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전혁수 기자] 국민의당이 문준용 군 특혜취업 제보조작 스캔들로 창당 이래 최대 위기를 겪고 있는 가운데 사건 당시 국민의당 대선후보였던 안철수 전 대표는 아직까지 아무런 입장도 내놓고 있지 않다. 자택에서 두문불출하는 것으로 알려졌던 안 전 대표는 한 네티즌에게 서울 노원구 자택 부근이 아닌 강원도 속초에서 덜미를 잡혔다. 국민들은 허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10일 온라인 커뮤니티 엠엘비파크에 올라온 안철수 전 대표의 사진. (사진=엠엘비파크 캡처)

10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안철수 전 대표가 강원도 속초 소재 유명 식당에서 식사하는 사진이 올라왔다. 당초 입장표명을 고민하며 자택에서 칩거 중인 것으로 알려진 안 전 대표가 생선찜을 먹는 모습이었다.

사진을 게재한 네티즌은 "안철수 전 대표가 부인과 함께 있었다"면서 "밥을 다 먹고 모자를 쓰고 조용히 나갔다"고 전했다. 안 전 대표 측은 "속초에 간 것은 맞다"면서 "여행은 아니고 당일치기로 아는 분을 만나러 간 것"이라고 해명했다.

안철수 전 대표의 이러한 모습은 국민적 공분을 샀다. 안 전 대표의 소속 정당인 국민의당은 제보조작 사건으로 창당 이래 최저 지지율을 기록하며 '존폐' 기로에 서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안 전 대표는 제보조작이란 사상 초유의 정치스캔들에 대해 당시 국민의당 대선후보로서 정치적 책임을 져야 할 의무도 있다.

제보조작 사건은 안철수 전 대표가 사건의 실체를 알았든 몰랐든 안 전 대표의 대선 당선을 위해 벌어진 일이다. 조작의 당사자인 이유미 씨는 구속됐고, 검찰은 윗선으로 의심받고 있는 이준서 전 최고위원에게 사전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검찰 수사의 칼날은 이유미, 이준서를 넘어 당 지도부까지 향하고 있는 상황이다.

국민의당은 상황을 반전시키기 위해 제보조작 사건과 문준용 군 특혜취업을 연계해 특검을 하자고 주장하는 등 안간힘을 쓰고 있다. 그런데 이마저도 9일 SBS가 이언주 원내수석부대표의 '비정규직 혐오' 발언을 보도하면서 여론의 지지를 얻는 데 실패한 상황이다. 현 상황에서 결국 매듭을 풀 수 있는 건 안 전 대표뿐이다.

그러나 이처럼 국민의당이 어려움을 겪고 있음에도 국민의당의 '창업주' 안철수 전 대표는 아무런 입장을 내놓지 않은 채 사실상 '도피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제보조작 사건에 대한 입장을 듣고자 하는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수많은 기자들이 취재를 시도했지만, 어떤 기자도 안 전 대표를 취재할 수 없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안철수 전 대표가 속초에서 식사하는 모습이 포착된 것이다. 안 전 대표는 마치 도피한 듯한 상황을 방불케 하고 있다. 결국 안철수 전 대표가 의도했든 하지 않았든 기자들은 물론이거니와 국민의당 관계자 및 지지자, 더 나아가 국민들은 안 전 대표 측에게 속은 셈이 됐다. 게다가 그토록 보안을 유지하고 간 곳이 속초의 생선찜 집이라니, 허탈함을 감추기 어렵다.

국민의당 내부에서는 안철수 전 대표의 제보조작 사건 관련 입장표명만 기다리고 있다. 국민의당 이태규 사무총장은 "빨리 입장표명을 하면 좋겠다는 의견이 다수"라면서 "이준서 전 최고위원 신병 문제가 결정되면 적절한 시점에 말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안철수 전 대표가 일반인이라면 제보조작 사건 수사 결과를 기다리기만 하면 된다. 안 전 대표가 제보조작을 알았을 것이라고 바라보는 시선도 많지 않다. 그러나 안 전 대표는 국민의당, 더 나아가 대한민국의 정치 지도자이자 큰 자산이다. 지금은 회피가 아닌 책임 있는 정치인의 자세를 보일 때다. 국민적 비판이 두렵더라도 안 전 대표가 언론을 피해 도망다닐 것이 아니라 언론 앞에 나서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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