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차기 대표, 구현모 '포기' 다음날 '윤진식 유력' 보도

윤진식, 윤석열 캠프·인수위 고문 역임 보수·경제지, 구현모 사퇴에 "외풍 못견뎌" "KT 잔혹사" 국민일보 논설위원 "관치 춤추는 요지경 경제"

2023-02-24     송창한 기자

[미디어스=송창한 기자] 구현모 KT 대표가 돌연 연임을 포기하면서 정치권 외압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KT 최대주주인 국민연금과 여권 압박이 구 대표 연임 포기 사유라는 분석이 이어지고 있다. 구 대표 후보 사퇴 하루 만에 윤석열 캠프 경제고문이었던 윤진식 전 산업자원부 장관이 차기 KT 대표로 유력하다는 보도가 나왔다. 

서울신문은 24일 기사 <[단독]KT 새 대표 윤진식 유력>에서 "지난해 말 연임 도전을 시사한 뒤 여권의 전방위 압박을 이기지 못한 구현모 KT 대표가 돌연 차기 대표 후보에서 사퇴했다"며 "차기 대표 지원자 중엔 윤진식(77) 전 산업자원부 장관이 유력한 것으로 전해졌다"고 보도했다. 

윤진식 전 산업자원부 장관(왼쪽), 구현모 KT 대표 (사진=연합뉴스)

서울신문은 "관계 인사로 출사표를 던진 윤 전 장관은 정계에서 유력한 후보로 언급되고 있다"며 "그는 이명박 정부 초대 대통령실 정책실장으로, 19대 국회의원을 지냈다. 윤석열 대선 캠프에서 경제고문으로 활동하기도 했다"고 했다. 윤 전 장관은 윤석열 정부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경제특별고문으로 활동했다. 

구 대표는 23일 KT 이사회에 후보 사퇴 의사를 밝혔다. KT 이사회는 구 대표 결정을 받아들여 차기 대표 사내 후보자군에서 제외하기로 했다. KT 이사회는 "구 대표를 제외한 사내외 후보자군을 대상으로 공정하고 투명하게 후보자들을 심사해 KT의 지속 성장을 이끌어나갈 적임자를 선임하도록 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구 대표를 제외한 33명의 사내외 후보군은 오는 28일 8명 안팎으로 압축될 예정이다.

지난해부터 연임에 도전해 온 구 대표가 돌연 사퇴한 배경에 정권의 압박이 거론된다. KT 이사회는 차기 대표 최종후보로 구 대표를 확정했다가 이를 백지화하고 후보자 공개모집을 시작했다. KT 최대주주인 국민연금이 구 대표의 '셀프 연임' 문제를 제기했기 때문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30일 "소유권이 분산된 주인 없는 기업의 지배구조가 선진화돼야 한다"며 스튜어드십코드(기관투자자의 적극적 의결권 행사)가 작동되어야 한다고 언급한 이후 벌어진 일들이다. 국민의힘 김영식 의원은 지난달 6일 KT의 대표 선정 과정을 '밀실 담합'이라고 비판했으며, 지난달 30일 세미나를 열고 KT 등 소유분산기업의 경영진 연임 절차가 불투명하다고 지적했다. 이를 두고 언론에서 정부가 소유분산기업의 '주인 행세'를 하고 있다는 비판이 잇따랐다. 

23~24일 구 대표 후보 사퇴 관련 주요신문 기사 제목은 다음과 같다. 

조선일보 <구현모 KT대표, 결국 차기 CEO 후보 사퇴>
동아일보 <KT 구현모 연임 포기, '외압' 논란 또 불거져>
중앙일보 <KT 대표 인선 새 국면…연임 의지 보이던 구현모 후보 돌연 사퇴>
세계일보 <정권 압박에 흔들렸나… 구현모 KT 대표 '연임 도전' 포기>
국민일보 <구현모 대표 결국 연임 포기… 이번에도 외풍에 흔들린 KT>
한국일보 <'우영우 대박'도 소용없었나… 33년 KT맨 구현모 대표도 외풍 견디지 못했다>
한겨레 <'셀프 연임' KT 구현모 후보사퇴… '낙하산' 외풍 우려는 여전>
경향신문 <여권 전방위 압박에 결국… 구현모 KT 대표 연임 포기>
한국경제 <구현모 KT 대표 결국 연임 포기… CEO '20년 수난사' 반복>
매일경제 <구현모 연임 포기에… 소유분산기업 '술렁'>
서울경제 <디지코 전환 이끈 'KT맨'마저… 되풀이된 CEO 잔혹사>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30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금융위원회 업무보고에 입장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동아일보는 "업계에서는 연임을 시도했던 금융지주 수장들이 잇따라 교체된 데다 최근 검찰과 경찰, 공정거래위원회에서 구 대표 재임 중 일어난 각종 의혹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는 상황 역시 구 대표의 고심을 깊게 만들었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고 했다. 

중앙일보는 "이사회의 지지에도 불구하고 최대주주인 국민연금과 여권의 노골적인 비토가 거듭되면서 3월 말 주주총회에서 주주의 승인 가능성이 작아지자 부담을 느낀 것으로 보인다"면서 "구 대표가 진흙탕 싸움 끝에 떨어지는 모양새만은 피하고 싶지 않았겠나"라는 KT관계자 발언을 전했다. 조선일보도 "구 대표가 이런 상황에서 차기 CEO 경선을 끝까지 완주하는 것이 오히려 KT의 불확실성을 가중시킬 수 있다고 판단해 연임 포기를 결정한 것"이라는 KT관계자 발언을 전했다. 

24일 국민일보 고세욱 논설위원은 칼럼 <관치가 춤추는 요지경 경제>에서 "민생 경제에 올인하겠다는 대통령과 정부의 노력을 폄하할 생각은 없다. 다만 관치 요지경으로 정부의 철학과 정책 방향이 갈수록 꼬이는 현실은 심히 우려된다"고 짚었다.

고 논설위원은 "당초 구 사장이 연임 의사를 밝히자 정부 입김이 미치는 국민연금이 절차에 이의를 제기했고 공정거래위원회가 계열사 현장 조사를 벌였다. 그 와중에 구 정치인, 관료, 방송인 등 30여 명이 후보 신청을 했다"며 "재계 서열 12위의 민간기업 수장을 뽑는데 '윤심'의 방향을 탐문한다. 연임이 유력하다던 금융지주 회장들이 지난해 연말부터 순순히(?)자리를 물러났고 모피아 올드보이들이 메웠다"고 직격했다. 

한편, 구 대표는 매입한 상품권으로 비자금을 조성해 국회의원들에게 '쪼개기 후원'을 했다는 의혹으로 재판을 받고 있다. 1심에서 벌금 1천만 원이 선고됐다. 9일 시사저널 보도에 따르면 경찰은 구 대표가 친형의 회사를 인수한 H그룹에 '보은성 투자'를 했다는 의혹을 들여다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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