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C의 부재, 1박2일이 흔들리는 이유
[블로그와] 들까마귀의 통로
그나마 주위 환경이라도 평판하다면 지금까지 쌓아온 끈끈한 시청자들과의 정으로 변화의 시기를 버티겠지만 그나마도 녹록치 않습니다. 일밤은 현재 가장 주목받는 웃음 폭탄을 장착한 뜨거운 형제들의 상승에 힘입어 단비에게까지 그 힘을 옮기려고 하고 있고, SBS는 패떴 시즌 2의 예고된 굴욕을 잊고 유재석과 함께 새로운 출발을 준비 중이죠. 이런 신생 도전자들은 모두 방송 시간대가 조금씩 다르기에 직접적인 타격은 주지 못하겠지만 일요일 시청 구도의 변화는 기존의 절대 강자, 1박2일에게는 결코 유리한 환경이 아니에요.
파업 때문에 편집본으로 대체해야 했던 이번 주 방송을 보니 이런 아쉬움은 더욱 더 커지더군요. 요 몇 주 사이에 볼 수 없었던, 1박2일이 지금의 자리에 있을 수 있게 해 주었던 큰 웃음 빅재미의 순간들만 모아서 보고 있자니 벌써부터 좋았던 한 때를 그리워하며 보여주는 듯한 섣부른 불안감이 느껴지더라고구요. 그리고 그 장면 장면들, 각종 인상적인 에피소드들을 순서에 따라 곱씹어 보니 지금의 위기가 어디에서 출발했는지가 어렴풋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제게 지금의 1박2일이 불안해 보였던 이유는 김C가 보이지 않기 때문이었던 것 같아요.
물론 결코 쉽게 무너지지는 않을 겁니다. MC몽을 향한 의혹이 어떤 방향으로 해결될 것인지, 아직 베일에 싸인 유재석의 새로운 프로그램이 어떤 파괴력을 보여줄 수 있을지, 일밤의 반격이 갈수록 힘을 받을 수 있을지, 그리고 KBS의 파업 사태가 언제까지 이어질지의 수많은 미지수들이 미래를 불안하게 하고 있지만 1박2일은 웬만한 외풍과 내환에도 버틸 수 있는 단단한 지지기반을 오랜 시간동안 시청자들과 함께 다져왔으니까요. 하지만 그렇다 해도 김C에 대한 그리움, 아쉬움은 쉽게 사라질 것 같지 않습니다. 여러모로 힘든 상황이기는 하지만 그가 있었다면 1박2일이 이렇게 불안해보이진 않았을 겁니다. 지금의 모래알 같은 팀워크를 언제 다시 예전처럼 회복할 수 있을지 모르겠구요. 천하무적 야구단 때도 그렇지만 김C의 조용한 존재감은 떠났을 때 더더욱 커 보이기만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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