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방송된 <지붕 뚫고 하이킥(이하 지붕킥)> 115회는 가장 주목 받았던 여성 캐릭터들인 세경과 정음의 서로 다르지만 같을 수밖에 없는 모습을 통해 그들의 성장 과정을 보여주었습니다. 그리고 그들의 옆을 든든하게 버텨주는 지훈과 준혁을 통해 그들의 새로운 도전을 응원했습니다. 마지막 장면이 과연 지훈과 정음의 이별을 암시하는 것이었을까요?

세경 주경야독vs정음 구직 활동

1. 세경의 주경야독과 준혁

검정고시가 얼마 남지 않은 세경은 낮에는 집안의 다양한 일들을 해야만 하고 남는 시간에 자신의 공부를 해야 하는 힘겨움의 연속입니다. 그런 상황을 너무 잘 아는 지훈이 자신의 시간을 할애해 세경에게 과외를 시켜주기도 합니다. 준혁도 영어 과외를 해주기는 하지만 매 순간 능력의 한계를 느끼고 비교되는 자신으로서는 아쉽기만 합니다.

순재집에 현경의 친구가 보내온 로봇 청소기는 준혁에게 행복함이었습니다. 그 로봇 청소기로 인해 최소한 청소하는 시간이 줄어 세경이 공부할 시간이 늘어난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한 준혁입니다. 그런 준혁의 행복을 앗아간 인물은 다름 아닌 아버지 보석이었습니다.

과거 정신병자(자신은 여전히 미래에서 온 전사라고 생각하는)에게 들은 로봇들의 반란을 굳게 믿고 있기에 집안에 로봇이 있다는 것을 신경질적으로 거부합니다. 밤늦게 다들 자는 시간 홀로 부엌에서 공부를 하고 있는 세경은 얼마남지 않은 시험에 대한 두려움을 준혁에게 토로합니다.

끝날 것 같지 않은 청소에 지쳐 잠시 준혁 방에서 잠든 세경을 발견한 그는 대신 일을 하기 시작합니다. 빨래를 하고 설거지를 하던 준혁을 현경이 이상하게 보는 것은 당연하지요. 뒤늦게 자신의 일을 돕는 준혁을 발견한 세경은 고맙지만 더 이상 그러지 말라고 합니다.

세경에게 힘이 되고 싶은 준혁은 세호 집에서 발견한 가사 도우미 로봇에서 힌트를 얻어 세호를 로봇이라 속이고 본격적으로 세경일 돕기에 나섭니다. 어색하기만 한 로봇을 우기는 준혁과 그럴 리가 없다고 생각하는 해리의 집요함 사이에서 세경을 돕고 싶은 준혁의 노력은 가상할 정도입니다.

계속 의구심을 품었던 세경의 추궁에 가사 도우미 로봇 세호는 도망가기 시작합니다. 누구 보다 집요한 세경 역시 자신이 확신하고 있는 사실을 알아내기 위해 혼신을 다해 쫓지만 '신데렐라'가 구두만 남기고 떠나가듯, 세호는 신발만 남기도 도망갑니다.

준혁이 꾸며낸 일임을 아는 세경은 준혁에게 자신을 도와주는 것은 너무 고맙지만 집안일을 하는 것은 내 직업이니까 당연한 것이라고 합니다. 그런 세경의 이야기를 듣고 머쓱해진 준혁에게 "대신 정말 힘들면 그때 도와달라고 할게요. 그때는 꼭 도와줘요"라는 세경의 대사에는 과거와는 달리 준혁이 세경 속에 들어서 있음을 나타냈습니다. 힘들 때 자신에게 이야기해달라는 준혁은 그렇게 관계의 지속과 확장의 가능성을 열어두었습니다.

2. 정음의 구직활동과 지훈

집안이 한순간 망하면서 발등에 불이 떨어진 정음은 그동안 해왔던 공부는 포기하고 구직 활동에 올인 합니다. 그러나 그 어디에서도 선뜻 서운대를 나온 그녀를 합격시켜주지 않습니다. 매일 서너 곳의 회사에 이력서를 제출하고 면접은 보지만 성과는 전무한 정음은 힘겹기만 합니다.

그런 힘겨운 상황에서 힘이 되 주는 것은 언제나 지훈입니다. 구직 활동으로 정신없는 정음을 위해 고급 뷔페 권을 내미는 지훈은 사려 깊은 남자였습니다. 뷔페를 먹기 위해 굶는 게 아니라 돈이 없어 굶어야 하는 정음에게 시련은 시도 때도 없이 들이닥치기만 합니다.

모두 내다 팔면서도 남겨두었던 구두를 타인의 잘못으로 커피에 얼룩지고 말았습니다. 지워도 지워지지 않는 커피 자욱은 그녀의 현실과 닮아 있어 서럽기까지 합니다. 절친인 인나가 정음의 상황을 알게 되지만 여전히 그 누구에게도 알리지 말라는 정음은 열심히 구직 활동에만 매진합니다.

