밴헤켄을 상대로 기아는 초반 5득점을 했지만 이후 쉽지 않은 경기를 해야 했다. 지난번 넥센과 경기에서 호투를 했던 정용운은 이번 경기에서는 5회를 넘기지 못하고 물러나야 했다. 두 선발 모두 두 번째 맞대결에서 만족스러운 결과를 스스로 찾지는 못한 경기였다.

하루 만에 회복한 기아 타선, 극적인 역전승 이끌어냈다

정용운이나 밴헤켄 모두에게 이번 경기는 중요했다. 팀의 위닝 시리즈를 결정짓는 경기다. 초반 경기 흐름은 기아의 몫이었다. 전날 2득점에 그치며 패했던 기아는 시작과 함께 2득점을 하며 승기를 이어갔다.

밴헤켄은 지난 기아 경기에서 최소 이닝 대량 실점을 하며 무너졌다. 그 기억으로 이후 호투를 했던 것과 상관없이 몸이 반응을 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1회 시작과 함께 이명기가 안타로 나간 후 김주찬이 세이프티 번트를 멋지게 성공하며 무사 1, 2루 상황을 만들었다.

20일 오후 서울 구로구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17 KBO 프로야구 KIA 타이거즈와 넥센 히어로즈의 경기. 1회초 넥센 선발투수 밴헤켄이 역투하고 있다. Ⓒ연합뉴스

아쉽게도 버나디나가 삼진으로 물러나기는 했지만, 기아에는 최형우가 있었다. 최형우는 밴헤켄을 상대로 적시타를 치며 선취점을 뽑았고, 나지완의 희생플라이로 2-0으로 앞서나갔다. 이런 기아의 공격은 2회에도 이어졌다. 2사 상황에서 김선빈의 안타와 이명기의 4구 뒤 연속 3안타가 쏟아지며 단숨에 5-0까지 경기를 앞서나갔다.

나지완이 파울플라이가 아닌 안타 하나만 더 터졌다면 이번 경기는 의외로 빨리 끝날 수도 있었다. 하지만 밴헤켄이 5점으로 막으며 경기는 이상하게 흐르기 시작했다. 충분히 이길 수 있는 경기라고 봤지만 기아에 이어 리그 타격 2위 팀인 넥센의 공격력 역시 만만하지 않았다.

넥센의 첫 안타는 3회 나왔다. 무실점으로 잘 막고 있던 정용운은 3회 첫 타자부터 볼넷을 내주며 위기를 자초했다. 고종욱을 삼진으로 돌려 세웠지만, 이정후에게 이번 경기 첫 안타를 내준 후 서건창에게 다시 볼넷을 내주며 만루를 내준 정용운은 채태인에게 2타점 적시타를 내주며 5-2로 추격을 받았다. 김하성의 희생플라이까지 나오며 단숨에 2점차로 추격한 넥센은 쉼 없이 추격을 이어갔다.

넥센이 추격하는 동안 기아 타선은 초반 흐름을 이어가지 못하고 밴헤켄에게 밀리기 시작했다. 2회 이후 달아나는 점수를 내지 못하는 상황에서 5회 넥센은 경기를 뒤집었다. 이정후와 서건창의 연속 안타에 이어 다시 채태인이 동점을 만드는 적시타를 치며 상황은 급격하게 변하기 시작했다.

20일 오후 서울 구로구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17 KBO 프로야구 KIA 타이거즈와 넥센 히어로즈의 경기. 1회말 KIA 선발투수 정용운이 역투하고 있다. Ⓒ연합뉴스

기아는 정용운이 연속 안타를 내주자 급하게 한승혁으로 마운드 교체를 감행했지만 넥센 타선을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김하성이 투런 홈런을 쳐내며 경기는 5-7로 뒤집어지고 말았다. 고효준까지 올라섰지만 1사 만루 상황에서 상황은 더욱 악화되는 듯했다.

이 상황에서 고종욱의 타구가 1루 직선타가 되며 2루 주자를 잡아내며 병살 처리해 이닝을 마무리했다. 만약 병살이 나오지 않았다면 경기는 넥센의 완승으로 끝났을 가능성이 높았을 것이다. 하지만 이 타구 하나는 경기 흐름이 어떻게 변할지 알 수 없게 만들었다.

넥센은 5회에 이어 6회에도 득점 기회는 있었다. 만루 상황을 만들었지만 김민성이 3루 병살로 처리되며 추가 득점에 실패했다. 침묵하던 기아는 7회 기회를 잡았다. 1사 후 최형우의 2루타에 이어 나지완의 볼넷, 안치홍의 안타까지 이어지며 이범호 앞에 만루 상황이 만들어졌다.

