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정권의 KBS 다운 선택이라는 말들이 많습니다. 그럴 수밖에 없음을 스스로 증명이라도 하듯 천하대를 나와서 재벌이 되라며 <부자의 탄생>이라는 드라마를 꺼내들었습니다. 뻔한 트렌드 드라마에 경영인이 아닌 재벌들의 이야기를 다루는 그들의 모습이 씁쓸하기만 합니다.

천하대 나와 재벌이 되라는 절망의 법칙

1. 재벌을 찬양하라?

오랜만에 복귀하는 이보영을 위해 봤던 드라마는 이보영마저도 안습으로 돌려놓는 마법을 보였습니다. 말도 안 되는 캐릭터 설정으로 왜 이런 드라마를 선택했는지 모를 정도로 엉망입니다. 자신이 재벌의 숨겨둔 아들이라며 살아온 주인공 최석봉(지현우)의 어린 시절로 <부자의 탄생>은 시작합니다.

시작부터 자수성가가 아닌 재벌 3세들의 이야기임을 명확히 합니다. 자신이 재벌 아들임을 증명한다는 목걸이만 가지고도 언제나 당당한 석봉. 그는 언젠가 자신이 재벌인 아버지를 찾으면 재벌로서 멋지게 살아갈 것이란 꿈을 품습니다. 학교 선생도 그런 석봉의 말에 감탄을 하며 아부를 할 정도로 <부자의 탄생>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비현실적인 희화화는 중증입니다.

삶 자체를 돈으로 평가하는 학교 선생이 나오고 이런 모습을 보며 환호를 보내는 아이들의 모습은 대한민국의 절망적인 미래를 우화적으로 보여주는 듯해서 씁쓸합니다.

선생이라는 직업을 가진 이가 돈의 노예가 되어 재벌 아들에게는 잘못을 떠나 용서가 보장되는 상황이 그저 코믹하기에 가능한 설정이라고 하기에는 억지스럽습니다. 과정이 어찌되었든 결과만 좋으면 좋다는 대한민국은 재벌들에 기생하는 것만이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이라고 공영방송에서 드라마를 통해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이보영이 맡은 이신미라는 인물이 급거 귀국해 MMA한 중소기업의 파업 현장에 찾아가 도도함을 잃지 않은 채 자신의 머리카락을 자르며 대 오성그룹의 직원(3개월 후 성과를 보고 결정하겠다는 시한부)이 될 거냐 아니면 쫄딱 망할 거냐며 윽박지릅니다. 월급 받고 싶으면 자신의 뒤에 서라는 망발을 늘어놓자마자 죽기 살기로 파업하던 노동자들은 이신미 뒤에 나열합니다. 철저하게 노동자들을 희화화하고 재벌들이 파업을 감행하는 노동자들을 어떤 식으로 다루고 있는지 보여주는 사례가 아닐 수 없습니다.

마치 커다란 은혜라도 베풀듯이 파업 현장에 들이 닥친 재벌가 딸의 돈 한마디에 움직일 정도로 파업하는 노동자들은 믿고 끝도 없이 돈만 쫓는 인물로 그렸다는 것만으로도 친 재벌 찬양 드라마가 아닐 수 없습니다. 수익이 저조한 중소기업 사장이 무슨 잘못을 저질렀는지 명확하지 않은 상황에서 단순히 돈으로 사람들 마음을 사겠다는 신미는 MB의 정책을 그대로 답습한 모습이었습니다.

막말을 일삼으며 노동자들을 바보 취급하는 그들에게서 MB정권이 펼치는 친 재벌 정책과 돈 앞에 줄 세우는 치졸함이 극명하게 드러납니다. 대한민국의 모든 가치를 돈으로 재단하려는 그들의 사상을 주입하는 드라마가 <부자의 탄생>인가요?

2. 천하대 나와 재벌이 되어라

그런 그녀가 재벌이면서도 짠순이라는 캐릭터를 구체화시키기 위해, 화장품도 샘플만 사용하고 기름 넣을 때도 포인트 카드를 쓰며 아끼고 단 돈 500원도 귀하게 생각해 팁도 주려하지 않는다는 설정은 기가 막힙니다. 가진 사람들은 그에 걸 맞는 소비를 해야 한다는 것이 당연한 경제 논리입니다. 그 정도의 짠순이는 서민들이 해도 충분합니다.

휴가를 보내려 외국으로 놀러 다니는 그녀가 국내에 와서는 짠돌이처럼 군다는 설정만큼 짜증스럽고 가증스러운 것은 없을 듯합니다. 자신의 호텔 스위트룸이 비싸서 사용하지 않기에 어쩔 수 없이 사용한다는 말도 안 되는 이야기는 이 드라마는 작가가 무슨 생각을 하는 사람인지 궁금하게 만들 정도입니다.

