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ne

미디어스

Updated 2021.6.23 수 23:19
상단여백
HOME 미디어비평 탁발의 티비 읽기
정부와 언론의 직무유기는 반드시 재앙이 되어 돌아온다[블로그와] 탁발의 티비 읽기
탁발 | 승인 2017.08.18 11:33

더불어민주당 안민석 의원은 소위 최순실 게이트 스페셜리스트다. 그러나 처음 그가 최순실의 딸 정유라 문제를 제기했을 때에 정부·여당과 언론의 태도는 참 달랐다. 무시하고 윽박지르고, 진실을 은폐하기 위한 갖은 수단을 동원했다. 그렇게 어설프게 봉합된 정유라 사건은 결국엔 한 대학을 넘어 정권을 완전히 풍비박산 내는 원인이 되었다. 어디 그뿐인가. 정윤회 문건사건은 더했다. 

정윤회 사건을 은폐하지 않았더라면 박근혜 정부의 비참한 몰락은 막을 수 있었다는 의미 없는 가정이 회자된 것은 아쉬움 때문이 아니라 진실을 덮으려는 권력에 대한 교훈의 의미일 것이다. 이런 모든 사건들이 전하는 분명한 교훈이 있다. 정부와 언론의 직무유기는 반드시 재앙이 되어 돌아온다는 것이다.

17일 오후 울주군청 공무원들이 살충제 비펜트린 성분이 검출된 울산시 울주군 산란계 농가의 계란을 폐기하고 있다. Ⓒ연합뉴스

요즘 살충제 계란이 이슈를 완전히 잠식했다. 안보도, 정치도 다 하찮아 보일 지경이다. 다소 지나친 반응일 수도 있지만 가습기 사건을 겪은 우리들에게는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안전한 사회로 가기 위해 치러야 할 비용이라고는 하지만 시민들로서는 억울하고 또 화도 난다. 

특히 이번 살충제 파동 역시 지난 정부와 언론의 직무유기가 있다는 점에서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 작년 더불어민주당 기동민 의원이 닭사육농가의 살충제 문제를 지적한 바 있었다. 그러나 정부도, 언론도 모두 이런 지적을 외면했다. 그때가 2016년 10월 7일 국정감사 과정이었다. 

“20X25cm 케이지(닭장)에 '알 낳는 기계'로 닭을 저렇게 관리하는 거죠. 까만 게 전부 다 진드기라고요. 그러니까 진드기를 털어낼 수 있는 방법이 없기 때문에 그냥 농약을 뿌리는 거예요”

당시 기동민 의원의 발언을 보면 그해 8월에도 이 사실에 대한 언론보도가 없지는 않았다. 그러나 정부도 언론도 이 문제의 심각성을 인지하지 못했고, 더 파고들지 않았다. 그렇게 다시 일 년을 허비한 채 이 엄청난 먹거리 대란을 맞게 된 것이다.

16일 오후 전남 나주시 공산면의 한 산란농가 사육사에 산란계들이 모여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이 농가에서 생산한 계란을 수거해 조사한 결과 닭 진드기 박멸용으로 쓰이는 살충제 성분이 기준치 21배를 초과했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일각에서는 이 문제를 놓고 전 정부냐 현 정부냐의 책임소재 공방이 있다지만 무의미한 탁상공론에 불과하다. 기동민 의원이 작년에 이 문제를 지적했다는 사실이 현 정부의 책임모면의 수단으로 생각해서는 안 된다. 그래서는 전 정부와 다른 점이 없게 된다. 기동민 의원의 사례는 우리가 사회적 경보에 둔감했던 사실에 대한 교훈을 삼을 일로만 인용되어야 할 것이다. 

다만 지금은 벌벌 떠는 계란 살충제 문제를 그때는 왜 그냥 지나쳤는지에 대해 따져 물어야 한다. 지금 아는 것을 그때는 몰랐을까? 절대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문제는 지난 9년 여 동안 언론이 정부 감시의무를 많이 내려놓았다는 사실에서 찾아야 할 것이다. 

정윤회 문건 사건, 정유라 특혜 문제도 대부분의 언론이 진실을 외면했던 것을 보면 개연성은 충분하다. 이 사실을 인정하고 반성하지 않으면 재앙은 멈추지 않을 것이다. 더 심각한 것은 현재도 언론의 경보 기능은 회복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단적으로 원전문제를 예로 들 수 있다.

[단독] 한빛 4호기 핵심 설비에 심각한 '외부 이물질' (JTBC 뉴스룸 보도 영상 갈무리)

17일 JTBC는 영광 원전 한빛4호기의 황당할 정도로 심각한 문제를 보도했다. 방사능유출을 막는 철판벽 부식에 이어 증기발생기 안에 금속성 이물질이 발견됐다는 것이다. 현재는 가동을 멈췄기에 사고로 이어질 위험은 없지만 하마터면 상상하기도 싫은 재난이 벌어질 수도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이 엄청난 보도에 다른 매체들이 침묵하고 있다는 사실이 더 무섭다. 게다가 이물질에 대해서는 은폐의혹도 제기된 상황이다. 원전은 계란과 비교할 수 없는 문제다. 적어도 원전문제에 대해서는 언론이 집단침묵에 빠져서는 안 될 것이다. 

매스 미디어랑 같이 보고 달리 말하기. 매일 물 한 바가지씩 마당에 붓는 마음으로 티비와 씨름하고 있다. ‘탁발의 티비 읽기’ http://artofdie.tistory.com

탁발  treeinus@hanmail.net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탁발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여백
여백
여백
여백

서울특별시 영등포구 국회대로 72길 22 가든빌딩 608호 (우) 07238  |  대표전화 : 02-734-9500  |  팩스 : 02-734-2299
등록번호 : 서울 아 00441  |  등록일 : 2007년 10월 1일  |  발행인 : 안현우  |  개인정보책임자 : 안현우  |  청소년보호책임자 : 윤수현

「열린보도원칙」 당 매체는 독자와 취재원 등 뉴스이용자의 권리 보장을 위해 반론이나 정정 보도, 추후보도를 요청할 수 있는 창구를 열어두고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고충처리인 안현우 02-734-9500 webmaster@mediaus.co.kr

미디어스 후원 계좌 안내 : 하나은행 777-910027-50604 안현우(미디어스)
Copyright © 2011-2021 미디어스. All rights reserved. mail to webmaster@mediaus.co.kr

ND소프트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