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락가락' 윤 대통령 출근길 문답, 3일동안 3차례 변경

대통령실 중단 발표 하루만에 재개, 앞서 풀 취재-중단 결정 언론에서는 '문제는 내용이지, 형식 아니다' 중론

2022-07-12     송창한 기자

[미디어스=송창한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취재진과 거리를 두고 출근길 문답을 재개하면서 대통령실의 조치가 군색해졌다. 윤석열 대통령은 '코로나19 재확산'을 이유로 잠정 중단하겠다던 출근길 기자 문답을 하루 만에 재개했다. 언론에선 윤 대통령의 정제되지 않은 부적절한 발언과 지지율 급락이 기자 문답을 중지한 이유가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됐다.

12일 윤 대통령은 용산 대통령실 출근길 취재진과 만나 코로나19 확산 대응책과 경제 문제에 대한 질의응답을 진행했다. 기자들이 윤 대통령 출근 모습을 보기위해 기다리고 있었다. 윤 대통령은 취재진과 약 10m 안팎의 거리를 두고 말을 꺼냈다. 윤 대통령은 "코로나19에 (기자)여러 분이 확진됐다. 가급적 재택근무를 권고하고 청사 안전을 지키자고 했는데 다들 나오신다면서요?"라며 "물어볼 게 있으면 물어보라"고 했다. 

윤 대통령은 방역 계획에 대한 질문에 "어제 질병청장, 국가방역대응위원장과 회의를 했다. 내일 총리 주재로 중대본 회의가 열릴 것"이라며 "거기서 기본적인 방침을 다시 발표할 것"이라고 답했다. 경제위기 상황에서 추경호 경제부총리에게 당부한 말이 있느냐는 질문에 윤 대통령은 "제일 중요한 거는 서민들의 민생이 경제위기로 타격받지 않도록 해야 되는 것"이라면서 "오늘 너무 많이 묻는데, 그래요 여러분들 다 조심하세요"라고 말했다.  

'내일도 도어스테핑 할 거냐'는 질문에 윤 대통령은 "이거야 하면 안 되겠냐"며 "여러분들 괜찮으시면, 요 앞에다가 며칠 있다가 (프레스선)칩시다"라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12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로 출근하며 기자들과 거리를 두고 질의응답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윤 대통령이 출근길 기자 문답을 재개하면서 대통령실의 방침은 3일동안 3차례 변경된 셈이다. 10일 대통령실은 코로나19 재확산에 따라 기자 문답을 풀(pool·공동취재) 체제로 운영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11일 대통령실은 돌연 중단 방침을 공지했다. 대통령실은 경호처 등의 의견을 모아 '선제적 조치'를 취한 것이라고 했다.  

이에 국내 코로나19 확진자 통계와 맞지 않는 조치라는 비판이 이어졌다. 이번 주부터 코로나19 일일 확진자 수가 1만 명을 넘어서면서 재유행이 공식화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윤 대통령이 기자들과 활발히 소통하던 3~5월 일일 확진자 수는 많게는 30만, 적게는 3만명으로 집계됐다. 대통령실 카카오톡 채팅방에서 한 기자는 "혹시 대변인실은 출입기자들을 코로나 균을 달고 다니는 사람들로 생각하는 것 아닌가"라는 반응을 보였다. 

12일 주요 언론 사설과 칼럼에서 윤 대통령의 기자 문답이 중단된 이유로 지지율 급락이 꼽힌다. 윤 대통령이 검찰 편중 인사, 부실 인사 검증 논란에 대해 전 정권 탓으로 일관하는 부적절한 발언을 지속하면서 지지율이 급락했고, 기자 문답중단으로 이어진 것 아니냐는 해석이다. 

중앙일보 오병상 칼럼니스트(전 뉴스총괄)는 칼럼 <도어스테핑, 쉽게 보면 안된다>에서 "대통령실 설명은 군색하다. 바로 전날 '코로나 우려 때문에 도어스테핑을 풀로 운영하자'고 요구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오 칼럼니스트는 "도어스테핑의 중단은 예상됐다. 정치적으로 손해였기 때문"이라며 "도어스테핑은 훌륭한 소통의 방식이다. 선진정치에선 일상화된 형식이다. 코로나가 우려된다면 풀 방식이나 거리두기 방식 등 보완방안이 얼마든지 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문제는 도어스테핑의 형식이 아니라 내용"이라며 "만약 대통령이 답변할 내용을 미리 준비해오지 않는다면, 실언은 계속될 것이다. 만약 대통령이 취재기자를 '국민의 대표'라 생각하지 않는다면, 언론을 성가시게 생각하게 될 것"이라고 썼다.

