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4일 MBC <김치 치즈 스마일>의 한장면이다.

월도 엄마(정수영 분)는 요즘 속이 터진다. 월도가 다른 아이들보다 발육이 느린것 같아 놀이 선생님까지 구했는데 이 선생님이 좀 이상하다. 아이에게 한석봉의 어머니가 교육을 위해 세번이나 이사를 간다고 엉뚱하게 설명하고 있다.

할 수 없이 다른 선생님을 구하기로 했다. 이 때 아버님(신구 분)이 나서 수업료의 반만 주면 자신이 월도를 돌봐주겠다고 했다. 대환영이다. 아이를 맡기고 자신은 볼일을 보러 다녔다.

그런데 더 큰 문제가 발생했다. 아버님이 자꾸 월도에게 '지구는 돌지 않는다'고 가르치고 있다. 월도는 할아버지말만 믿고 지동설을 거부한다.

이를 어쩌면 좋은가. 모든 식구들이 총동원 됐다. '지구가 돌고 있다'는 사실을 증명해야 한다.

이때부터 <김치 치즈 스마일>은 잠시 과학시간으로 변신했다. 할아버지에게도 나름대로 논리가 있다. 이런식이다.

"하늘에 해가 동에서 서로 움직이는 거 보여, 안보여?. 그럼 상식적으로 해가 돌겠냐? 지구가 돌겠냐?"

"너 비 오는 날 우산 돌리면 우산에 붙어있는 빗물들이 어떻게 되니? 니 말대로 지구가 돌면 우리는 어떻게 될까? 그 빗물처럼 우주로 튕겨나갈 거 아니냐."

"내가 멀미가 얼마나 심한 사람인데. 그렇게 지구가 빨리 돌면 어지러워서 난 진즉에 죽었을 거다."

모든 식구들이 전기스탠드까지 들고 나와 실험을 하며 지동설을 설명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급기야 삼촌 친구인 물리학과 교수까지 집으로 불렀지만 역시 실패했다.

하지만 해결방법은 의외로 쉬운데 있었다. 월도 엄마의 간단한 제안으로 할아버지는 당장 소신을 버렸다. 손녀딸 월도에게 "지구는 돈다"고 선언한다. 그 방법은 방송을 보면 알 수 있다.

아마도 월도 엄마는 조만간 '똑똑한' 놀이선생님을 구해서 할아버지와 월도를 떼놓을 것 같다.

예능프로그램의 재미를 훼손하지 않기위해 어쩔 수 없이 정한 마무리였을 것이다. 현실에서 생긴일이라면 월도에게 이 보다 더 좋은 학습기회는 없다. 태양이 그 자리에 있고, 지구가 돌고 있다는 말을 암기가 아니라 스스로 이해할 수 있는 절호의 찬스였다. 이런날에는 식구가 많으니 얼마나 좋은가. 가족들끼리 자연스럽게 놀듯이 토론하고 공부하는 시간이었다.

월도네 가족들에게 12월 1일 방송 된 SBS <그것이 알고 싶다> '공부가 즐겁지 아니한 家 - 명품자녀 만들기'편을 함께 보길 권한다.

방송에서 <그것이 알고 싶다>는 마치 매니저처럼 자녀들의 일상을 따라다니며 학습을 챙기고 미래에 대한 스케줄을 잡고 있는 엄마들을 보여줬다. 아이들의 적성과 상관없이 부모들의 요구에 따라 움직이는 아이들은 공부에도 흥미를 잃고, 자신의 꿈이 무엇인지도 모른 채 살아가고 있었다.

현재까지 월도 엄마는 유치원에 다니는 딸에게 '놀이 선생'을 붙여주는 정도로 그치고 있다. 딸이 어서 '지동설'을 외우기를 바랄 뿐이다. 이해는 간다. 전쟁터 같은 세상에 내 딸이 나가는 데 어서 제대로된 무기를 갖고 있길 바랄 것이다. 더구나 발육이 느리다니 조급증이 더 일것이다.

하지만 진짜 엄마라면 더 큰 용기를 가져야 한다. 지원군. 즉, 식구들도 많지 않은가. 월도가 당장 공부를 잘 하는 것보다, 공부에 흥미를 느끼는 것이 더 중요하다. 그 과정에서 자신의 꿈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두 편 모두 각 방송사 홈페이지에서 다시 볼 수 있다. <김치 치즈 스마일>은 '유료'(일반화질 500원), <그것이 알고 싶다>는 '무료'다. 부지런한 부모라면 <김치 치즈 스마일>을 아이들과 같이 보며 '지동설'의 진실을 알려주는 것도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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