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국민의당이 정치 이슈를 통째로 집어삼켰다. 예상했지만 실제가 되어 더 쇼킹했던 안철수 전 대표의 당권도전 선언. 탈당 혹은 출당이라는 흉흉한 소문. 곧이어 터진 안철수 전 대표 출마 지지선언 조작설. 또 조작설. 그럼에도 아랑곳 않고 심정지 상태의 국민의당에 전기충격을 가하겠다는 안철수.

안철수 전 대표가 어디까지 은유의 연상을 그렸는지는 알 수 없겠지만 ‘전기충격’이라는 단어는 도발적인 선택이었다. 안철수 자신이 전기충격 이상의 충격을 국민의당에 주고 있다. 그렇다면 당연히 피할 법한 단어를 들고 나와 자신의 출사표에 당위를 얹으려 했다. 문제는 살리는 충격이냐 죽이는 충격이냐는 것이다. 안철수 전 대표가 말한 대로 국민의당이 심정지 상태라면 살리는 응급처치가 될 것이고, 아니라면 애먼 사람 잡는 일이 될 것이다.

8·27 전당대회 당대표 선거에 출마 선언한 국민의당 안철수 전 의원이 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혁신비전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당이 심정지 상태였을까? 딱히 틀린 말은 아니다. 몇 주째 당 지지율은 꼴찌에서 벗어나질 못했고, 대선 패배 후의 국민의당을 더욱 초라하게 만든 이유미 제보조작 사건으로 당 관계자가 5명씩 구속, 불구속 상태로 기소를 당하기에 이르렀다. 이런 정도면 심정지라는 진단이 틀리지 않다. 다만 그 원인이 안철수 본인이라는 진단의 중요 부분이 빠져 있을 뿐이다.

정작 국민의당 내부는 이에 수긍할 수는 없다는 반응이다. 이미 전당대회에 당대표 출마를 밝힌 천정배, 정동영 의원들 입장에서는 당연한 일이고, 안철수 전 대표의 당권도전에 반대하거나, 지지하지 않음으로 반대의지를 드러내는 등의 반응을 보면 국민의당 내부의 현실인식은 그다지 절망적이지 않은 것 같다.

생각해보니 초라했던 지지선언 그리고 조작의혹

그러나 더 심각한 문제가 발생했다. 지난 7월 30일 안철수 전 대표의 출마를 촉구하는 지지선언에 조작이 있다는 주장이 등장했다. 안 전 대표의 당권도전 선언 이전 국민의당 원외위원장 109명의 이름으로 지지를 밝혔고, 이로써 안 전 대표가 당권도전의 모양새를 갖추는 데 상당한 도움을 받았다. 그런데 그중 거의 절반에 가까운 43명의 이름이 도용됐다는 주장이 제기되어 안 전 대표의 입지를 크게 흔들고 있다. 아니 안철수 전 대표가 아니라 가까스로 일어서려는 국민의당의 다리를 꺾을 수 있는 파문이다.

국민의당 김현식 천안병 지역위원장이 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안철수 전 의원 8·27 전당대회 당대표 선거 출마요청 원외지역위원장 109명의 지지서명 관련 조작의혹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6일 국민의당 김현식 천안병 지역위원장(사진) 등은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원외 지역위원장 109인의 서명을 확보하는 과정에 일부 거짓과 왜곡이 개입됐다는 합리적 의심이 제기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또한 109명의 전체 명단을 본 사람이 없다는 말을 더하며 명단을 공개할 수 없다는 안 전 대표 지지 측을 압박했다.

그러고 보니 은퇴 촉구론까지 제기됐던 안철수 전 대표의 전당대회 출마를 촉구하는 지지선언치고는 기자회견자리가 다소 초라했다는 생각도 든다. 보통 이런 경우라면 최소 수십 명은 모여서 하나마나한 세과시라도 하는 것이 정치권의 클리셰라고 할 수 있는데, 이번 안 전 대표지지 선언 자리는 3명만 모인 조촐한 자리였다. 조작까지는 아직 뭐라고 할 단계는 아니지만 지지를 추진했던 세력들에게도 속사정이 있음은 짐작해볼 수 있는 상황이다.

국민의당은 지난 3일 지역 원외위원장 42명이 “단순한 의견 피력을 서명으로 간주”했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사실 지지선언 등에 자신도 모르게 이름이 올라가는 일은 흔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여기에 '조작'이라는 프레임을 얹으니 실제보다 더 크게 느껴진다. 국민의당이라 그렇다. 그래서 또 그냥 지나치지도 못할 사정이다. 게다가 안 전 대표 출마를 지지했던 쪽의 명단 비공개는 방침은 혐의를 더 짙게 만들고 있다.

안철수 전 대표의 전당대회 출마 선언으로 국민의당이 정치권의 시청률을 모두 차지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조작을 주장하는 상황이 내부에서 폭로된 이상 집중된 시선은 오히려 국민의당과 안철수 전 대표에게 불리하게 됐다. 안철수 전 대표는 이 국면을 또 어떻게 돌파할지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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