유럽 47개국 64개 공영방송 재원 유형은 공적재원이 79%, 상업 및 기타재원이 21%이며 이 중 20개국의 공영방송은 여전히 수신료로 운영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또한 대통령실·여권의 주장과 달리 해외 주요 공영방송의 수신료 제도는 세금 등 강제성이 더 높은 공적재원 유형으로 전환·유지되고 있다. 프랑스, 핀란드, 스웨덴, 네덜란드, 덴마크, 노르웨이, 북마케도니아, 루마니아 등이 이에 해당한다.
☞ 네이버 뉴스스탠드에서 ‘미디어스’를 만나보세요~ 구독하기 클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