서울 용산 대통령실 (사진=연합뉴스)

한겨레는 사설 <윤 대통령 출근길 문답 중단, 소통 내용·인식 바뀌어야>에서 "설명이 썩 명쾌하진 않다. 출근길 문답이 최근 국정지지율 폭락의 한 원인이라는 지적에 따른 중단 아니냐는 말이 나오는 이유"라며 "대통령실의 조처는 유독 언론과의 접촉면을 대폭 줄이는 데만 초점이 맞춰졌다. 이렇게 되면 기자들은 윤 대통령의 발언을 직접 취재할 기회가 제한되는 동시에 대변인을 대상으로 현장에서 후속 질문을 던지며 사실을 파악해가는 것도 불가능해진다"고 했다. 

한겨레는 "만에 하나 지지율 하락을 일단 멈추기 위해 출근길 문답을 중단하는 것이라면, 그 자체로 약속 파기일뿐더러 선후관계를 혼동한 얄팍한 계산일 뿐"이라며 "30%대까지 폭락한 국정지지율의 배경은, 인사 문제 지적에 '지난 정권에서도 민변 출신이 다 하지 않았나' '전 정권에서 이런 훌륭한 장관 봤냐'고 답하는 윤 대통령의 인식 자체임은 누구나 아는 바"라고 질타했다. 

경향신문은 사설 <윤 대통령 ‘도어스테핑’ 잠정중단, 소통 노력 강화돼야>에서 "많은 시민들은 코로나19 확산은 명분일 뿐 실제로는 최근 정제되지 않은 언행으로 인한 부작용 때문이 아니냐고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며 "조속한 시일 내에 그리고 향상된 방식으로 윤 대통령의 출근길 회견이 재개되기를 기대한다"고 썼다. 

경향신문은 "형식은 좋았는데 내용이 문제였다"고 지적하며 "최영범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윤 대통령의 도어스테핑에 대한 애정은 저희보다 훨씬 강하다. 그건 의심 안 하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윤 대통령의 도어스테핑 중단 기간이 길어져서는 안 된다"고 당부했다. 또 경향신문은 정례 기자회견을 제안하며 "하고 싶은 말 몇마디만 던지고 휙 돌아서는 것으로는 충분한 소통이 될 수 없다"고 했다. 

(사진=연합뉴스)

국민일보는 사설 <중단된 도어스테핑, 꼼꼼히 정비하고 신속히 재개해야>에서 "대통령실이 윤 대통령의 도어스테핑 중단 이유로 든 코로나19 확산은 궁여지책으로 찾은 핑계"라며 "대통령이 출근길에 집무실 앞에서 기다리는 기자들의 질문에 바로 답한다는 것 자체에 긍정적인 여론이 많기에 더욱 그렇다"고 짚었다. 국민일보는 "물론 준비 없는 도어스테핑의 한계는 금방 드러났다"며 "대통령실과 여당에는 야당과 언론의 지적이 말꼬리를 잡는 것처럼 느껴질 수 있다. 그렇다고 국민과 소통하겠다는 의지가 여기서 중단돼서는 안 된다"고 당부했다. 

한국일보는 사설 <잠정 중단된 도어스테핑, 시행착오 보완 계기로>에서 "중단 시점이 공교롭게도 윤석열 정부의 지지율이 추락하는 시점과 맞물리는 점은 오해를 살 만하다. 이번 조치가 비판의 소나기를 잠시 피해가려는 정략적 판단으로 비칠 수도 있는 것"이라며 "실제로 여당 내에서도 대통령의 정제되지 않은 발언이 언론에 직접 노출되면서 지지율 하락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줬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고 한다"고 전했다. 

반면 일부 언론은 윤 대통령의 도어스테핑 발언을 비판하면서도 대통령실의 취재 제한 방침에 의문을 제기하지 않는 태도를 보였다. 조선일보는 사설 <尹 ‘출근길 회견’ 잠정 중단, 달라진 모습으로 돌아와야>에서 "현재 코로나 확산세로 볼 때 불가피한 조치로 생각된다"고 썼다.

세계일보는 사설에서 "이달 내로 코로나19 일일 확진자 수가 10만명을 재돌파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만큼 도어스테핑 재개 시점은 장담하기 어렵다"고 했고, 서울경제는 사설에서 "마침 코로나19 재확산으로 도어스테핑도 잠정 중단됐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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