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언론학자 "방송법, 대통령 거부권 말고 대안 제시해야"
국민의힘, '공영방송 개정안' 반대 토론회 개최 황근 "대통령 거부권, '언론탄압정권' 공격 빌미" 패널, '민주당·언론노조 영구장악법' 프레임 반복 2일부터 국회 본회의 부의 표결 가능
[미디어스=송창한 기자] 집권 여당이 야당의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안에 대해 반대하고 있지만 대안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한 보수 언론학자가 국민의힘이 주최한 토론회에서 공영방송 이사 추천 주체를 다양화하는 더불어민주당 법안이 국민 대표성을 갖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공영방송의 정치적 독립은 필요하다며 국민의힘이 지금이라도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은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안을 국회 본회의에 회부하겠다고 시사했다.
지난달 31일 국민의힘 박성중·홍석준 의원과 정책위원회가 주최한 <공영방송 개악법 무엇이 문제인가?> 토론회에서 발제자로 나선 황근 선문대 교수는 민주당 안에 대해 "교묘하게 공영방송 이사 추천단체를 만들어 안배했다. 최소한 언론노조가 장악할 수 있는 인원이 절반이 넘고 민주당 몫을 포함하면 3분의 2를 가져간다"면서 "특별다수제라고 하는 명분을 살리면서 항상 3분의 2를 민주당과 노조가 연합해 가져가는 법안"이라고 주장했다.
황 교수는 "공영방송 사장후보추천위원회는 국민 100명을 가지고 하자는 것인데, 응모를 받겠다는 것이다. 좌파 시민단체가 지원할 것이고, 이쪽(우파)도 같다"며 "공영방송 사장 뽑는 일이 서초동 앞 집회처럼 싸움판이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공영방송 이사 수를 총 21명으로 늘리고, 이사 추천 주체를 다양화 하는 법안이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를 통과했다. 21명의 공영방송 이사는 ▲국회 5명 ▲공영방송 시청자위원회 4명 ▲방송·미디어 관련 학회 6명 ▲방송기자연합회·한국PD연합회·한국방송기술인연합회 각 2인씩 총 6명 등이 추천하게 된다. 그동안 공영방송 이사는 정치권 추천 관행에 의해 여야 7대4(KBS 이사회), 6대3(방송문화진흥회, MBC 최대주주) 구조로 구성돼 왔다.
법안에 따르면 공영방송 사장은 '국민추천위원회'를 구성해 후보를 추리고 이사회가 임명·제청하는 방식으로 선출된다. 성별·연령별·지역 등을 고려해 100명의 '공영방송 사장 국민추천위원회'를 구성해 사장 후보를 추천한다. 이후 공영방송 이사회는 투표를 실시해 재적이사 3분의 2이상 찬성(특별다수제)을 얻은 후보를 사장으로 임명·제청한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언론노조 공영방송 영구장악법'이라며 반대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법안상 공영방송 이사 추천 주체인 방송·미디어학회, 공영방송 시청자위원회, 직능단체를 '친민주당·친언론노조 세력'으로 규정하고, 법안 본회의 통과 시 윤석열 대통령에게 거부권 행사를 건의하겠다는 입장이다. 국민의힘이 발의한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안은 정치권 추천을 7대6으로 명문화하는 안이다.
황 교수는 "공영방송 이사 추천기관을 명시하면 다양성을 담보하는 것인가. 추천기관을 다양화할 때 가장 큰 문제는 국민 대표성"이라며 "추천기관 1~2개 가지고는 안 된다. 독일(공영방송 ZDF)은 70여명이 넘는 방송평의회를 만들기 위해 40~50개 기관을 규정하고 있는데 우리도 대표성을 가지려면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황 교수는 "더 큰 문제는 정당추천을 제외하고 나머지 추천단체가 방송·미디어 관련 단체라는 것이다. 사회 다양성을 대표한 게 아니라 방송 다원성을 대표한 것으로 기관설정부터 허구"라며 "노조 출신 사장과 노조가 합의하는 시청자위원회는 노조 손에 들어있다. 많은 학회 중 3개 학회가 추천하는 것도 웃기고, 언론3단체 구성원 상당 수는 전·현직 언론노조원들"이라고 말했다.