고대하던 뷔페를 먹으러 가는 순간 인나에게 걸려온 아르바이트 자리는 과거 같으면 생각할 필요도 없었지만 이번에는 달랐습니다. 최고급 뷔페를 포기하고 처음 해보는 나레이터 모델을 하는 그녀에게 부끄러움은 사치였습니다. 며칠 동안 지훈도 만나지 못한 채 아르바이트를 하는 정음은 오직 돈을 벌어야하는 지상 과제에만 충실할 뿐이었습니다.

그런 정음을 기다리는 지훈과 자신을 하염없이 기다려준 지훈에게 안기는 정음은 힘겨울 때 기댈 수 있는 누군가가 있어 행복했습니다. 패셔니스타 정음이 며칠째 커피 자국이 묻은 구두를 계속 싣고 다니는 것이 이상한 지훈은 굽이 부러진 핑계로 그녀에게 특별한 선물을 해줍니다.

구직 활동으로 여념이 없는 애인을 위해 그녀가 자주 신고 다니는 구두와 똑같은 것을 선물하는 지훈의 마음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였습니다. 지훈은 그녀가 그 구두를 그저 좋아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하지만, 정음에게 그 구두는 아버지가 자신에게 처음 사준 의미 있는 구두였습니다.

"좋은 구두는 주인을 좋은 곳으로 데려다준다"

는 아버지의 말을 기억하고 있는 정음에게 지훈은 동일한 말을 건넵니다. 아버지의 첫 번째 선물인 구두와 동일한 구두를 선물하며 같은 이야기를 건네는 지훈의 모습은 아버지의 따뜻함까지 정음에게 전달하며 행복함을 배가 시켰습니다.

3. 구두 선물은 이별을 뜻하는 것?

이별의 단서가 될 수도 있는 것은 구두 선물을 받고 지훈이 건넨 이야기에 정음이 한 대사 때문일 것입니다. "구두 선물하면 애인이 도망간다는 것도 몰라요"였습니다. 최악의 상황에서 일자리를 얻는 것이 그 무엇보다 중요한 정음에게 한가로운 사랑은 사치일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인나는 알고 있지만 그 누구도 알지 못하는 자신의 아픔을 지훈에게 고백하고 함께 방법을 찾는다면 좋겠지만, 아직 사랑하기에 보이고 싶지 않은 것들이 많은 정음은 지훈에게 말하지 않습니다. 이는 결국 이별을 통보하는 수순으로 갈 수도 있다는 예상이 가능합니다.

아버지가 선물한 구두를 신고 아버지 곁을 떠나 서울 생활을 시작했듯, 지훈이 선물한 구두를 신도 그를 떠나 새로운 일을 시작하는 정음이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그렇기에 지훈과 정음이 어쩔 수 없이 헤어질 수 있다는 추론이 가능해집니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생각해보면 그렇기 때문에 그들의 사랑은 더욱 돈독해질 수밖에는 없을 듯합니다. 모든 것을 버려도 끝까지 가지고 있었던 아버지의 선물이 지훈의 선물로 바뀌었다는 것은 결코 버릴 수 없는 소중함이 아버지에서 지훈으로 바뀌었다는 의미이기 때문입니다.

아버지의 품을 떠나 독립된 성인으로 사랑하는 남자 지훈은 새로운 인연으로 함께 평생 살아갈 수 있는 연인일 수밖에 없음을 강조한 장면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지속적으로 등장했던 로봇은 준혁과 세경의 관계를 더욱 심화시켰습니다.

이 사건을 통해 세경은 준혁의 마음을 더욱 잘 알 수 있었고, 구두를 통해 정음은 지훈의 깊은 마음을 읽을 수 있었습니다. 결과가 어떻게 될지는 알 수 없습니다. 염세적인 비극으로 흐른다면 구두는 이별의 전주곡이 될 수도 있겠지만, 해피엔딩으로 흐른다면 구두는 새로운 시작을 알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속단보다는 기대만이 의미 있는 상황에서 어떤 기대를 하든지 그건 전적으로 시청자들의 몫일 것입니다. 각자의 시각으로 판단하고 예측들이 난무하겠지만, 개인적으로는 정음의 당당함이 지훈과 함께 할 것으로 기대합니다.

영화를 꿈꾸었던 어린시절의 철없는 흥겨움이 현실에서는 얼마나 힘겨움으로 다가오는지 몸소 체험하며 살아가는 dramastory2.tistory.com를 운영하는 블로거입니다.
늘어진 테이프처럼 재미없게 글을 쓰는 '자이미'라는 이름과는 달리 유쾌한 글쓰기를 통해 다양한 소통이 가능하도록 노력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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