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BS 이사회, 국힘 '민영화 압박'에 법적 대응 주문
서울시의회 '조례 폐지안' 효력 집행정지 신청, 무효확인 행정소송 검토 "공권력의 신뢰성·합리성 상실한 비상식적 조례 폐지안" 방송심의제도 위헌 소송 검토… "공정성, 언론 측정 절대 기준 아니다"
[미디어스=송창한 기자] TBS 이사회가 서울시의회 국민의힘 측이 추진하는 TBS 조례 폐지안에 대한 법적 대응 검토를 주문했다. 서울시의회가 조례 폐지안을 통과시킬 경우 TBS는 무효확인 행정소송과 효력 집행정지 신청을 제기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유선영 TBS 이사장(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은 시사·보도프로그램 심의제도에 대한 위헌 소송을 제기할 것을 경영진에 요청했다. '공정성'을 잣대로 방송사나 프로그램이 정치적 영향을 받는 것이 타당한 것인지 '언론의 자유'라는 헌법적 권리에서 따져보자는 것이다.
지난달 14일 개최된 TBS 이사회 회의록에 따르면 이사회는 민영화 추진 사태에 대한 대응방안을 논의했다. 이날 회의에 최원석 이사(서울시 시민소통기획관), 곽종빈 이사(서울시 재정기획관), 김희경 이사(성균관대 사회과학대학 연구교수)는 다른 일정으로 참석하지 않았다.
회의에 참석한 이사들과 경영진은 국민의힘 서울시의회가 TBS에 부당한 정치적 압력을 행사하고 있다는 의견을 개진하며 구체적인 대응방안과 논리를 개발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이에 따라 법적대응에 관한 논의가 이뤄졌다.
SBS PD 출신으로 현 법무법인 태청 변호사인 박성구 감사는 "공권력의 행동이라는 것은 신뢰와 합리성 등을 바탕으로 한다. 30년이 넘은 조직으로 얼마 전 재단을 만들어 여러 독립성이 있는 조직을 하루아침에 폐지하겠다고 하는 것은 시대착오적 발상"이라며 "(조례폐지안이)결의되면 법적으로 항의가 가능하다. 행정소송을 진행함과 동시에 조례의 효력을 정지시키면 된다"고 말했다.
박 감사는 "(효력정지 신청은)민사상 가처분, 형사상 집행정지인데 360여명의 운명이 걸려있으므로 집행정지를 걸어야 될 것 같다"며 "(TBS 구성원들은)언론인과 같은 소명의식을 가져왔다. 그런데 '밥 먹고 살게 해주면 되는 것 아니냐'는 인성이 지배하는 사회는 말이 안 되는 것 아니냐"라고 했다. TBS 조례 폐지안은 직원들이 희망하는 경우 서울시 출자·출연기관에 우선 채용하고 불이익한 처우를 하지 않는다는 부칙을 두고 있다. 언론인으로서 방송업무를 담당하던 인력들이 서울시 산하기관에 업무능력과 무관하게 배정한다는 얘기다.
이에 유선영 이사장은 "저도 감사와 생각과 같다. 법적으로 소송해야 한다고 본다"며 "시의회는 조례를 만들고 폐지할 권한이 있다. 그러나 도저히 상식적으로 납득이 안 되는 것이 재단을 만들어놓고 2년 남짓 만에 또 조례로 없앤다는 행정 처사가 가능한가"라고 따져 물었다.
유 이사장은 "직원들은 기계가 아니라 직장에서 안정적으로 일하고 생활을 유지하는 인간으로서 행복을 추구하는 권리라는 게 있다"며 "이를 무시하고 조령모개식으로 일언지하에 만들고 없애면서 발생하는 피해가 얼마나 막대한지에 대한 고려가 없다. 공적이건 국가적인 일이건 법적 일관성과 신뢰성이 있어야 하는데 일거에 폐지를 지시하는 것은 직원들에 대한 침입·폭력에 가깝다는 생각으로, 이런 상식을 위반하는 행정에 대해 법으로부터 보호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이어 유 이사장은 "회사 차원에서 시사·보도프로그램에 대한 심의제도가 위헌이라는 소송을 제기할 것을 요청드린다"고 말했다. 유 이사장은 "폐지 조례안에 대한 효력정지 소송, 시사보도 심의제도에 대한 위헌소송, 이 두가지를 같이 가면서 법적으로 해결을 하게 되면 공정성 문제로 TBS를 옭아매는 논리를 깰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여론도 환기시킬 수 있고, 명분도 갖게 된다"고 설명했다.
유 이사장은 공정성은 언론에 대한 절대적인 평가 기준이 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1990년대 후반 이후 언론문제는 대부분이 공정성 논쟁이었다. 그 시기 언론학자로서 깨달은 것은 학회, 언론단체, 언론인 모두 공정성 프레임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것이었다"며 "공정성이 언론의 모든 것을 측정하는 평가기준이 되어버렸고 이로 인해 결국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는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는 우려였다"고 말했다.
유 이사장은 박정희 정권이 언론 장악을 위해 불편부당성·균형·중립성 등을 판단기준으로 내세운 것이 공정성이 '절대 기준'으로 부상하게 된 계기라며 "특정 프로그램이나 매체에 논란을 제기하며 심의하고, 제재를 가하면서 언론이 장악됐고 얼마나 많은 프로그램이 사라졌는지 모른다"고 했다.
유 이사장은 "한국에서만 보도물의 공정성을 판단하는 심의기준이 만들어지고, 이에 따라 심의기구에서 제재를 가한다"며 "외국 어디에도 선거방송프로그램에 대해 심의하는 곳이 없다. 언론은 그 구성원들이 합의하여 지지하는 방향, 가치가 있기 때문에 그런 자유에 대해 심의를 하는 나라가 없다"고 덧붙였다.
TBS 경영진은 방송통신위원회 설치법상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방송심의제도, 공직선거법상 선거방송심의위원회 설치·운영 규정 등에 대한 헌법소원을 제기할 수 있다.
유 이사장은 이날 회의에서 TBS 내부 분열이 발생할 경우 이사장직을 사퇴하겠다고 밝혔다. 유 이사장은 "저와 대표이사, 이사들도 우리들의 사임이 방법이라고 하면 언제든 그만둘 수 있다. 관건은 그만두는 것이 회사와 직원의 안전에 도움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라면서 "하지만 내부분열이 일어난다면 저는 이 회사를 지킬 가치가 없는 조직이라고 생각할 것이며 당장 그만둘 것이다. 대외적인 투쟁은 단합할 때 힘을 가진다"고 말했다.
그는 "직장도 명예도 지키는 방향으로 힘을 모을 때 얻을 것도 많을 것이다. 본회의에서 (조례 폐지안이)통과될 때까지 최소 6개월, 본회의 통과 후 최소 1년 정도 유예가 있을 것이며 그 안에 조례에 대한 소송, 공정성 심의제에 대한 위헌소송, 시민서명운동도 할 수 있다"며 "그런 방안들을 시도해보고 안 되면 대표이사든 이사장이든 나가야 되지 않나. 내부분열로 얻을 수 있는 것은 하나도 없다"고 했다.
한편 TBS 양대노조(TBS노동조합·전국언론노동조합 TBS지부)는 서울시의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강택 대표 사퇴와 서울시의회 조례 폐지안 철회를 촉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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