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방송된 <지붕 뚫고 하이킥(이하 지붕킥)> 108회는 사랑에 대한 다양한 모습들이 전해졌습니다. 곧 결혼 할 순재와 자옥의 행복한 모습과는 달리 사사건건 다툼만 있는 보석과 현경의 모습에선 극과 극의 비교가 주는 재미가 있었습니다. 해리의 변화가 가져 온 세경의 웃음은 <지붕킥>이 보여주고자 하는 가치의 모든 것이었습니다.

봄바람과 함께 한 그들의 사랑이야기

1. 여우와는 살아도 곰 하고는 못 산다?

옛말에 '여우와는 살아도 곰 하고는 못 산다'는 말이 있습니다. 무뚝뚝한 여성이 아닌 나긋나긋한 여성이 좋다는 무척이나 성차별적인 내용이지요. 남성의 시각에서 여성을 소유한다는 오만이 가져온 말일 것입니다. 물론 긍정적인 의미로 해석할 수도 있지만 말입니다.

결혼을 앞둔 순재와 자옥은 행복하기만 합니다. 매일 보는 사이임에도 자꾸 보고 싶은 그들은 사랑이 한참 타오르는 시기임이 분명해 보입니다. 그렇게 그들은 가족 온천 여행을 떠납니다. 순재와 자옥, 보석과 현경은 커플 온천 여행을 하는 과정에서 매번 그들과 비교되며 시청자들에게는 재미를 선사했습니다.

온천을 가는 차 안에서 다정하게 귤을 까주는 순재와 자옥 커플을 바라보는 현경과 보석은 극단적입니다. 나이 들어 무슨 짓인지 모르겠다는 현경과는 달리 부러운 보석은 부인에게 자신도 귤을 먹여 달라 합니다. 싫다는 현경을 졸라 먹게 된 귤은 자옥이 사랑스럽게 입안에 넣어주던 귤이 아니었습니다.

마지못해 넣어 준 귤은 입안을 가득 채울 뿐 보석이 상상했던 다정한 현경의 모습을 찾을 수 없었습니다. 그런 두 커플의 비교는 연인들의 고전인 '나 잡아봐라'에서도 극명하게 드러납니다. 좋은 장소에서 사진을 찍고자 하는 순재-자옥과는 달리 무슨 사진이냐며 거부하는 현경.

사진을 찍으며 자옥에게 뽀뽀를 하고 도망가며 "나 잡아봐라"를 외치는 순재의 모습을 보며 약간 닭살이 돋기는 하지만 보기 좋았습니다. 나이 들어서도 사랑을 느끼고 그 사랑을 거부하지 않고 예쁘게 만들어가는 순재-자옥에게서 노년의 행복을 엿보게 합니다.

그런 순재-자옥과는 달리 잘못 해서 현경의 발을 밟은 보석에게 복수를 하는 현경이 모습은, 멀리서 보면 '나 잡아봐라'이지만 가까이서 보면 죽음의 추노임을 알 수 있습니다. 그렇게 하이킥을 날리는 현경에게서 순재와 자옥의 닭 살스러운 연애 감정을 느낄 수는 없습니다.

숙소로 들어와서도 잠시 방을 바꿔 달라는 순재는 준비 한 커피를 함께 마시고 자옥의 발을 씻어 주며 그가 보여줄 수 있는 사랑을 맘껏 표현합니다. 이와는 달리 혼자 커피를 마시는 보석이나 그런 보석의 커피를 빼앗아 마시며 하이킥을 날릴 기세인 현경의 모습에서는 오래된 부부의 익숙함과 권태로움을 느끼게 해줍니다.

30분이 넘어도 오지 않는 순재로 인해 무료해진 현경은 보석에게 신호를 보냅니다. 그렇게 5분이 지나 찾아 간 방에서 무엇을 했는지 의심 가는 당황하는 순재와 자옥의 모습만이 있었습니다. 그렇게 3주가 지나고 산부인과를 찾은 보석과 현경은 임신 3주째임을 알게 됩니다.

2. 왜 그들은 임신을 했을까?

끊임없는 비교를 통해 순재와 자옥의 사랑스러움과 보석과 현경의 뻣뻣함이 보여 졌지만 결과적으로 5분이 가져온 그들의 차이는 재미와 의미를 함께 던져주었습니다. <지붕킥>은 종결을 얼마 안남기고 그들에게 임신을 선물했을까요?

이는 결과를 예고하는 중요한 단서로 보입니다. 그들의 임신은 과거의 순재 가족이 아닌 세경 자매로 인해 변화하기 시작한 그들의 결정판이 되어줄 가능성이 높습니다. 꾸준하게 보여주었던 의미들이 결국 보석과 현경의 임신으로 구체화됨으로서 <지붕킥>이 이야기하고 싶었던 것은 가족의 사랑임을 분명히 했습니다.

가장 말썽 많고 제멋대로인 해리가 자신만이 아닌 주변 사람들을 돌아보게 되었다는 것은 세경 자매의 긍정적인 힘입니다. 아직 준혁을 공부 잘하는 학생으로 변화시키지는 못했지만 해야만 하는 이유는 분명하게 각인시켰습니다.

모래알 같았던 순재 가족들이 조금씩 변화하며 집안에서 함께 웃는 장면들이 늘어난 것도 세경 자매의 힘입니다. 시나브로 변해가는 그들로 인해 자신만 알고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가족의 소중함을 웃음과 눈물로 포장해 이야기해주었습니다. 더불어 혼자가 아닌 함께가 주는 행복이 무엇인지도 해리를 통해 전해주고 있습니다.

안하무인이었던 해리가 언제부터인지 자신의 실수를 깨닫기 시작합니다. 마음을 완전히 열지는 못하지만, 자신의 마음 속 깊은 곳에 숨겨져 있었던 선한 마음들을 꺼내기 시작한 해리의 모습을 바라보며 행복하게 웃는 세경의 얼굴에서 <지붕킥>의 가치를 생각해 봅니다.

그렇게 앙숙 같은 보석과 현경 부부에게 임신이라는 선물을 제작진들이 전해 준 것은 이를 통해 서로의 사랑을 다시 돌아보게 만들기 위함이었습니다. 남자 같은 현경과 자존감이 전혀 없는 보석이 새로운 생명을 통해 자신을 알아가고 사랑의 본질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는 것이 바로 <지붕킥>이 이야기하고 싶었던 본질일 것입니다.

영화를 꿈꾸었던 어린시절의 철없는 흥겨움이 현실에서는 얼마나 힘겨움으로 다가오는지 몸소 체험하며 살아가는 dramastory2.tistory.com를 운영하는 블로거입니다.
늘어진 테이프처럼 재미없게 글을 쓰는 '자이미'라는 이름과는 달리 유쾌한 글쓰기를 통해 다양한 소통이 가능하도록 노력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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