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지난달 29일 <휴대폰 폭발추정, 제조업체는 LG>라는 제목의 기사를 썼습니다. 당시 30대 굴착기 기사 서모씨가 휴대폰 폭발로 추정되는 사고로 사망한 사건과 관련한 기사였습니다.

대다수 신문 방송이 휴대폰 제조업체를 익명으로 보도했는데, 사안의 중요성에 비춰봤을 때 익명보도는 온당하지 못하다는 것을 지적하기 위함이었습니다. 하지만 휴대폰 폭발추정에 따른 서모씨 사망은 현재 ‘오보’로 밝혀졌습니다. 서모씨를 부검한 국립과학수사연구소가 서씨 사망의 직접적인 원인이 휴대폰 폭발이 아니라 동료가 몰던 중장비에 치인 것으로 보인다는 부검결과를 발표했기 때문입니다.

‘휴대폰 폭발’ 추정 기사와 불안 가중, 사과드립니다

먼저 사과부터 드려야겠습니다. 이유야 어찌됐든 “휴대전화 배터리가 폭발해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는 당시 부검의와 경찰의 중간발표만을 ‘근거’로 국민의 불안을 가중시키는데 <미디어스>도 사실상 ‘동참’했기 때문입니다. 기존 언론보도의 문제점과 비평을 주된 업으로 삼고 있는 매체비평지로서는 ‘참 많이 아픈’ 부분이었습니다. LG측에도 그리고 독자 여러분들께도 거듭 사과드립니다.

▲ 중앙일보 12월1일자 9면.
어떤 언론은 이런 표현을 썼더군요. “국민을 혼란으로 몰아 넣은 38시간이었다”라구요. 맞습니다. 그렇게 국민을 혼란에 몰아 넣고 대다수 언론은 다음날(12월1일) 아무 일 없었다는 듯(?) 경찰 초동수사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나섰습니다. ‘해프닝’이라는 제목으로 보도하는 언론도 있더군요. 자신들이 바로 그 해프닝의 주역으로 참여했으면서도 그 책임은 아마 지지 않으려는 것 같습니다.

<미디어스> 역시 자유로울 수 없습니다. <미디어스> 또한 ‘침묵’의 대열에 동참했으니까요. 그런데 ‘침묵’의 이유가 좀 다릅니다. 국과수 부검결과 서모씨가 배터리 폭발로 인해 죽지 않았다는 점은 밝혀졌지만 아직 휴대폰과 관련한 부분은 ‘명확하게’ 의문점이 해소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물론 서모씨 사망과 관련한 경찰과 언론의 신중하지 못한 태도에 대해서는 <미디어스>와 저 역시 백번 책임을 통감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번 사건을 계기로 휴대전화 안전성 논란은 좀더 철저히 검증해 볼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휴대폰 폭발이 서씨 사망과 직접적인 연관이 없다는 것은 분명히 확인됐지만 또 하나 분명한 사실은 휴대폰에 불이 붙었다는 점이죠. 그런데 휴대폰에 불이 어떻게 붙게 됐고, 배터리가 왜 녹아내리게 된 건지에 대해서는 아직 명쾌히 확인된 게 없습니다.

휴대전화 안전성 논란에 대한 검증 계기로 삼아야

가해자로 밝혀진 권모씨가 서모씨를 ‘치는’ 과정에서 어떻게 휴대폰 배터리가 녹아내릴 수 있는 것인지에 대해서도 충분한 설명이 없습니다. 서씨의 옷은 왜 탄 것인지에 대해서도 명확한 진상이 밝혀져야 함에도 이 역시 여전히 의문으로 남아 있습니다. 언론도 이 부분은 별로 주목하지 않고 있습니다.

▲ 11월30일 SBS <8뉴스>
사건이 발생한 초기 대다수 언론은 서씨가 휴대폰 폭발로 사망한 것 같다는 점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그리곤 국과수 부검 결과 발표 이후에는 그냥 가해자 권모씨의 해프닝으로만 보도하고 있는 양상입니다. 하지만 휴대폰에 불이 붙어 배터리가 녹아내린 원인은 여전히 밝혀지지 않고 있습니다. 언론의 후속보도는 이 부분에 방점이 맞춰져야 하지 않을까요.

<미디어스>가 그동안 ‘침묵’한 것은 바로 이런 부분들에 대한 의문점 때문이었습니다. 휴대폰 배터리가 녹아내린 원인은 분명 검증이 필요한 부분이죠. IT 관련 동호회나 사이트를 한번쯤 방문하시면 이번 사건이 발생하기 전부터 ‘휴대폰 폭발’과 관련한 질문이 예상 외로 많이 올라오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이 말은 배터리 폭발이 전혀 불가능한 일이 아니라는 말과 같습니다. 만약의 사고 방지 차원에서 철저한 조사가 이뤄져야 하지 않을까요. SBS의 지난달 30일 <8뉴스>만 보더라도 이번 사건과 관련해 조사해야 될 게 한 두가지가 아님을 알 수 있습니다. <8뉴스>는 이렇게 전하고 있습니다.

“서 씨의 사망 원인이 동료 기사의 실수로 숨졌다는 경찰의 중간수사 발표에도 의문점이 여전히 남아 있습니다. 궤도차량이 사람의 걷는 속도로 후진하면서 서 씨의 몸을 눌렀는데 휴대폰 배터리만 불이 붙을 수 있는지는 명확하지 않습니다. 서 씨가 천천히 후진하는 중장비를 피하지 못하고 중장비와 암반 사이에 끼여 숨질 때까지의 과정도 석연치 않습니다. 이런 이유로 안전사고가 아니라 타살가능성도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가해자의 해프닝’으로 이번 사건을 ‘손 털려고’ 하는 언론의 태도는 문제가 많습니다. 아직 밝혀야 할 게 남아 있기 때문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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