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박성중 "해외는 수신료 폐지" 팩트체크
국힘, '수신료 폐지법' 프랑스 하원 통과 계기로 분리징수·폐지론 열 올려 해외 공영방송 '공적 재원' 전환 사례 다수… 국가예산 조달도 "해외사례 확인도 않고 정치적 압력 행사 의도"
[미디어스=송창한 기자] KBS가 국민의힘의 공영방송 수신료 폐지·자율납부·분리징수 주장에 대해 팩트체크에 나섰다.
국민의힘은 최근 프랑스에서 공영방송 수신료 폐지 법안이 하원 통과한 것을 계기로 한국의 수신료 제도를 손봐야 한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그러나 오히려 세계 공영방송 수신료 제도는 세금 등 강제성이 더 높은 공적재원 유형으로 전환되고 있다는 게 KBS의 설명이다. KBS는 집권여당이 해외 선진국 사례를 잘못 인용해 정치적 압력의 수단으로 사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28일 KBS는 "어제 국회의 사회문화 분야 대정부질문과 관련하여 사실과 다른 부분이 있어 KBS의 입장을 알려드린다"고 보도설명자료를 배포했다. 27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 간사 박성중 국민의힘 의원은 한덕수 국무총리에게 "국민들은 KBS 시청을 하지 않는데 수신료를 전기요금과 같이 반강제적으로 징수해 불만이 높다. 국민들에게 선택권을 줘야하지 않나"라고 말했다.
박 의원은 "네덜란드와 이스라엘은 수신료를 폐지했고 일본은 10% 인하했다"며 "TV시청 가구가 줄고 정치적 중립성 모순 때문에 이런 결정을 내렸다고 한다. 우리도 예외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전국언론노동조합(이하 언론노조)이 장악한 KBS·MBC 등 공영방송의 편파방송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수신료 체계 변경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KBS는 국민의힘이 설명한 공영방송 수신료 폐지의 주된 배경이 사실과 다르다며 각 국가의 사례를 설명했다. 이들 국가에서 벌어지는 수신료 폐지는 세금 등으로의 전환을 의미하는데 제대로 내용을 숙지한 게 맞느냐는 지적이다.
KBS에 따르면 프랑스의 수신료 폐지법안은 주민세와 관련이 있다. 프랑스의 수신료는 주민세가 공동으로 부과되고 있는데, 정부가 2023년 주민세를 폐지하기로 결정하면서 수신료 부과 방식을 변경해야 하는 상황이 생겼다. 또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에너지 가격 상승과 세계적인 인플레이션 현상으로 인해 국민의 생활비 부담을 덜기 위한 방책으로 수신료 폐지 법안이 추진됐다.
또한 파랑스 정부는 올해 10월부터 전체 수신료 액수와 동일한 예산 규모를 부가가치세를 통해 조성한 정부 예산으로 조달하겠다는 방침이다. 소요 예산은 연간 37억 유로, 한화로 5조원에 달한다. 프랑스 정부는 2025년까지 수신료를 이 같은 국가 예산으로 조달한 뒤 새로운 자금 조달 방안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독일과 스위스는 TV 수상기 보유 여부에 따라 수신료를 부과하는 방식에서 TV 수상기 보유 여부와 무관하게 가구당 부과하는 방식으로 전환했다. 핀란드와 스웨덴은 공영방송사를 위한 목적세 형태로 재원 모델을 전환했다. 네덜란드, 덴마크, 노르웨이, 북마케도니아, 루마니아 등은 정부 예산으로 공영방송의 재원을 충당하고 있다.
이탈리아, 세르비아,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 등은 가구 직접 징수방식에서 전기·가스요금에 부과하는 방식으로 수신료 징수방식을 전환했다. 2016년 수신료를 전기요금에 공동으로 부과하는 방식으로 징수방식을 전환한 이탈리아는 수신료 징수에 따르는 사회적 비용을 크게 낮추는 계기를 마련했다고 한다. 수신료를 별도로 징수하는 독일의 경우, 관련 업무를 위한 직원만 975명, 징수에 드는 비용만 2300억 원에 달하고 있다.
일본 NHK 수신료 인하 결정은 2018년부터 이어져 온 TV프로그램 인터넷 동시 전송과 맞물려 있다. 정책 변경에 따른 추가 수익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인하 결정을 내렸다는 해석이다. 또한 월 1260엔(약 1만 4천원)인 지상파 수신료와 월 2280엔(약 2만 6천원)인 위성 수신료 중 위성 수신료 납입자 비중이 증가하면서 지상파 수신 계약자에 한해 인하를 결정한 것이기도 하다.
KBS는 이 같은 흐름의 배경으로 미디어 환경 변화 속에서 공영미디어의 역할이 강조되고 있다는 점을 들었다. 방송·통신 미디어 융합환경은 미디어시장의 국경을 희미하게 만들었고, 미국 중심의 글로벌 미디어 기업은 각국에서 시장 점유율을 높이는 추세다. 이에 자국 공영미디어의 역할을 안정적으로 보장하기 위한 각국 의회와 정부의 의지가 발현된 결과라는 분석이다.
KBS는 "여전히 유럽 47개국 64개 공영방송 재원 유형은 공적재원이 79%, 상업 및 기타재원이 21%이며 이 중 20개국의 공영방송은 여전히 수신료로 운영되고 있다"며 "전체 재원 중 수신료의 비중은 2020년 기준 59.5%에 달한다"고 전했다.
이어 KBS는 "앞서 언급한 사례를 볼 때 박 의원은 관련 국내 기사에 대한 사실 여부나 맥락을 확인하지 않았거나 공영미디어 KBS에 대한 정치적 압력을 행사하고자 하는 의도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KBS 관련 국회 소관 상임위의 집권여당 간사께서 헌법재판소의 결정을 모를 리 없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KBS는 "공영방송에 대한 정치적 압력은 이사회나 사장 선임뿐만 아니라 재원을 통해서도 이뤄진다는 점은 우리보다 공영방송 제도가 진일보한 유럽 내 유럽평의회 장관협의체의 권고 등을 통해 널리 알려진 것"이라며 "해외 선진국들의 의회와 정부는 경쟁이 심화되는 미디어 환경에서 공영미디어를 강화하기 위한 여러 정책들을 제시하고 있다. 21대 후반기 국회에서 보다 진전된 정책논의를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박 의원이 주장하는 '언론노조 공영방송 장악설'은 KBS·MBC 임원들이 언론노조 출신 인사들이라는 점을 근거로 들고있다. 이에 대해 언론노조는 국민의힘 논리대로라면 ▲윤석열 정부는 검찰공화국인가 ▲한국노총 출신 이정식 노동부 장관의 노동정책의 책임이 한국노총에 있는가 ▲검찰 출신 윤석열 대통령 치하 경제난은 검찰 책임인가 등의 질문이 가능하다고 지적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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