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특별수사·감찰본부(박한철 본부장)가 삼성증권에 대한 압수수색을 사흘째(2일 기준) 실시했다. 관련 소식을 전하는 오늘자(3일) 아침신문들의 초점은 검찰이 이 과정에서 삼성 비자금과 관련한 전현직 임직원들의 차명 명단을 확보했다는 쪽으로 모아진다.

이외에도 검찰의 압수수색과 관련해 몇 가지 ‘주목할’ 만한 사실이 있다. △차명계좌가 운영되고 있다는 사실을 눈치 챈 일부 삼성 직원들이 회사를 상대로 보낸 협박성 메일을 수십 통 확보한 점 △김용철 변호사가 제출한 비자금 관련 실무자 명단과, 압수수색을 통해 확보한 차명계좌 명단에 언급된 일부 임원을 추가로 출국금지 조치를 내린 사실이다.

▲ 경향신문 12월3일자 1면.
특검 반대 여론을 ‘은근 슬쩍’ 끼워놓은 동아

오늘자(3일)에서 아침신문들 역시 이 소식을 주요기사로 전하고 있는데 방점과 무게중심이 다른 곳이 두 군데 있다. 삼성과 ‘사돈관계’를 맺고 있는 동아일보와 ‘특수관계’를 형성하고 있는 중앙일보가 ‘그들’이다.

대다수 신문이 1면에서 이 소식을 싣고, 관련기사를 통해 해설·전망 기사를 배치한 것과 달리 동아는 12면에서만 삼성 비자금 소식을 다뤘다. 제목이 <차명계좌 이용된 삼성 임원명단 확보>인데, 이 기사에는 4일 국무회의 의결과 공포 절차를 걸쳐 발효될 것으로 보이는 ‘삼성 특검법’에 대한 반대기류도 함께 전하고 있다. 12면 기사배치와 ‘특검 반대’ 기류. 동아가 삼성 비자금 사건을 바라보는 관점이 오늘자(3일)에 집약돼 있는 셈이다.

▲ 동아일보 12월3일자 12면.
사안 자체를 축소하고 특검 반대 여론을 은근 슬쩍 강조했던 동아와 달리 중앙은 ‘키워드’를 달리하는 방법을 택했다. 한 마디로 ‘참 세련된’ 방법을 구사한 셈이다. 6면 머리기사의 제목을 보자. <검찰 특본, 삼성증권 사흘째 고강도 압수수색 / “압수자료 미 의회도서관 25% 분량”>이다.

삼성 압수수색 과정에서 ‘차명 명단’ 수십 명을 확보했다는 부분을 제목으로 배치하는 것과 “압수자료 미 의회도서관 25% 분량”을 제목으로 뽑는 것은 단순한 차이로 보기엔 곤란한 측면이 있다. 삼성비자금 사건에서 핵심은 ‘결과물’이지 압수수색과 같은 ‘방법론’이 아니다. 위에서 언급한 중앙일보의 ‘튀는 제목’은 단순한 제목의 차이가 아니라 대다수 신문이 핵심에 주력하고 있는 반면 중앙은 곁가지에 방점을 찍고 있다는 것을 말해준다.

사실 중앙의 속내는 그 하단에 배치된 <“금융회사 생명은 고객 비밀인데 …”>에 잘 집약돼 있다. 부제가 <휴일 잊은 삼성 임직원들 “삼성 신뢰 무너질까 걱정”>이다.

‘방대한 분량’과 ‘고객 비밀’을 강조하고 싶은(?) 중앙

▲ 중앙일보 12월3일자 6면.
기사를 보면 중앙의 좀더 ‘노골적인 속내’를 엿볼 수 있다. 삼성증권 관계자 말을 인용, “검찰이 '필요하면 언제든지 관련 자료를 추가로 가져갈 것'이라고 통보하는 바람에 사실상 아무 일도 할 수 없는 상황이다. 무엇보다 압수수색으로 금융회사의 생명이나 다름없는 ‘고객의 비밀’이 검찰에 넘어가고 신뢰가 무너지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전한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이승철 전무의 발언도 소개했다. “특정인의 무차별적인 의혹 제기로 대한민국 대표기업인 삼성의 명성과 이미지가 엄청나게 훼손되고 있다. 조속히 마무리돼야 국가경제에 미치는 주름살이 줄어들 것이다.”

웃긴다. 한 마디로 정리하면 검찰의 압수수색이 삼성과 나라 경제를 망친다는 소리인데, 삼성이 왜 압수수색을 받게 됐는지 웬만한 사람들이 다 아는 상황에서 참 ‘생뚱맞은’ 소리다. 고객비밀이라. 차명계좌 개설해서 비자금 조성한 의혹을 받고 있는 입장에서 할 소리는 아닌 것 같다. 삼성 이미지 훼손은 삼성이 자초한 일이지 검찰 압수수색으로 빚어진 ‘결과’가 아니다.

그리고 휴일을 포함해 사흘째(2일 기준) 미 의회도서관의 25%에 해당하는 각종 자료를 압수수색하고 있는 쪽은 검찰 직원들이다. 물론 삼성 임직원들도 휴일을 잊은 채 삼성 걱정하고 있는 것은 알고 있지만 ‘생고생’은 검찰 직원들이 하고 있는 것이지 삼성 쪽이 아니다. 중앙일보여, 그렇지 아니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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