자신이 재벌의 자식이라 믿고 살아온 주인공 석봉과 그의 말을 믿고 평생을 따라다니며, 비서 노릇을 하는 친구 박강우(김기방)와 부전자전이라고 한몫 보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정한용까지 목걸이 하나에 재벌이라는 말만 믿고 평생을 석봉에게 충성을 다하는 그들의 모습에서 무엇을 발견해야 할지 민망할 정도입니다.

그가 오성호텔의 벨맨을 하는 것은 자신의 아버지를 찾기 위함이라며 난데없이 워크샵 단상에 올라가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그의 모습과 벨맨들을 총괄하는 캡틴(박철민)의 어디서나 조연으로 등장해 펼치는 변하지 않는 어법과 행동들로 무장한 고착된 캐릭터는 재미보다는 식상함으로 다가왔습니다.

주인공인 석봉의 어머니가 아버지인 재벌이 남겨준 연락처가 담긴 책자(위대한 개츠비가 이런 곳에 사용된다는 것이 넌센스)를 이보영에게서 발견하면서 둘 중 하나는 진실을 숨긴 재벌가임을 힌트로 남깁니다. 뭐 이보영이 아니더라도 재벌가로 출연 중인 이시영이나 남궁 민이 될 수도 있는 이런 설정은 '거지와 왕자'를 비틀었을 뿐입니다.

진짜 재벌 아들은 천하게 자랐지만 평소에 로얄 패밀리로서 최선을 다해 준비합니다. 오직 재벌의 패밀리로 인정받기 위해 자기 최면을 걸어 최선을 다하는 그는 다른 방향으로 성공하기 위한 노력보다는 재벌들이 모이는 호텔에 벨보이로 근무하며 뿌리 찾기에만 모든 것을 바칩니다. 그의 목표는 목걸이를 통해 재벌의 자식임을 확인 받는 것뿐이기에 다른 일을 할 필요도 없다는 발상은 위험하기만 합니다.

입안에 사탕을 물고 연기하는 것 같은 배우들과 낯선 연기력으로 드라마 중요 배역을 어떻게 꿰찼는지 알 수 없는 배우등 엉망인 드라마에 어울릴 법한 스토리 등 모든 것을 갖춘 <부자의 탄생>은 재앙과도 같은 수준이었습니다.

3. 지현우와 이보영을 망치는 드라마

<올드미스 다이어리>와 <매리 대구 공방전>이후에는 스스로를 갉아 먹는 배역으로만 출연하는 지현우가 답답할 정도입니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지현우와 이보영의 조합을 이런 말도 안 되는 드라마에서 봐야한다는 것은 고역과도 같습니다.

작가는 대한민국 재벌가의 비리와 말도 안 되는 사생활, 바보 같은 재벌가 2세들의 모습을 보여 주기 위해 일부러 이런 식의 설정을 했을까요? 말도 안 되는 자기 철학에 빠져서 모든 사람들을 자신 밑으로 바라보는 재벌가 딸과 재벌이라면 바로 굽신 모드로 바뀌는 이들을 통해 우리의 현실을 조망하고 싶었나요?

수준을 초등학생이 만족할 정도로 설정해 어린이들에게 잘못된 부자 이데올로기를 심어주기 위해 기획된 드라마인가요? 서울대만 가면 세상이 바뀐다고 외치던 그들은 '명가'를 통해 부자들의 가증스러움을 노블리스 오블리제로 포장하더니 이젠 기고만장한 재벌들을 등장시켜 무엇을 이야기하고 싶은 건가요?

천하대 나와서 재벌을 목표로 사는 것만이 인생 목표가 되어야 한다고 가르치고 싶은 건가요? <공부의 신>에서는 공부 잘하는 방법이라고 학원업자들에게 정보를 제공 받아 홍보에 열을 올리더니 <부자의 탄생>에서는 부자 되는 방법이라며 뻔한 이야기들을 적시하는 그들은 국민들을 계몽시킨다고 생각하는 건가요?

이제 방송을 장악하니 국민들에게 우민화 정책을 시작할 시점이라고 생각한 것일까요? 달달하게 포장해 자신들이 하고 싶은 이야기들을 펼치면 국민들은 넙쭉 받아먹고 '바보상자'로 고착화되어가는 TV를 자신의 정책 홍보 장으로 채운다고 생각하니 행복하신가요?

지현우와 이보영이라는 매력 있는 배우들을 이런 식으로 나락으로 내모는 <부자의 탄생>은 절망적인 드라마가 아닐 수 없습니다. 속물인 어른들과 아이들마저 돈을 쫓는 노예가 되기를 바라는 KBS의 드라마는 씁쓸함을 넘어 답답함으로 다가옵니다.

영화를 꿈꾸었던 어린시절의 철없는 흥겨움이 현실에서는 얼마나 힘겨움으로 다가오는지 몸소 체험하며 살아가는 dramastory2.tistory.com를 운영하는 블로거입니다.
늘어진 테이프처럼 재미없게 글을 쓰는 '자이미'라는 이름과는 달리 유쾌한 글쓰기를 통해 다양한 소통이 가능하도록 노력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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