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와 국정농단 사건 관련자들에 대한 재판이 이어지고 있다. 여전히 박근혜를 추종하는 이들이 존재하지만 낡은 독재 시대와 이제는 결별을 선언한 국민이 대다수다. 그 누구도 억압의 시대를 행복하다고 추억할 수는 없을 것이다.

국정원 개혁 시작;
독재는 습관이다 그것은 마침내 질병으로 변한다, 국정원 논두렁 시계와 우리 동네

문재인 정부는 촛불 혁명으로 탄생됐다. 광장의 촛불은 적폐 청산을 외쳤고, 문재인 정부는 적폐 청산을 위해 여러 가지 정책을 준비 중이거나 추진하고 있다. 국민 대다수가 우선 과제로 꼽았던 검찰 개혁을 위해 정교하게 인선 작업을 했다.

문 정부는 신임 검찰총장으로 문무일 부산고검장을 선택했다. '지존파 사건'으로 널리 알려진 문무일 신임 검찰총장 선임은 검찰 내부에서 개혁을 시도하겠다는 의지가 엿보이는 대목이다. 최근에는 '성완종 리스트'를 조사해 홍준표 자유한국당 신임 대표를 기소한 인물이기도 하다.

이재명 성남시장이 밝혔듯 검찰 개혁에 관심이 많은 인물이라는 사실만은 명확해 보인다. 조국 민정수석, 윤석열 서울지검장, 박상기 법무부장관 후보자와 함께 국민들이 염원하는 검찰 개혁을 넘은 사법부 개혁을 위한 인선은 완성되었다.

JTBC 뉴스룸 보도 영상 갈무리

4명의 주요 인사들을 관통하고 있는 것은 모두 사법부 개혁에 관심이 큰 인물들이라는 점이다. 가장 늦게 임명된 문무일 검찰총장 후보자로서는 자신이 몸담고 있는 조직에 칼을 직접 들이대어야 하는 중책을 맡게 되었다. 수많은 사건 속에서 타협하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는 점에서 이번 사법부 개혁에서도 기대를 갖게 한다.

사법부 개혁을 위한 가장 기본이 되는 인선 작업은 이제 끝났다. 실제 개혁에 들어가는 순간만을 남겨두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이런 개혁의 흐름은 국정원에서 먼저 시작되었다. 모든 적폐를 품고 있었던 국정원은 서훈 신임 국정원장이 임명된 후 본격적인 청산 작업에 들어갔다. 여론 공작을 이끌어왔던 국정원 내부로 들어가 적폐들을 제거하는 작업은 쉽지 않다.

'국정원 적폐청산 TF'가 본격적으로 가동되었다. 채동욱 전 검찰총장 혼외자 사건 조사는 이미 시작되었다. 검찰 개혁을 하려던 채 전 검찰총장은 박근혜의 지시를 거부했다. 그 이유로 국정원은 혼외자 사건을 퍼트려 자진 사퇴를 할 수밖에 없도록 만들었다. 이 모든 과정에서 정치적인 선택을 한 국정원의 행태는 뿌리를 뽑아야 한다.

더 나아가 '국정원 적폐청산 TF'는 故 노무현 전 대통령과 관련한 논두렁 시계 사건에 대해서도 본격적으로 수사할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조사 과정에서 나오지도 않았던 이야기를 꾸며 故 노 전 대통령을 도덕적 흠결이 많은 인물로 몰아갔던 국정원의 공작 정치는 결국 비극으로 마무리됐다.

2009년 노무현 전 대통령이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에게 명품 시계를 뇌물로 받았다가, 이후 검찰 수사가 진행되자 그 명품 시계를 논두렁에 버렸다는 내용이었다. 물론 사실무근이었지만 이는 언론에 대거 보도되고 결국 극단적인 상황이 벌어지는 이유가 되었다.

오보로 드러난 이 내용을 언론을 흘린 당사자로 지목된 자는 '법조 비리'로 재판을 받고 있는 당시 대검찰청 중수부 수사기획관이었던 홍만표였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을 지휘하고 조작했던 국정원의 장은 바로 이명박의 최측근인 원세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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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4일)의 앵커브리핑은 박 씨 성을 가진 분들이 보시기엔 조금 서운할 이야기일 수도 있겠습니다"

"소설가 이문구 선생의 연작소설 <우리 동네>에는 다양한 농촌 마을 사람들이 등장합니다. 그 흔한 김 씨와 이 씨는 물론이고 최 씨, 정 씨, 강 씨, 조 씨 등등… 그런데 유심히 살펴보면 김이박이라 불릴 정도로 흔한 성씨인 박 씨는 등장하지 않습니다. 박 씨가 살지 않는 우리 동네… 그 이유는 작가가 남긴 또 다른 수필에서 알 수 있었습니다"

