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도전 나비효과, 유재석 표정과 똑 닮은 충고
[블로그와] 탁발의 티비 읽기
무한도전이 줄 수 있는 것은 단지 웃음만이 아니다. 새삼스럽지도 않은 일이지만 이번 나비효과 녹색특집은 감동이라는 말이 많이 부족하다는 느낌을 준다. 그러나 탈북 소녀복서 이야기나 프로 레슬링 등에서 보여줬던 폭풍 같은 감동은 없더라도 지구온난화라는 지구촌 전체의 위기에 대해서 이토록 쉽고도 정확하게 원인과 해결방법을 제시하는 것에는 감동을 넘어선 공감과 반성을 갖게 했다.
무한도전 제작진은 많은 고민을 했을 것이다. 예능인 무한도전이 환경문제를 딱딱하게 다룰 수도 없고, 그렇다고 자칫 잘못 희화시켜 의미를 반감시킬 수도 있는 위험한 시도였다. 다행히 무도의 나비효과는 대단한 호평을 받았지만 그렇지 못했을 경우 쏟아질 비난은 보지 않아도 동영상이다. 특집 후반부에 “수영보다는 걷고 싶다”는 자막과 함께 작은 얼음 위에 위태롭게 서있는 북극곰의 애처로운 모습을 보고도 그저 그랬던 사람일지라도 유재석, 노홍철, 하하가 몰디브 호텔에서 울부짖는 것을 보고는 분명 생각하는 바가 있었을 것이다.
양치질하면서 수돗물을 잠근다고 얼마나 효과가 있겠냐는 질문도 가능하다. 그러나 지구 인류 전부가 그렇게 수치화할 수 없는 작은 실천을 통해서 북극도 지키고 몰디브로 여전히 아름다운 섬으로 지킬 수 있는 희망과 목표를 갖자는 의미일 것이다. 불난 집에 불구경하는 것보다 모래라도 한줌 뿌리는 것이 낫지 않겠는가. 그 작은 한 줌이 천 사람, 만 사람이라면 상황은 달라진다. 우리 속담에 모기도 천이 모이면 천둥소리를 낸다고 했다.
이번 나비효과 편을 보면서 그 탁월한 구성력에 감탄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무서운 생각까지 들었다. 요즘엔 천재 아닌 사람이 없는 세상이기도 하지만 나비효과라는 대단히 어려운 개념을 어렵게 설명하는 것은 그 방면 전문가라면 누구나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어려운 주제를 쉽게 설명하는 것이 진정한 고수만이 할 수 있다. 무한도전은 진정한 고수의 내공을 지녔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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