KBO 만루 홈런의 역사를 새롭게 쓰고 있는 이범호 앞에 만루 상황이 주어졌다는 사실은 중요하게 다가왔다. 한 방이면 경기는 다시 뒤집힐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쉽게도 이범호는 삼진으로 물러났다. 한승택 대신 서동욱이 대타로 등장했지만 그 역시 아쉬운 모습만 보인 채 삼진으로 기회를 살리지 못했다.

7회 기회를 놓친 기아는 8회 다시 기회를 잡았다. 1사 상황에서 이명기와 김주찬이 연속 안타를 만들며 1사 1, 2루 상황을 만들었다. 하지만 버나디나의 타구가 2루수 앞으로 흐르며 이닝이 끝나는 듯했다. 그러나 행운은 기아의 몫이었다. 서건창이 뒤로 밀리며 공을 잡으며 병살 기회를 놓치고 말았다. 그리고 발 빠른 버나디나 역시 1루에서 잡아내지 못하며 위기를 자초하고 말았다.

8회초 1사 만루상황에서 KIA 최형우가 2타점 동점타를 치고 있다. Ⓒ연합뉴스

넥센은 이보근을 내리고 급하게 김세현을 마운드에 올렸다. 다시 마무리 임무를 맡고 있는 김세현을 올려 위기를 막겠다는 의지였지만 기아에는 최형우가 있었다. 최형우는 김세현을 상대로 수비 시프트까지 뚫어내는 적시타를 만들며 7-7 동점을 만들어냈다.

역전이 가능한 상황에서 나지완의 병살타는 아쉬웠다. 이번 경기에서 기아는 역전이 가능한 상황이 많았지만 이를 살리지 못했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컸다. 전반기 득점 기회를 놓치지 않았던 것과 큰 차이를 보이는 장면들이 많이 나왔다는 의미다.

고효준, 박진태, 임기준으로 이어지는 기아 불펜은 무실점으로 위기를 넘겨갔다. 동점을 만든 후에도 김윤동은 넥센 타자들을 실점 없이 막아내며 승리 투수가 되었다. 9회 안치홍이 2루타로 포문을 열며 역전 가능성을 열어 놨다. 하지만 이범호가 전 타석과 마찬가지로 삼진으로 물러나며 아쉬움을 키웠다.

전 타석 만루 상황에서 삼진을 당한 이범호가 9회에도 역전을 만들어낼 수 있는 상황에서 삼진을 당하자 그렇게 기회를 놓치는 듯했다. 하지만 서동욱이 대타로 나오며 대수비로 나온 김민식이 경기를 뒤집었다. 타율은 낮지만 기회를 잘 살리는 김민식은 경기를 뒤집는 적시타를 치며 8-7 역전에 성공했다.

9회 초 1사 2루 상황에서 KIA 김민식이 1타점 역전타를 친 뒤 김태룡 코치와 기뻐하고 있다. Ⓒ연합뉴스

8회에 이어 9회에도 마운드에 오른 김윤동은 안타 하나를 내주기는 했지만 큰 위기 없이 이닝을 마무리하며 기아의 후반기 첫 3연전에서 위닝 시리즈를 만들어내는 역할을 톡톡히 했다. 기아로선 기분 좋은 위닝 시리즈를 만들어내기는 했지만 전반기와 다른 후반기에 대한 불안도 함께했다.

타격이 전반기와 달리 많이 침묵하고 있다. 물론 이런 굴곡은 언제든 바뀔 수 있다. 전반기 후반 NC에 스윕을 당한 후 폭발적인 타격감을 보인 기아 타선을 생각해보면 넥센과의 아쉬운 부분은 롯데와 홈 3연전부터 다시 폭발할 수도 있어 보인다.

기아는 선발 자원인 팻딘을 중간 계투로 활용하기도 했다. 한시적인 것인지 아니면 큰 변화를 이끄는 신호인지 아직 확실하지는 않다. 기대를 모았던 임기영이 후반기 첫 선발에서 제구력 난조를 보인 것도 아쉬움으로 다가온다. 여전히 확실한 계산이 나오지 않는 불펜도 아쉬운 상황이다.

하지만 기아는 여전히 강하다. 이번 경기에서도 알 수 있듯, 경기 후반으로 들어간 후에도 포기하지 않고 경기를 뒤집는 힘을 보여주고 있다는 점이 중요하다. 점수차와 상관없이 언제든 경기를 뒤집을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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