"군사 정부 시절 작가는 영문도 모른 채 정보기관에 불려가게 됐답니다. 까닭을 알 수 없어서 고개를 갸우뚱하던 중에 그 이유를 알게 되었으니…자신의 작품 중 유독 '박'이란 글자에 빨간 동그라미가 처져 있었던 것… "왜 박 씨를 부정적으로 묘사했느냐…" "무슨 의도가 있는 것은 아니냐… "요행히 풀려난 작가가 세운 대책은 간단했습니다"

""부정적인 인물이 됐건 긍정적인 인물이 됐건 아예 모든 소설의 등장인물에 박씨 성만은 붙이지 말자는 것이었다. 그리고 실천하였다" 박 씨가 살지 않는 <우리 동네>는 그렇게 만들어졌던 것이지요. 그리고… "역사의 수레바퀴를 되돌려 놓으려 했다"이 말을 남긴 특검은 아마도 이문구의 <우리 동네>를 읽어본 듯 저 한 마디 속에 블랙리스트 사건의 본질을 모두 담고 있었습니다"

"예전 그 시대처럼 때리고, 잡아 가두고, 판매를 금지하지는 않았지만 더 교묘하고 음습한 방법으로 이름들을 지우려고 했던, 탄핵된 정부의 실세들. 이문구 소설 속에 박 씨가 등장하지 못하는 결과를 초래했던 아버지 정부의 문화 정책은 대를 이어서 집요하게 계속되고 있었던 것이지요“

"'독재는 습관이다. 그것은 마침내 질병으로 변한다' 도스토옙스키가 자신의 작품에서 남겼던 말입니다. 독재가 습관이듯 눈앞에서 지우면 세상에서 사라질 것이란 착각도 습관인 것일까. 故 이문구 선생의 연작. '우리 동네'가 지금 시대에 다시 쓰인다면 박 씨는 이제 자유롭게 등장할 수 있을까…"

<뉴스룸> 앵커브리핑은 이문구 소설 <우리 동네>를 통해 박정희와 박근혜를 관통하는 문화 정책을 지적했다. 박정희 독재 정권은 박씨를 부정적으로 다뤘다는 이유로 소설가를 정보기관에 데려가 수사를 했다고 한다. 소설 속에 박씨가 부정적으로 쓰여졌다는 주관적인 판단만으로 죽을 수도 있는 위협을 당해야 했던 시절이 바로 박정희 시대다.

황당하고 두려운 경험을 한 이문구는 이후 자신의 소설에는 박씨 성을 가진 인물은 전혀 등장시키지 않았다고 한다. 그렇게 연작소설 <우리 동네>에는 수많은 성씨를 가진 등장인물들이 있지만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다는 '김이박' 중 박씨 성만 존재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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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가 정치를 시작한 것은 박정희를 되살리기 위함이라고 스스로 밝히기도 했다. 그런 유령을 앞세우고 국정원의 선거 개입 등으로 어렵게 대통령이 되었다. 불행한 시대의 시작은 그렇게 황망하게 이뤄졌다. 박정희가 박씨 성을 부정적으로 다뤘다는 이유만으로도 소설가를 문초했듯, 박근혜는 아예 문화계 블랙리스트를 만들었다.

교묘하고 음습한 방식으로 문화계 전체를 옥죄었던 박근혜는 그저 독재가 그리운 존재였다. 박정희 독재 시절을 회상한 그녀에게 대통령이라는 직책은 과거 아버지가 하듯 자신의 이익을 위해 휘두를 수 있는 도깨비 방망이 정도였을 것이다.

도스토옙스키가 자신의 작품에 남겼다는 "독재는 습관이다. 그것은 마침내 질병으로 변한다"는 글귀는 대한민국의 현대사를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촛불 혁명은 새로운 정치 지형도를 그리도록 요구했다. 그렇게 탄생한 문재인 정부는 적폐 청산의 과제를 안은 대통령이 되었다. 문재인 정부를 시작으로 우린 오랜 시간 적폐와 싸워야 한다. 개벽이 일어나듯 한순간에 적폐들을 모두 청산할 수는 없는 일이니 말이다.

쉽게 가려면 현재에 안주하면 된다. 미래를 포기한 채 현재의 삶과 유사하게 살아가면 그뿐이다. 하지만 억압의 시대를 반복할 수는 없다. 부당한 권력이 지배하는 세상을 묵과하며 살아온 결과는 국민 모두의 불행으로 다가왔다. 힘들고 긴 시간이 거릴 수밖에 없는 일이지만 문재인 정부의 적폐 청산에 온 국민이 힘을 합할 때이다. 흔들림 없이 그 임무를 완수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그게 촛불을 들고 우리가 광장에 나선 이유이니 말이다.

영화를 꿈꾸었던 어린시절의 철없는 흥겨움이 현실에서는 얼마나 힘겨움으로 다가오는지 몸소 체험하며 살아가는 dramastory2.tistory.com를 운영하는 블로거입니다. 늘어진 테이프처럼 재미없게 글을 쓰는 '자이미'라는 이름과는 달리 유쾌한 글쓰기를 통해 다양한 소통이 가능하도록 노력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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