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일보 "후보 찍어누르기, 여당 대표 경선만으로 충분"
여권, KT 대표 후보군에서 '낙하산' 사라지자 불만 터뜨려 대통령실 "모럴해저드 우려"…국민의힘 "카르텔 엄단해야" 국민일보 "점입가경… 대놓고 관치 하겠다는건가"
[미디어스=송창한 기자] KT 차기 대표 후보군에서 정·관계 출신 외부인사들이 전부 탈락하자 대통령실과 여당이 불만을 터뜨렸다. 낙하산이 배제되자 공세에 나선 것이냐는 언론 비판이 제기된다.
2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 소속 국민의힘 의원들은 기자회견을 열고 "KT이사회는 차기 대표 지원자 33명 중 KT 출신 전·현직 임원 4명만 통과시켜 차기 사장 인선이 '그들만의 리그'로 전락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그간 주인없는 소유분산기업인 KT를 장악하기 위해 구현모 대표가 깜깜이 셀프 경선으로 연임을 시도했지만 각종 비리 의혹이 드러나 연임은커녕 수사 대상에 올랐다"며 "KT가 자기들만의 잇속을 차리기 위해 국민을 뒷전으로 여기고 사장 돌려막기를 고집한다면 절대 국민들이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이어 "검찰과 경찰은 구 대표와 그 일당들에 대한 수사에 조속히 착수하고, 국민연금은 스튜어드십코드(기관투자자의 적극적 의결권 행사)를 발동해 KT 특정 카르텔의 손에 놀아나지 않도록 엄단 대책을 촉구한다"고 했다.
이날 대통령실은 KT 차기대표 선출과 관련해 "공정하고 투명하게 거버넌스가 이뤄져야 한다"며 "그것이 안 되면 조직 내에서 모럴해저드(도덕적 해이)가 일어나고 그 손해는 우리 국민이 볼 수밖에 없지 않느냐는 시각에서 보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대통령실은 "정부는 기업 중심의 시장경제 정책 기조를 유지하고 있지만 민생에 영향이 크고 주인이 없는 회사, 특히 대기업은 지배구조가 중요한 측면이 있다"고 했다.
3일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KT가 민영화 됐는데 국회나 다른 쪽에서 관여하는 게 맞느냐는 의견도 있지만 KT 성장 과정에 비춰보면 민영화가 됐다고 해도 국민기업 성격을 벗어날 수 없다"며 "KT이사회를 중심으로 내부 인사들이 지금까지 맺어진 이해관계나 인간관계를 중심으로 진행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있다"고 말했다.
KT이사회는 지난달 28일 차기 대표이사 후보를 전·현직 임원 4명으로 압축했다. 박윤영 전 기업부문장, 신수정 현 엔터프라이즈부문장, 윤경림 현 트랜스포메이션부문장, 임헌문 전 매스 총괄 등이다.
앞서 윤석열 대통령이 '스튜어드십코드'를 거론한 후 KT이사회는 구현모 KT 대표를 최종 후보로 선정한 결정을 번복하고 재공모를 실시했다. 정치권·관료 출신 외부인사들이 대거 지원하면서 낙하산 논란이 증폭됐다. 구 대표가 후보에서 사퇴한 다음 날 윤석열 캠프 경제고문이었던 윤진식 전 산업자원부 장관이 차기 KT 대표로 유력하다는 서울신문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국민일보는 3일 사설 <사장 후보에 ‘낙하산’ 배제되자 KT 공격하는 여권>에서 "정치권 공세가 점입가경이다.(중략)민간기업 최고경영자를 선정하는 데 대해 여당 의원들과 대통령실이 이처럼 노골적으로 나서는 것이야말로 부적절한 처사"라고 비판했다.
국민일보는 "내부 출신들만 후보로 올린 것을 비판하려면 외부의 뛰어난 인재 영입을 막기 위해 내부에서 모의한 뒤 일부 함량 미달 인사들을 내세웠을 때나 가능하다"며 "하지만 후보 면면을 보면 전문성, 미래지향성 면에서 특별히 하자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는 게 관련 업계의 평이다. 오히려 외부 후보들 대부분, 특히 유력한 후보군으로 꼽힌 이들은 정치권에 오래 몸담은 인사이거나 정보통신과 무관한 관료 출신"이라고 짚었다.
국민일보는 "KT는 민영화한 지 20년이 넘었지만 정권이 바뀔때마다 CEO가 도중 하차하는 'CEO 잔혹사'를 겪어 왔다. 챗GPT로 대변되는 인공지능(AI) 경쟁 시대에 재계 12위의 대표적 IT통신 기업이 정권 리스크에 시달리는 것 자체가 한국 경제에 마이너스"라며 "민영화 이후 첫 공채 출신 사장으로 연임이 유력시되던 구현모 대표가 석연치 않은 이유로 후보직을 사퇴한 게 불과 일주일 전이다. 뒤이은 후보군 발표에 여당·대통령실이 불만을 터뜨리는 것은 관치를 대놓고 하겠다는 것 아닌가"라고 썼다.
국민일보는 "KT 후보 선정 과정이 정말로 문제 있다면 지배구조 및 기업 투명성을 위한 제도 정비에 나서는 게 우선이다. 원치 않는 후보 찍어누르기는 여당 대표 경선만으로 충분하다"면서 "여권이 자신들 입맛에 맞는 이를 굳이 민간기업 사장으로 앉히겠다면 다시는 ‘자유시장경제’ 운운하지 말아야 한다"고 질타했다.
☞ 네이버 뉴스스탠드에서 ‘미디어스’를 만나보세요~ 구독하기 클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