또 황 교수는 "지구상에서 정당이 직접 공영방송 이사를 추천하는 사례는 굉장히 적다"며 "독일의 경우 아예 정당 추천을 대폭 줄이라는 판결이 있다. 직접 추천의 대표적 사례는 1970~80년대 이탈리아 공영방송으로 정당이 안배해 임원을 추천하는 후진적 사례"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황 교수는 대통령 거부권을 행사하는 방식으로 대응하지 말고 국민의힘이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황 교수는 "이 사람들(민주당)이 노리는 것은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다. 그 순간 이 정부를 '언론탄압정권'으로 공격할 것"이라며 "이런 것에 말리면 안 되고 우리도 개정안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어떻게든 당에서 만들어서 빨리 추진해야 한다"고 했다.
국민의힘이 방송법 개정안을 심사하는, 21대 국회 전반기 과방위 법안2소위원장을 맡으면서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 논의가 실종됐다. 민주당은 관련 법안을 발의하면서 방송TF 구성을 제안했지만 국민의힘은 거부했다. 이후 국회 미디어특별위원회가 설치돼 논의가 이어졌지만, 과방위 법안2소위 차원의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 논의는 없었다.
언론현업단체들은 '민주당·언론노조 공영방송 영구장악법'이라는 국민의힘 주장에 대해 ▲합의제 기구 방송통신위원회의 학회 선정 ▲사회 각계 단체가 추천·구성하는 시청자위원회 ▲비지상파·비언론노조 기자·PD가 포함된 언론단체라는 근거를 들어 반박하고 있다. 언론노조는 국민의힘이 민주당의 언론중재법 추진을 저지하기 위해 실시간으로 소통했으며 김은혜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지난 지방선거에서 경기도지사 후보로서 언론노조와 정책협약을 체결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국민의힘 토론회 패널들은 대안을 제시하기보다 민주당 법안을 비난하는 데 집중했다. 전혜성 바른인권여성연합 사무총장은 "언론장악을 유지·강화하기 위한 정치적 의도를 여실히 드러내는 국민기만법"이라며 "우리나라 공영방송은 여전히 정치적 도구로서 권력의 나팔수다. 특정 정치세력이 공영방송을 사유화하는 것이야말로 금기시 해야 할 일"이라고 말했다.
허성권 KBS노동조합(기업별) 위원장은 "민노총 언론노조와 그에 동조하는 민주당 세력은 기득권 세력으로, 그 기득권 세력에 대응해 전투중"이라며 "현재 공영방송은 민노총 세력에 장악돼 있는데 정권교체에 좌우되지 않는 사장을 만들자고 한다. 개혁과 반개혁의 싸움으로 전쟁은 계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허 위원장은 "대통령이 바뀌고 정권이 바뀌었다"며 "거기에 대해 자기 실패를 인정하고 주체를 바꿔야지 새로운 방패막이로 공영방송 영구장악법을 추진하고 있다"고 했다.
오정환 MBC노동조합(제3노조) 위원장은 "시청자위원들은 사실상 언론노조가 뽑고, 방송단체 3군데가 언론노조와 의견이 달랐던 경우를 보지 못했다"며 "이들 단체에 공영방송 이사 추천권을 준다는 것은 언론노조에게 이사와 사장을 뽑으라고 칼을 쥐어주는 것이다. MBC를 정상화할 유일한 방법은 정상적 사고를 하는 사람들로 위로부터의 개혁을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김성환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기자간담회를 열고 "(국민의힘이)본안의 취지를 훼손하거나 법안이 처리되더라도 (대통령)거부권을 행사하겠다고 으름장을 놓거나 하면 저희당은 미루지 않고 본회의에서 표결처리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김 정책위의장은 "방송법(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법)은 오는 2월 2일, 안전운임제는 2월 8일이 기일"이라며 "이미 상임위에서 합의처리된 간호법과 의료법 외에 여러가지 법안이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나머지 법들도 미루지 않고 처리하겠다"고 했다.
이들 법안의 본회의 부의 절차는 국회법에 근거하고 있다. 2021년 7월 여야 원내대표는 21대 국회 후반기 법사위원장을 국민의힘이 맡기로 합의하면서 국회법 제86조 3항을 개정했다. '법사위가 회부된 법안에 대해 이유 없이 60일 이내에 심사를 마치지 않을 경우 소관 상임위원장은 간사와 협의하거나 재적 위원 5분의 3 이상 찬성으로 국회의장에게 본회의 부의를 요구한다'는 내용이다. 이에 따라 민주당은 해당 조항을 근거로 국민의힘이 반대하는 쟁점 법안을 본회의에 부의한다는 계획이다.
☞ 네이버 뉴스스탠드에서 ‘미디어스’를 만나보세요~ 구독하기 클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