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일요일밤에(아래 일밤)의 간판 코너 단비가 탁재훈 대신 마르코를 발탁한 선택이 의외의 성과를 가져왔다. 예능의 경력이나 인지도에서는 절대로 비교할 수 없는 두 사람이지만 개개인의 역량을 떠나서 마르코의 합류로 인해 기존 발음이 정확지 않은 김현철, 안영미와 더불어 자막 삼남매란 그룹 케릭터를 형성하였다. 자막 삼남매란 이들 모두가 발음도 바르지 않고, 다혈질이라 자막이 없으면 의사소통이 안된다는 뜻이다.

항상 두 팀으로 나뉘어 봉사를 하는 단비팀이 캄보디아를 통해서 김용만, 정형돈, 윤두준이 허섭 삼형제로 먼저 그룹 케릭터를 만든데 이어 우연인지 의도한 건지는 알 수 없지만 예능 신인 마르코의 영입이 망외의 성과를 가져다주었다. 그로 인해서 자막 삼남매의 어눌하고 급한 발음이 좀 더 코믹한 설정이 갖춰졌다.

과거에는 코미디 중심이었을 때는 콤비라는 개념이 유행했으나 버라이어티로 티비 오락의 무게가 옮겨간 후로는 그룹 케릭터는 사라졌다. 요즘 어디에도 팀을 이룬 케릭터는 없는데, 현재 예능이 그만큼 개인 간의 치열한 경쟁이라는 것을 반증한다. 그런 경향 속에서 그 모든 예능 프로그램들과 구별이 되는 단비에서 새롭게 부활한 그룹 케릭터가 여전히 예능일 수밖에 없는 단비에 정말 단비 같은 존재가 되어줄 지는 좀 더 지켜봐야겠지만 현재로서는 희망을 가져도 좋을 것 같다.

단비팀이 찾은 케냐는 아프리카의 원시성을 상징하는 곳이다. 킬리만자로가 있으며, 아프리카 전사를 대표하는 마사이족이 있는 곳이다. 그러나 사자도 두려워하지 않는 전사 마사이족은 물 때문에 죽어가고 있었다. 유아사망률이 50%에 달하는 극한의 생존환경 속에서도 가장 기본적인 물 부족은 심각하다는 말로는 부족한 극악한 상황이었다. 우리들로서는 죽기 직전이 아니라면 차마 엄두를 내지 못할 더러운 물을 마사이족 아이들은 벌컥벌컥 들이마셔야 했다.

아프리카가 덥다는 것은 굳이 말할 필요도 없는 것이다. 그러나 가난한 마사이 부족이 아프리카의 뜨거운 태양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할 최소한인 물이 없어 고통 받는 모습은 이미 잠비아, 캄보디아편을 통해 어느 정도 알 만한 고통을 넘어서는 최악의 상황이었다. 얼마 전 큰 충격 속에 빠져야 했던 아마존 그리고 아프리카는 그동안 동물들을 중심으로 한 다큐멘터리에서 원시라는 낭만을 통해 다가섰지만 실상은 차마 낭만을 거론할 수 없는 참혹함 그 자체였다.

허나 지난 캄보디아편부터 그렇듯이 단비는 그들의 현실에 고통과 절망이 아닌 가벼움으로 다가갔다. 궁극적으로 희망을 주러간 단비팀이기에 그 과정 또한 즐거운 것이 맞다. 그들 앞에서 눈물을 보이려 하지 않았던 캄보디아 이지아의 마음 씀씀이가 눈물보다 더 절실하게 다가선 것을 다시 기억하게 한다. 어쨌거나 달라진 단비팀의 마음가짐은 눈물보다는 즐거움이었다.

이들은 이날 밤 희한한 경험을 하게 되는데, 여덟 명의 단비팀이 코펠에 라면을 끓여먹으면서 누가 어떤 말을 하더라도 무조건 웃긴 현상이 벌어진 것이다. 시청하는 입장에서는 현장의 느낌을 그대로 느낄 수는 없었으나 그들의 억지 설정으로는 보이지 않았다. 본디 여럿이 하는 야외 캠핑이 사람의 마음을 무엇에도 너그럽고 즐겁게 해주는 것이 있으니 고생은 되더라도 뿌듯한 봉사를 한 그들의 조촐한 저녁식사가 무엇이건 행복한 웃음을 준 것이 아닐까 짐작해본다.

옛말에 긴 병에 효자 없다고 자신의 아픔이 아니라면 남의 고통을 지켜보는 것은 금방 익숙해지고 무뎌지기 마련이다. 결국 단비가 찾아가는 곳이 갈수록 더 열악한 현실이라 할지라도 처음 잠비아를 볼 때보다 더 충격적이기는 어렵다. 그렇기에 초기의 눈물코드를 벗어난 전환은 다행이기도 하고 당연한 일이다.

그런데 단비는 참 이상하다. 벌써 세 번째 보는 것인데도 매번 우물이 터질 때마다 가슴이 떨리고 또 기쁘기도 하다. 단비를 볼 때마다 물 마시기가 왠지 좀 미안하고, 항상 입에 붙이고 사는 커피조차 슬그머니 물리게 된다. 그저 화면을 통해서도 그러니 현장에서 함께 땀을 흘린 출연자들의 기쁨의 눈물이 이해되기도 한다.

한편 단비가 초기의 무거운 분위기를 벗어나는데 반해 처음부터 쌀집아저씨표 일밤의 아킬레스 에코 하우스는 여전히 방향을 찾지 못하고 있다. 게다가 자기 스스로의 정체성에 반하는 모습을 드러냈다. 요즘 재활용품을 활용한 아이템 경쟁을 벌이고 있는데, 고물상, 폐차장을 뒤져 재활용 가구를 만드는 것까지는 별 무리 없었으나 의류와 신발을 재활용한다며 미리 섭외된 것이 역력한 모습을 우연히 가져오는 것처럼 꾸민 것이 언짢았으며, 새 것 같은 것들을 오히려 폐품으로 만들어버리는 것 아닌가 하는 느낌을 주었다.

에코하우스 최악의 장면은 스티로폼 뚫기였다. 썩지도 않는 스티로폼 수십 개를 깨뜨리는 게임을 하는 에코하우스에 과연 에코란 단어를 계속 붙여도 될지 제작진에게 묻고 싶어진다. 헌터스는 박명수에다가 유세윤, 장동민, 유상무 등을 대거 투입했지만 아직 재미도 그렇거니와 환경에 대한 공감도 얻지 못하고 있다.

매스 미디어랑 같이 보고 달리 말하기. 매일 물 한 바가지씩 마당에 붓는 마음으로 티비와 씨름하고 있다. ‘탁발의 티비 읽기’ http://artofdie.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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