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기자협회 정상화 모임' 징계 무효소송 기각
법원, '편가르기·입막음' 직장 질서 저해 행위 인정 KBS본부 "고대영 체제가 좋았다며 세치 혀를 놀릴텐가"
[미디어스=고성욱 기자] 법원이 정지환 전 KBS 보도국장, 박영환 전 취재주간 등이 KBS를 상대로 제기한 징계처분 무효확인 소송을 기각했다. 이에 대해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는 “정상화 모임이 조직 내 갈등과 불신을 키웠다는 것을 재판부도 인정한 것”이라고 논평했다.
KBS본부에 따르면 19일 서울남부지방법원 제13민사부는 정지환 전 보도국장, 박영환 전 취재주간 등 당시 국장단 4명이 제기한 징계처분 무효확인 소송을 기각했다. 이들은 고대영 전 사장 시절인 2016년 ‘기자협회 정상화’ 모임을 주도했다.
정상화 모임은 당시 KBS 보도에 비판적인 기자협회의 기능을 무력화하는 역할을 했다. 기자협회가 박근혜 정부 시절의 보도 비리를 밝히겠다고 하자, 여러차례 반대 성명을 발표했다. 또 당시 선발된 특파원 12명 중 10명은 정상화 모임에 가입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KBS는 2020년 6월 정 전 보도국장을 비롯한 전직 간부 4명에게 정직 6개월에서 1개월의 중징계를 내렸다. KBS는 ‘2016년의 정상화 성명 게시는 줄세우기, 편 가르기이자 인사업무의 공정성에 불신과 우려를 만든 행위’로 보고 편성규약을 위반했다고 판단했다. 그러자 이들은 징계가 부당하다며 법원에 징계처분 무효확인 소송을 제기했다.
재판부는 정 전 보도국장과 박 전 취재주간 등이 주장한 ‘표현의 자유 영역에 속한다’, ‘모임 참여를 강요하거나, 참여 여부에 따라 인사상 이익 또는 불이익을 준 사실이 없다’는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개별 직원들에게 위 모임에 참여할 것인지에 관한 의사를 묻거나, 다른 직원들을 통해 의사를 타진하는 등 정상화 모임의 참여자 수를 늘리려는 시도를 지속적으로 하였다”면서 이들이 인사내신권 등의 권한을 행사할 수 있는 지위에 있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참여 거절 시 불이익을 입게 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을 느끼기에 충분하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 정상화 모임 결성과 9차에 걸친 그 명의의 성명서 게시는 내외의 부당한 간섭과 압력으로부터 방송의 독립을 지키고 취재 및 제작의 자율성을 보장하는 피고의 직장 질서를 저해하는 행위로 징계사유에 해당한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또 재판부는 정 전 국장이 정상화 모임을 주도했다는 점을 인정했다.
해당 판결과 관련해 KBS본부는 “고대영 체제 아래 보도본부 국·부장단이 주축을 이룬 정상화 모임이 보도본부 내 편 가르기를 자행하고, 비판 여론의 입막음하는 역할을 하며 조직 내 갈등과 불신을 키웠다는 것을 재판부도 인정한 것”이라고 밝혔다.
KBS본부는 “정상화 모임은 기자협회가 ‘정치적으로 편향’되었다고 주장했으나 이제 분명해졌다”며 “구성원을 편가르고 ‘비판의 목소리’를 내면 부당한 인사의 희생자가 될 수 있었다. 정상화 모임에 가입하지 않으면 특파원도, 앵커도 되기 어려웠다”고 지적했다.
KBS본부는 “그동안 사내 게시판을 통해 염치도 없이 고대영 체제의 잘못이 무엇이냐며 따졌던 파렴치한 사람들에게 되묻고 싶다”며 “과연 KBS를 망친 사람은 누구였는가”라고 했다.
KBS본부는 “이번 판결을 보고도 고대영 체제가 좋았다며 세치 혀를 놀릴 텐가, 정지환, 박영환의 잘못이지 고대영의 책임이 아니라며 꼬리 자르기 할 텐가”라고 반문했다. KBS본부는 “과거에 대한 반성도 없이 새로운 권력에 기대 다시금 공영방송을 좌지우지하려는 세력에게 경고한다”며 “과거와 같은 공영방송 장악 시도 세력에 대해 끝까지 싸움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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